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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위기를 기회로’ 대한항공, 재비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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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위기를 기회로’ 대한항공, 재비상을 꿈꾼다

항공업계 부진 속 50년 주년 맞은 대한항공
첫 항행 8기로 시작해 항공기 169기로 확대
조원태 회장, 혹독한 경영시험대 맞닥뜨려
경영권 방어‧·대한항공 수익성 개선 등 숙제
위기극복 경영능력 발휘로 리더십 공고화 관심...'100년 기업' 향해 '성장-재무구조 개선-경영 투명성' 본격화

[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대한항공]
지난해 국내 항공업계 위기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다차원적인 불확실성이 중첩돼 지난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경기 침체와 ‘노 재팬(No Japan·일본 제품 불매)’, 홍콩 시위 등 직격탄을 맞았던 항공업계는 올해 글로벌 경기 하락 우려와 환율 변동성까지 예상돼 ‘설상가상’이다.

아찔한 환경 속에서 고(故)조양호 한진 회장 별세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뼈아프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위기 국면에서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그룹을 이끈다면 아버지 조 전 회장을 잇는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일반인과 주주로부터 신임을 얻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 50년 만에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

대한항공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1969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출범했다. 출범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국영기업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대한항공이란 민간 항공사로 새롭게 출범한 지 지난해로 딱 50년이 되는 해였다.

대한항공이 지난 50년 동안 실어 나른 승객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13번 이상 비행기를 탄 것과 같은 7억1499만 명이다. 화물은 8t 트럭 506만7500대 분량인 4054만 t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1969년 3월 제트기 1대와 프로펠러기 7대 등 8대를 보유해 아시아 11개 항공사 중 11위로 시작한 후 현재 B777 44대, B787-9 10대, B747-8i 10대, A380 10대 등 항공기 169대를 보유한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대한항공은 1970년대 태평양, 유럽, 중동 등으로 진출해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또한 1980년대에는 서울올림픽 공식 항공사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월 별세한 고 조 전 회장이 운영한 1990년부터 베이징, 모스크바 등으로 지역을 확대했다. 2000년대는 조 전 회장 주도로 국제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을 만들어 선진 항공사들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췄다. 2018년에는 미국 항공사 델타항공과 합작회사(조인트벤처) 협력을 갖춰 미래 시장을 개척하는 등 대한민국 항공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

지난해 4월 대한항공은 미국 보스턴 취항을 시작해 2019년 필리핀 클락, 중국 난징·항저우·장자제 등으로 신규 취항지를 늘려 세계 곳곳으로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한진칼, 대한항공 최대 주주…한진 오너 일가 0.01%대 불과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항공여객운송업체 '한진칼'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주식 29.62%를 보유하고 있다.

조 전 회장이 확보한 대한항공 주식은 유족들에게 상속돼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큰 딸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 아들 조원태 회장,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당초 조 전 회장을 제외하고 상속 전까지 대한항공 보유 지분이 없었다.

이번 상속은 민법상 상속 비율인 '배우자 1.5 대 자녀 1' 비율에 따라 이뤄졌으며 이 고문은 보통주 4710주와 종류주 8899주를 상속받아 0.01%(1만3609주)를 보유하고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 3남매는 각각 보통주 3140주와 종류주 5933주를 받아 지분율이 각각 0.01%(9073주)다. 종류주는 일부 권한에 제한을 두는 주식으로 보통주보다 배당우선권을 갖지만 의결권을 갖지 못하는 우선주가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대한항공에는 정석인하학원(2.71%)과 정석물류학술재단(0.42%). 일우재단(0.20%) 등 특수관계자들이 지분을 33.03%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 조 회장, 조 전무가 갖고 있는 주식수는 총 0.04%에 불과하지만 대한항공을 사실상 지배하는 한진칼 주식을 각각 6%대(이명희 5.27%, 조현아 6.43%, 조원태 6.46%, 조현민 6.42%)가량 엇비슷하게 지니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진칼을 놓고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도 이러한 불안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0년 기업' 향하는 대한항공…조 회장 숙제는?

고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그룹 총수에 오른 조 회장은 최근 업황 부진과 실적 견인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이란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 불황 속에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한다면 그룹 영향력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HDC현대산업개발에 인수된 아시아나항공이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을 추격하고 있어 대항항공 수장인 조 회장의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에서 항공 산업에 주력하면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대한항공이 처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시 조 회장은 “지금 있는 것 지키기도 어려운 환경"이라며 ”뭘 벌이고 싶은 생각은 없고 대한항공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거꾸로 정리할 것이 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익이 안 나면 버릴 것”이라고도 했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해 3월 새로운 100년으로의 도약을 위해 전 사업 부문에서 지속적인 성장, 재무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주주 친화 정책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비전 2023’ 경영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델타 항공과의 조인트벤처를 기반으로 미주-아시아 네트워크를 계속 확대하고 유럽‧동남아 등 중장거리 신규 노선을 늘릴 방침이다. 또한 화물은 베트남, 인도, 중남미 등 신성장 시장 노선을 개발하고 의약품, 신선 화물 등 고수익 상품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은 연 매출을 해마다 5.1% 성장시켜 오는 2023년 16조원 매출을 달성하고 보유 항공기를 190대로 늘린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과 일본 수출 규제, 홍콩 시위 여파에 새해에도 실적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직 슬림화로 효율성 높이는 대한항공

지난해 말 임원 감축 등 체질 개선에 나선 조 회장의 구조조정은 경영능력의 첫 시험대로 평가 받는다. 당장 코앞에 닥친 경영권 방어가 조 회장의 경영 시험대다. 그러나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실적 개선 견인과 성장동력 모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조 회장이 어떤 경영능력을 발휘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근속 만 2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6개월 무급 휴직 신청을 받았고 11월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 전체 임원 수를 27% 줄였다. 또한 12월부터는 6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마지막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은 2013년으로 40살 이상 직원 중 110여명을 내보낸 바 있다. 또 대한항공은 무인화 시스템을 강화해 공항에 상주하는 인력을 줄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부터 국내선 공항 일반석 카운터가 사라졌으며 고객에게 인터넷·모바일이나 무인 발권기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항공 인력을 포함한 조직 슬림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지난해 말 “내년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비용 절감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만큼 올해도 조직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