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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립대 등록금 인상 요구할 자격없다 … 8조원 적립금 먼저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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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사립대 등록금 인상 요구할 자격없다 … 8조원 적립금 먼저 풀어라

지원선 대기자
지원선 대기자


대학 등록금 문제가 뜨거운 대학 현안으로 등장했다. 등록금이 11년째 동결돼 대학 교육과 연구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과 8조 원에 가까운 적립금을 먼저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포문은 대학이 먼저 열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지난달 정기총회에서 대학 재정 황폐화에 대학 경쟁력 악화 등 부담이 커져 2020학년도 등록금 인상하겠다고 결의했다. 2009년부터 등록금 동결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교육부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반값등록금 정책 목표가 설정된 뒤 11년째 동결됐다. 현행법상 대학은 직전 3년 기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의 1.5배 이하 수준에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등록금 동결이 장기화하다보니 사립 대학들이 교육부에 등록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학들의 합리적인 대학 경영이 선행돼야 한다. 대학들이 어려운 재정상황을 하소연하기 전에 적립금 활용 등 먼저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대학이 연구나 건축, 장학 등의 목적으로 조성한 기금 중에서 사용하지 않고 남은 게 적립금이다. 따라서 대학들은 우선 8조 원 가까이 쌓아놓고 있는 적립금을 풀어 교수 확보와 첨단기자재‧시설 등에 투자해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실제로 대학정보 알리미에 따르면 우리나라 4년제 사립 대학의 적립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7조8585억 원이다. 사립 전문대학은 2조4506억 원이다. 이 둘을 합치면 10조 원이 넘는다.
2016년 기준으로 사립대 적립금 상위 10개 대를 보면 1위는 홍익대로 7172억5252만원이며, 2위 이화여대 7066억5668만 원, 3위 연세대 5209억8641만 원, 4위 수원대 3588억2229만 원이다.

그 다음으로는 5위 고려대 3447억6623만 원, 6위 청주대 2917억5102만 원, 7위 계명대 2477억287만 원, 8위 동덕여대 2430억9694만 원, 9위 숙명여대 2132억6770만원, 10위 성균관대 1901억5873만 원 등이다.

대학들이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학부모의 호주머니를 쥐어짜려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가정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학부모들에 기대는 것은 대학이 할 짓이 아니다. 대학들은 돈이 없다고 등록금 인상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적립금을 대학 경영에 사용해야 한다.

대학들은 자체 적립금을 사용한 뒤 등록금 인상에 나서야 하는데, 손쉬운 길을 택하려고 한다는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지원선 대기자 president5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