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커 전 의장은 자신의 자서전 발표 후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에 대한 공격을 비판하며 미국의 핵심 기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움직임들이 일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투표권과 공정 선거, 법치, 언론 자유, 권력분리, 과학에 대한 신념과 진실에 대한 믿음 등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을 불신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제롬 파월 의장 등 연준 관리들을 멍청하다고 비난한 데 대해 "2차 세계 대전 이후 우리는 대통령이 연준에 공개적으로 정책을 지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연준이 당파적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핵심 정부 기관인 점을 고려할 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볼커 전 의장은 미국에 대한 확신이 포위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75년 전 미국인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해외에서 폭정을 물리치기 위한 동맹에 참가했다"며 "지금 세대도 양상은 다르지만 같은 시험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와 궁극적으로 지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커 전 의장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까지 십 수 년간 재무부 고위 정책관으로 일하며 브레튼우즈 협정을 근간으로 세워진 전후 통화정책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인물이다.
이어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거쳐 1979~1987년 연준 수장 자리를 맡은 그는 저성장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사투를 벌였다.
당시 22%에 달했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기 위해 그는 연준 위원들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기준금리를 20%까지 끌어올리는 극단적인 통화정책을 동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자문관으로 활동하던 2008년엔 쓰러지는 금융시스템을 추스르기 위해 충격 요법을 쓰기도 했다.
대형 금융기관의 위험 거래를 전면 차단하는 이른바 '볼커룰'을 앞세워 금융위기 진화 및 재발 방지에 공을 세웠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