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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파리지엥의 일상에 스며드는 한국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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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파리지엥의 일상에 스며드는 한국 문화


주프랑스한국문화원 전시/언론 담당 김유민(혜영)
10년 이상 파리에 살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최근 들어 부쩍 프랑스 내 한국의 입지도가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카페에서,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소녀시대 노래, 대형슈퍼에 자리 잡은 한식제품코너, 화장품 전문매장 세포라에서 눈에 띄는 한국브랜드, 파리지엥들로 가득 찬 한식당 등 한국 문화가 서서히 프랑스인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더욱 신기한 점은 파리 대표 음식축제 <푸드마켓>에서 ‘한식’이 주요 테마로 기획되고, 프랑스 한국문화애호가들이 모여 코리아페스티벌을 개최하며, 한국 콘셉트 스토어가 생겨나는 등 프랑스에서 한국을 소개하는 사례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난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전 까지 프랑스인들의 일상에까지 이토록 자연스럽게 한국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한국문화의 불모지였던 프랑스 내 한류 확산의 시작
파리에 한국 문화원이 생긴 1980년대에는 당시 프랑스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전무하였다.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이 유일무이하게 한국과 관련된 전시, 공연 등을 개최하며 한국문화예술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문화원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문화원 역사의 산증인인 조르주 아스니제빅 기술고문은 “80년대는 한국문화 개척의 시기였다. 한국 서적을 소개하는 출판사도 없었고,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도 없었다. 한국문화원에서 프랑스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문화를 소개하였다. 문화원에서 프랑스인들이 한국문화를 접하고, 흥미로워하고 놀라워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문화는 1990년대에 들어 ‘영화’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프랑스 내 최초 한류콘텐츠는 한국영화이다. 1993년 프랑스 대표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에서 최초로 대규모 한국 영화 회고전을 개최하였다. 특히,‘제5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이후, 전문 영화인층 뿐만 아니라 일반대중 사이에도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고, 이를 반증하듯, 창설 14주년을 맞은 파리 한국영화제가 올해도 파리 시내 퓌블리시스 극장에서 14,000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프랑스 내 인터넷이 보급률이 높아진 2000년대 초·중반부터 젊은층 대상 K-pop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만화(웹툰) 등 한류 콘텐츠 소비가 점차 확산되었다. 또한 삼성과 LG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프랑스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IT 강국으로의 이미지가 자리 잡으며 아시아 내 역동적인 국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19 글로벌한류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내 K-pop이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고, 이후 IT 브랜드 및 한식이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내 한류의 신호탄, K-Pop
프랑스 소수 젊은 층에서 향유되고 있던 K-Pop은 2011년 성황리에 진행된 최초 K-Pop 대규모 공연이었던 SM타운 파리콘서트(2회 공연 전석매진 : 1만 4천 여석)를 통해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 한류팬들의 열기를 입증하는 계기가 된다. 파리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모여든 소녀팬들은 공연전날부터 공연장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고, 프랑스 주요언론인 르피가로와 르몽드에서도 <한류, 파리의 제니스 공연장을 강타하다> <한류, 유럽진출> 제하의 특집기사가 게재될 정도로 주목을 받은바 있다. 이후 2012년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을 2만여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했던‘싸이’붐, 최근에는 BTS, 블랙핑크, 에픽하이 등 K-Pop 가수들의 크고 작은 공연들이 매년 10여건 이상 개최되고 온라인 팬클럽수가 800여개 달하는 등, 프랑스의 K-Pop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한식에서 팥빙수까지, 프랑스인들의 미각을 사로잡은 한식
K-Pop이 10-20대의 한류콘텐츠라면,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한식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인기 있는 콘텐츠다. 2000년대 초반까지 불과 10개였던 한식당은 현재 150여개로 늘어난데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프랑스인들이다. 또한 한국 팥빙수를 파는 한국식 디저트 가게도 인기다.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도 2017년부터 지역한식과 관광을 주제로 한 한국관광문화대전 <Taste Korea>를 개최하고 있다. 제 1회 한국관광문화대전 <Taste Korea>행사에 참가했던 프랑스 셰프 다미엥 뒤켄은 “한국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인 만큼 음식문화도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특히, 한국의 발효음식은 정말 신비롭다. 처음 먹어본 된장, 김치 맛에 푹 빠졌다.”라고 소감을 밝힐 정도로 프랑스 일반인 뿐 아니라 요리전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식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2018 한국관광문화대전 <Taste Korea 스페셜 전주>

