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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띠 올해 승전보 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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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띠 올해 승전보 울릴까?

경자년, 리더의 자질 갖춘 ‘흰 쥐’의 해
지혜로움과 명철한 판단력 가진 우두머리
재계 맏형격 허창수 회장 48년생 쥐띠
환갑 맞은 60년생 ‘최태원·이재현’ 회장
금융·건설·IT·유통 등 쥐띠 경영인 대거 포진
쥐띠 현명함으로 ‘위기극복·성장, 모두 잡는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흰 쥐’의 해이다. 쥐는 오래전부터 ‘신중하면서도 민첩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혜로움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무리의 우두머리로 꼽히는 ‘흰 쥐’는 무리를 위기에서 구하고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선구자적인 기질을 갖고 있다. 한 기업 나아가 기업집단을 이끄는 총수라면 쥐의 자질과 덕목은 필수라고 조언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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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 경영인 가운데에는 쥐띠가 유독 많다. 이 가운데 1936년 생으로 올해 84세를 맞이하는 이내흔 현대통신 회장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유원영 한국전자홀딩스 사장이 최고령 쥐띠로 꼽힌다. 48년생에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 등이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은 60년생 쥐띠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또한 가장 왕성한 활동 시기에 접어든 72년생에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 정혜승 싸이맥스 부회장 등이 있다. 이처럼 경자년 새해에 경제계 곳곳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쥐띠들의 대활약상을 소개한다.
◇ ‘흰 쥐’ 리더십, 재계 어른 허창수-‘사회적 가치’ 전도사 최태원

경제계 맏형으로 불리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은 1936년생, 쥐띠다. 허 회장은 맏형답게 그동안 국정농단 등 우여곡절에도 지난 2011년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직을 네 차례 연임해 맡고 있다. 이는 허 회장 인품과 지도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허 회장의 ‘아름다운 용퇴’는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그는 GS그룹 회장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두고 막냇동생 허태수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당시 허 회장은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안정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나의 소임은 다했다”며 리더의 결단력을 보여줘 재계에 큰 귀감이 됐다. 그는 2005년 GS그룹 초대 회장을 맡아 그룹을 15년 만에 매출 68조 원, 자산 63조 원, 계열사 64개로 3배 이상 키웠다. 초반 진입장벽이 높은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등 3대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해 그룹의 확고한 구심축으로 키워낸 그는 ‘흰 쥐’의 리더십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태원 SK회장은 올해로 환갑을 맞는 60년생이다.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불리는 최 회장은 생존을 위해서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 철학을 그룹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각 계열사 정관에 기업 목적인 ‘이윤 창출’을 ‘사회적 가치 창출’로 바꿨고 임원 평가의 근거가 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반영하는 등 단순한 선언적 ‘가치’가 아닌 제도화로 실천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남다른 결단력으로 통신·에너지에서 반도체까지 섭렵하며 SK를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켰다. 그는 지난 2011년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 우려에도 과감히 인수를 밀어붙이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선언해 10년도 채 되지 않은 SK하이닉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최 회장의 승부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SK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온 바이오 산업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있다. 최근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발작 치료제 ‘엑스코프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는 최 회장이 바이오 산업에 투자한 지 27년 만의 일이다.

◇ 은행·카드·보험 ‘60년생이 접수한다’
금융권에서는 60년생이 주름잡고 있다. 은행권의 대표적인 쥐띠로는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다. 이 행장은 60년생으로 농협금융지주 출범 후 관례를 깨고 최초로 3연임에 성공한 인물이다.

이 행장은 디지털 혁신을 중심으로 미래선도 금융 그룹 도약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재임 2년간 2배 이상 실적 성장을 이끌어 농협이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4000억 원을 돌파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 행장은 올해에도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수익 상승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동빈 수협은행장도 60년생이다. 그는 지난해 전국 영업점을 일일이 찾아 직원 뿐 아니라 고객과 소통을 늘려 수협의 효율화 극대화에 앞장서왔다.

금융투자업계는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대신증권 사장)이 60년생이다. 나 회장은 대신증권에서 35년간 근무하며 리테일, 법인 영업, 기업금융 등 금융투자업 전반을 두루 경험한 현장형 금융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12년 4월 대신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2차례 연임을 거쳐 올해로 취임 8년째를 맞고 있다. 또다른 60대생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에서 12년간 사장을 역임하며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동갑내기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카드업계의 트로이카'로 꼽힌다. 임 사장은 재임에 성공해 올해에도 신한카드를 이끌게 됐다. 그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지급 결제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 등장 등 힘든 여건에서도 안정된 경영능력을 과시해 1등 카드사 위상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부회장은 업무에 디자인을 접목한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고 슈퍼콘서트 등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문화마케팅으로 업계를 이끌고 있다. 원 사장은 6년 째 삼성카드를 이끌어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과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이 60년생이다. 현 사장은 삼성그룹 내 주요 금융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전문가로 소탈한 성격에 객관적인 분석력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 사장은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퇴진 후 회사를 단독으로 이끌어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건설업계 ‘정몽진·최성안·김창학’ 60년생 동갑내기


건설업계는 정몽진 KCC회장과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이 ‘60년생 동갑내기’ 쥐띠 경영인이다.

