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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2019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대로 덩더쿵'의 의미 살린 수작…장혜림·장서이 공동 안무의 '제(祭)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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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2019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대로 덩더쿵'의 의미 살린 수작…장혜림·장서이 공동 안무의 '제(祭)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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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림·장서이 공동 안무의 '제(祭)Ⅱ'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주최, 두리춤터(예술감독 임학선, 총연출 강낙현) 주관의 2019 신진국악실험무대 <청춘대로 덩더쿵>(11월 11일~12일 오후 7시 30분 두리춤터 블랙박스극장)이 초대한 Ninety9 Art Company(나인티나인 아트 컴퍼니) 제작, 장혜림·장서이 공동안무의 <제(祭)Ⅱ>(Burnt OfferingⅡ)가 공연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 장혜림·장서이의 '제(祭)'의 연작 <제(祭)Ⅱ>에서 주보라(가야금)·황진아(거문고)는 음악총감독 임영호의 큰 틀 안에서 공동음악을 담당한다. 안무가는 춤이 제사임을 암시하며 엄숙한 반복적 행위로써 일상적 삶 속 소시민들의 소부대 전투에서 장렬하게 사라져간 ‘노동시간’의 의미를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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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림·장서이 공동 안무의 '제(祭)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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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림·장서이 공동 안무의 '제(祭)Ⅱ'

무용적 상상력으로 한국 창작무용의 주목할 차세대 안무가의 작품임을 입증한 <제(祭)Ⅱ>는 <제(祭)>의 2019년 겨울 버전이다. 장혜림·장서이 두 안무가가 짜낸 의지적 춤 산물은 자신의 춤 작업이 제례(祭禮)의 전범일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제(祭)Ⅱ>는 전통춤을 침화시키고, <제(祭)>를 좀 더 정제시켜 압축한 여성 이인무이다.

장가일작(張家一作)은 노동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노동이란 이름으로 희생된 사람들, 특히 여성과 약자들의 희생을 안쓰러워하며 제단의 향(번제 의식의 핵심)으로 그들을 기리고자 한다. 반복적 행위의 움직임에서 시작한 춤은 엄숙한 단자(單子)로 춤을 격상시켜 한 편의 땀과 노동의 결정체인 노동화(勞動畵)를 낳는다. 목탄화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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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림·장서이 공동 안무의 '제(祭)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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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문을 대신하는 작품의 내용은 전작 <제(祭)>에서 처럼 박노해의 노동시적 의미에 이른다. 「노동자의 이름을 가진 이들이여/ 하나씩 하나씩 제단 앞에 모여 제사를 드립시다./ 내 자신 하나조차 건사할 수 없는 이름 없는 삶이라면/ 여기에서나마 우리의 시간을 태워 신에게 드려봅시다./ 빛 한줄기 들지 않는 깜깜한 그곳에서도/ 헤드랜턴은 언제나 우리의 일하는 손을 비추어주지 않았던가」

안무가는 노동의 향기, 땀을 찬양한다. 목탄, 안전모, 헤드랜텬이 일군 땀 냄새가 퍼져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날을 위해 희생한 자들을 기린다. 「우리 그 빛에 의지하여 일을 합시다./ 우리 그 빛을 조명삼아 춤을 춥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태워/ 아름다운 인생으로 기억 될 수만 있다면/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향불의 연기처럼 피어올라 신에게 닿아봅시다./ 번제단의 향기가 되어 날아가 봅시다.」
정주 소리에 이어 두 춤 연기자가 앉아서 노동자를 연기하기에 충분한 공간의 플로어에 깔린 하얀 시트, 한 손을 맞잡고 철학적 함의를 담은 장혜림과 장서이가 자기 영역을 표시해 가는 반복적 움직임은 시간 경과에 따라 방향과 속도를 달리한다. 춤이 진행되면서 목탄이 옷과 얼굴에 묻는다. 헤드랜턴을 쓴 헬멧에서 보이던 탄갱부의 모습과 그리던 그림에서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과 희생자들을 기리고 있음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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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림·장서이 공동 안무의 '제(祭)Ⅱ'

장혜림과 장서이의 사회현상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낳은 <제(祭)Ⅱ>는 노동은 하늘에 올리는 경건한 제사이며, 노동자들의 땀 냄새가 하늘에 닿기를 기원한다. 장혜림은 한예종 무용원 실기과 출신으로 동시대의 사회현상을 춤으로 담아내는 춤꾼이다. 그녀는 크리틱스초이스 최우수안무가(2015)로 선정되며 본격적 안무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 안무작은 <숨그네>, <심연>, <침묵>, <장미의 땅>, <제> 등이다. 장서이는 상명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2015년부터 장혜림과 작업을 해오며, 2018년 서울발레시어터·장애인 무용제의 조안무, 올해 스웨덴 커넥션에 이어 단체의 리허설 디렉터 이다.

신진국악실험무대라는 표제어에 어울리게 이번 공연은 음악과 무용과의 콜라보를 중시한다. 뮤지션 주보라·황진아와 무용과의 협업은 우리 장단이 안무자가 재해석한 주제적 움직임과 어울려 의미를 강화시키고, 예술가들 자체의 숙명적 노동의 길이와 깊이도 함께 드러낸다. 연기자가 된 국악기를 이용한 현대적 감각을 환기하는 국악기의 사운드, 변주용 가야금과 거문고 자체와 연주방식, 뮤지션의 연기도 실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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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림·장서이 공동 안무의 '제(祭)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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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림·장서이 공동 안무의 '제(祭)Ⅱ'

공동음악을 담당한 가야금 연주자 주보라는 싱어송라이터이다. 정규앨범 ‘계절’ 외에 여섯 개의 싱글 음반을 발매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 해외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선정된 바 있으며, 워싱턴주립대 방문교류연주자 및 강사, 한예종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거문고 연주자 황진아는 동아국악콩쿠르 일반부 금상, 천차만별콘서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대표작 <The Middle Project〉(2017~) 을 비롯하여 음반 <황진아 거문고산조(한갑득류)>와 <The Middle〉 등이 있다.

장혜림·장서이 공동안무의 <제(祭)Ⅱ>는 차세대 한국 공연예술을 이끌어갈 인재 발굴·육성 프로젝트에 적합한 작품으로서 무용과 음악에 걸쳐 전통을 대하는 주목할 예술가들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실험작 이었다. ‘청춘대로 덩더쿵’은 다양한 한국춤으로 창작무용의 독창적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며, 세계에 한국춤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청춘대로 덩더쿵> 우수작은 두리춤터와 협약을 맺고 있는 스페인 빌바오 액트 페스티벌 참가 혜택 등 국내외 다양한 공연 혜택이 부여된다. <제(祭)Ⅱ>는 조밀한 구성과 탁월한 움직임을 견인한 압도적 안무력과 춤추는 연주력을 보여준 수작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위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