자료원:Centre Culturel Coreen

우수한 한국문화콘텐츠
사실 한류라고 하면 K-pop,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가 주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양하고 넓은 세대층 대상, 깊이 있고 지속적으로 한국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분야는 바로 한국 전통, 현대문화예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이 대거 집중적으로 홍보되었던 시기가 바로 2015-2016년 130주년 한-불 상호교류의 해였다. 2015년 9월부터 개막행사 샤이오 궁‘종묘제례악’공연을 시작으로 프랑스 전국(60여개 도시)에서 개최된 한국 관련 행사(문화,경제,교육)만 245건이 진행되었다. 더욱 주목할만한 점은 한국 공연과 전시 등이 프랑스 대표 문화예술기관들에 정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면서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프랑스 문화예술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이 한국의 수준 높고 우수한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집중적으로 확대되면서 프랑스문화예술계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의 프랑스 진출이 더욱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문화행사관련 기사가 1,153건이 생산되었고, 안은미 안무가의 경우 테아드르 드 라 빌(파리시립극장) 한국인 최초 상주 예술가로 선정, 기메박물관에서 한국현대작가 특별전(김종학, 민정연작가 등)이 지속적으로 개최되는 등 프랑스 문화예술기관에서는 자생적으로 한국전시 및 공연을 초청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2015-2016 한불상호교류의해 행사 사진
(좌) 파리장식미술관 코리아나우전 (우) 크레테이 극장 안은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자료원:Centre Culturel Coreen

미술 분야의 경우, 프랑스 내 재불 한인작가 중심으로 프랑스 화단계에 한국 아티스트의 입지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패로탱, 카멜 므누어, 프랑수와즈 리비넥 , 마리아룬드, RX 갤러리 등 프랑스 갤러리 소속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한국작가들(이우환, 이배, 방혜자, 배병우, 이진우, 장광범 등)이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음악분야의 경우, 클래식 분야에서 알려진 한국음악가는 지휘자 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피아니스트 백건우, 조성진, 김선욱 등이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국내 및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재즈 아티스트 ‘나윤선’을 포함,‘최고은’,‘블랙스트링’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한국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렇게 한국문화가 프랑스인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프랑스인들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파리7대학교, 국립동양어대학교(INALCO), 라로셸 대학교, 리옹 3대학교 등 프랑스 대학 내 한국어 전공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의 경우도 한국어 수업 수강생 신청자수는 평균 600여명, 수용인원은 400여명으로 항상 한국어 수업 등록기간에는 문화원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빈번하다.

새로운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
프랑스에서 새로이 주목받는 한류 콘텐츠로는 웹툰이 있다. 프랑스 대표 국제만화축제인‘앙굴렘 국제 만화 축제’에서도 2013년, 2016년 한국 웹툰이 현지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2018년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웹툰, 평창특별전>을 개최, 전선욱 작가 등 한국 유명 웹툰 작가들을 초청하여 프랑스 내 웹툰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카스테르만(Casterman) 출판사는 유럽권 최초의 디지털 만화 플랫폼인 ‘델리툰(Delitoon)’을 론칭하면서 다수의 한국 웹툰을 소개하였다. 최근 들어 텔레라마 잡지에서는 <한국의 웹툰이 전세계를 장악한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맞춤형인 한국의 웹툰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소개하며 향후 웹툰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점쳤다.
이외에도 프랑스 My TF1 TV를 통해 한국드라마가 상영되고, 한국 화장품이 프랑스 대형상점 및 온라인 판매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등 점차적으로 다양한 콘텐츠의 한류가 소개되고 있다.

한국문화 확산의 전초기지, 주프랑스한국문화원
이러한 가운데 올 11월20일 이전 개원한 파리 코리아센터의 설립은 프랑스 내 한국문화 확산에 있어 새로운 도약의 신호탄이다. 39년 만에 이전한 주프랑스한국문화원(3,756m2)은 이전 문화원(753m2)보다 5배 이상 커지며 전 세계 코리아센터(32개소) 중 31위에서 4번째로 큰 문화원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파리 코리아센터는 이전 문화원에서 없었던 공연장, 한식 조리공간, 한국문화체험관 및 넓은 전시장과 도서관 등을 갖춰 제대로 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더욱이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와 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입주하게 되어 앞으로 문화콘텐츠와 관광을 접목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진행하여 한국문화를 소개하는데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주프랑스한국문화원 이전 건물 및 개원행사시 진행한 중정 미디어 파사드 (11.20)

자료원:Centre Culturel Coreen

실제로, 문화원 재개원 개원 기념으로 국립민속박물관과 협업하여 진행한 <때깔>특별전은 프랑스 문화예술전문지 Le Bonbon에서 “이달에 꼭 봐야할 전시”로 선정되고, 대표 일간지 르파리지엥에도 소개되는 등 프랑스인들의 반응이 뜨겁다.
봉주르 코레 아프아프아랍 회장은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알리는 프랑스인으로서 이렇게 훌륭한 문화원으로 이전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건물에 들어서면 프랑스내 작은 한국이 펼쳐지는 것 같이 느낄 정도로
프랑스식 건물에 한국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 한국문화를 프랑스 내 확산시키는데 있어 문화원의 역할이 크다. 우수한 한국문화예술 콘텐츠를 소개하는 사업들을 통해 프랑스 문화예술관계자들의 관심을 환기하여 현지 문화예술기관에서 한국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전시가 자생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더욱 많은 프랑스 대중들이 한국문화를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다양한 문화행사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일반인들이 한국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 한국과의 창구역할을 하는 문화원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전해웅 문화원장은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이 유럽 한류의 허브로서 한국인들에게는 자부심을 주는 곳, 프랑스인들에게는 자꾸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 되도록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참고자료 :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19 글로벌한류트렌드> 보고서,2018 KF 지구촌 한류현황 ,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문화예술분야 백서
※ 해당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해외무역관(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