정몽진 KCC 회장은 범현대가 창업주 고(故)정주영 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 회장은 2000년 금강고려화학(KCC의 전신)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수업을 거친 뒤 2005년 KCC 대표이사 회장으로 가업 승계를 끝냈다.

그는 지난해 KCC에서 KCC글라스를 인적분할해 동생 정몽익 KCC 사장에게 넘겨 KCC-KCC글라스-KCC건설(정몽열 사장)로 대변되는 3형제간 계열분리를 마무리했다.

새해부터 정 회장은 KCC를 실리콘 중심으로 도료, 소재 사업에 집중해 사세를 확장하고 형제 기업간 협업 구축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1989년 입사 뒤 조달본부장, 화공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화공 플랜트사업 전문가이다. 지난해 초 대표이사가 된 최 사장은 업황 부진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늘리며 실적을 이끌었다. 그는 새해에는 한층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도 화공플랜트·엔지니어링 전문가다. 김 사장은 1989년 입사 이후 화공 코스트(Cost) P&M실장,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4월 수장을 맡아 진두지휘해 오고 있다. 김 대표는 화공 플랜트 사업 중심의 역량을 늘려 국내외 수주잔고를 확대해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순항’을 이끌어 갈 방침이다.

◇ ‘쥐띠’ 공무원 출신, 한수원 정재훈-인천공항공사 구본환


주요 공기업 가운데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쥐띠다. 우리나라 에너지와 항공 산업의 최전방 사령탑에 서 있는 이들은 공교롭게도 60년생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 1983년 행정고시(26회)로 공직에 진출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대변인, 에너지자원실장, 산업경제실장, 차관보 등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7년 4월 한수원 사장에 취임한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발맞춰 한수원을 원자력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친환경 종합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주력해 왔다.

그는 취임 3년차인 올해에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 해외 원전 수주에 성과를 거두고 기초 원천기술 개발에 4800억 원을 투자해 원자력 신사업 발굴에도 매진한다. 그는 또 오는 4월 총선에서 동해삼척 지역 출마설이 제기돼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1989년 행정고시(3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건설교통부 국제항공과 과장, 국토해양부 서울지방항공청장 등을 역임해 공항 운영의 풍부한 실무와 경험을 쌓은 전문 관료다.

지난해 4월 제8대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오른 구 사장은 '초(超)격차 공항시대 선도'를 선언하고 지난 한 해 동안 인천공항 4단계 사업 착공 등 '여객 1억 명 수용'과 '글로벌 톱3 공항' 달성에 전념했다. 새해에는 쿠웨이트공항 제2 터미널 운영권 수주 등 해외사업 확대에 주력해 인천국제공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매출 10조 돌파 홍원표-미르의전설 박관호…경자년 ‘쥐띠 전설’로


정보통신(IT)분야의 쥐띠로는 홍원표 삼성SDS대표와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대표적이다.

60년생 홍원표 삼성SDS 대표는 KTF와 삼성전자, 삼성SDS 등 국내 IT 대기업에 몸 담아온 전문성 있는 최고경영자(CEO)다. 2017년 삼성SDS 대표이사로 선임된 그는 기업의 최대 취약점인 삼성그룹 계열사의 높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오가닉(Inorganic·지분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 경영을 통한 대외 사업 성장'을 기업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홍 대표가 취임한 그 다음해인 2018년 삼성SDS는 매출이 10조 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삼성SDS는 지난해 완공된 춘천 데이터센터를 발판삼아 새해에는 클라우드 사업에 더욱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외 기업 투자·M&A 등 외형 확장을 통한 성장도 기대된다.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은 72년생이다. 박 의장은 지난 2000년 위메이드를 창업한 인물로 1996년 액토즈소프트 설립을 시작으로 게임업계에 몸 담아왔다. 박 의장은 그가 세운 액토즈소프트와 위메이드에서 히트작 '미르의전설' 시리즈를 개발해 한국 게임업계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현재 위메이드 의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 지적재산권(IP)을 불법 사용해 서비스하는 중국 현지 게임사들과 IP 소송전을 진행하며 진통을 겪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굵직한 소송에서 승소해 새해엔 상황이 점차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0년생 이재현-정현식, 경자년 ‘위기돌파’ 원년


유통 분야에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형준 현대백화점 대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 정현식 해마로푸드 대표 등이 60년생 쥐띠다. 의학·건강 관련 업체 중에서 안병준 한국콜마 대표이사가 있다.

환갑을 맞는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말 단행한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재무건전성에 방점을 찍은 상황에서 철저한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사로 재무 악화에 따른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이 회장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그는 경자년을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하고 혁신성장 기반을 다지겠다고 밝혀 올해 한층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 제7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은 “최근 양적으로 크게 성장한 프랜차이즈 산업의 내실을 다지고 질적 성장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가맹사업법 1+1제를 통한 산업의 신뢰도 제고 △식약처 식품위생 교육권 확보를 통한 가맹점 위생 수준 향상 △가맹본부, 가맹점, 예비창업자를 아우르는 다양한 창업 교육을 통한 산업인들의 역량 강화 △해외 진출 활성화를 통해 ‘K-프랜차이즈’의 글로벌 확장 추진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김하수·황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