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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號 ‘추락’·강호찬號 ‘상승’...한타·넥센, 경영승계 '달라도 너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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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號 ‘추락’·강호찬號 ‘상승’...한타·넥센, 경영승계 '달라도 너무 달라'

올 매출 한타 3%↓·넥센 5%↑…경영능력 척도 영업익 한타 24%↓·넥센 28%↑
도덕성도 대비…조, 협력사서 뒷돈 등 구속·강, 정도경영에 전념

강호찬(왼쪽)넥센타이어 대표와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강호찬(왼쪽)넥센타이어 대표와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 사진=뉴시스
국내 타이어업계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경영 능력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오너가(家)의 ‘묻지마 식’ 경영 승계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에 비해 다른 기업에 귀감이 되는 정도(正道)경영을 통해 재도약하는 타이어업체도 있어 눈길을 끈다.

업계 1위 한국타이어와 업계 막내 넥센타이어 이야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조현범(47)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CEO)과 강호찬(48)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초 각각 사령탑에 올랐다.

조 대표는 조양래(82) 회장 차남이며 한국타이어는 3세 경영 체제에 들어섰다. 이에 비해 강 부회장은 강병중(80) 회장 외아들로 넥센타이어는 2세 경영 시대를 맞았다.

조 대표는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지난해 한국타이어 대표가 됐으며 지주회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도 맡고 있다.

이에 비해 강 대표는 2009년 넥센테크 사장으로 경영에 입문한 후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넥센 대표이사 사장, 넥센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엮임했다.

◇희비 엇갈리는 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 경영성적표


경영 전면에 나선 이들 두 사람의 첫해 경영성적표는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1∼3분기 한국타이어 매출액이 5조21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514억 원) 감소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경영 능력 척도인 영업이익에서 조 대표는 올해 같은 기간 4267억 원을 올려 전년 동기대비 23.5%(1309억 원) 크게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조 대표는 올해 1∼3분기 순이익이 39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7%(579억 원)나 크게 줄었다.

조현범 대표가 이끄는 한국타이어는 올해 경영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초고성능 타이어. 사진=글로벌 이코노믹 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조현범 대표가 이끄는 한국타이어는 올해 경영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초고성능 타이어. 사진=글로벌 이코노믹 정수남 기자

이에 비해 강 대표가 이끄는 넥센타이어는 올해 놀라운 경영성적표를 거머쥐었다.

강 대표는 올해 1~3분기에 매출액 1조5652억 원, 영업이익 1671억 원, 분기순이익 916억 원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4.6%(691억 원), 영업이익 28.2%(368억 원), 분기순이익 22.9%(170억 원) 늘었다.

그는 올해 들어 세계 자동차 산업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했다.

그는 또 지난 9년간 지원해온 국내 프로야구단 히어로즈와 지난해 11월 후원계약을 끝내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사업재편에 나섰다.

강 대표의 경영전략에 힘입어 넥센타이어는 이달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에서 열린 제 56회 무역날 기념 행사에서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수출탑을 받았다. 넥센타이어는 2017년 8억8000만 달러, 2018년 9억4000만 달러 등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조 대표 구속돼 기업 이미지 '치명타'...강 넥센 대표, '직원 친화-정도(正道)경영' 으로 '귀감'

두 사람은 경영인 기본 덕목인 도덕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사 자금을 빼돌려 거액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하순 검찰에 구속됐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죄 행태 등을 고려했을 때 사안이 중대하며 피의자 지위와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을 참작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조 대표는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 백만 원씩을 받아 모두 5억 원 수준의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조 대표는 계열사 자금을 정기적으로 빼돌려 2억 원 상당의 돈을 추가로 챙긴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조 대표의 차명계좌로 들어간 8억 원 상당이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된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국세청 고발에 따라 조 대표의 조세 포탈 혐의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조 대표가 자칫 실형형을 선고 받아 한국타이어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강 대표는 편법을 철저히 배제하고 정도(正道)경영을 통한 회사 경쟁력 극대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그는 직원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당구 실력이 프로 수준에 달해 노동조합원들과 종종 당구를 즐기면서 소통하고 있다.

그는 회사 경영전략에도 치밀하면서 섬세한 감각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작지만 강한 회사', '도덕성에 흠이 없는 회사'를 추구하면서 직원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강호찬 대표가 올해 일궈낸 실적은 해외 신시장 개척, 비용 절감 등을 꼽을 수 있다.  넥센타이어 제품. 사진=글로벌 이코노믹 정수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강호찬 대표가 올해 일궈낸 실적은 해외 신시장 개척, 비용 절감 등을 꼽을 수 있다. 넥센타이어 제품. 사진=글로벌 이코노믹 정수남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도덕성과 경영 능력이 부족한 국내 주요 기업의 그릇된 경영 승계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기업의 오너 리스크는 회사 전체, 업계,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경제정의 실현 차원에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능 법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수남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r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