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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내상 입은 ‘한진家’…‘선택’ 압박받는 조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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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내상 입은 ‘한진家’…‘선택’ 압박받는 조원태

한진 가족 갈등 극명하게 드러난 성탄절 소동
조현아 ‘일격’, 이명희 조력(?)에 화 난 조 회장
공동사과문 냈지만 갈등 봉합 ‘쉽지 않아’
경영권 방어 ‘빨간불’…한진家 ‘공멸’ 할 수도
조 회장, 조만간 위기 상황 '타개책' 내놓을 수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성탄절 소동’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공동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에는 이 고문이 자리하고 있다는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조 회장이 이를 확인하고자 이 고문을 찾았고, 이 과정에서 ‘성탄절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소동을 계기로 가족간 갈등이 표면화 됐고, 갈등의 골은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번 조 회장과 이 고문의 사과문도 사실상 선언적 문구에 불과하다는 분석 속에 조 회장이 실질적인 분쟁 해소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한진가 모두 회복 불가능한 깊은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현아의 조원태 향한 ‘일격’, 모친 이명희 고문 영향?

조 회장이 지난 25일 성탄절을 맞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이 고문을 집을 찾아 격하게 항의한 구체적 발단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 촉발과정에 이 고문이 자리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조 전 부사장의 일격이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모친인 이 고문과의 교감 속에서 표출됐을 것이란 얘기다.

당초 한진의 경영권 분쟁은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한진칼 지분을 한진일가(이명희 고문,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엇비슷하게 보유하고 있는 데다 후계자 역시 명확치 않아, 불만이 담긴 조 전 부사장의 단독 행동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의 조력자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던 와중에 벌어진 ‘성탄절 소동’은 사실상 이러한 가능성을 기정사실화 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고(故)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이 고문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조 회장과 미묘한 마찰을 빚어 왔고, 조 전 부사장의 불만까지 덧붙여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고문이 한진 계열사 중 알짜기업으로 꼽히는 정석기업 고문에 올라 한진그룹의 경영에 관여해 왔다는 것이다. 정석기업의 지분 48.27%는 한진칼이 보유하고 있다. 이 고문은 6.87%, 조현아·조원태·조현민이 각각 정석기업 지분 4.59%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을 받아온 만큼 이 고문과 조 전 부사장간 친밀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최근 한진칼 임원 인사에서 경영복귀가 확실시 됐던 조 전 부사장의 제외, 조 회장의 호텔 사업 등 실적 부진 계열사 정리 시사, 이 고문의 한진칼 경영 관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영권 분쟁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남매’에서 ‘가족’으로 전선 넓혀져…조 회장, '결단' 내놓을까?

이번 경영권 분쟁이 남매 관계를 넘어 가족 구성원간 갈등으로 전선이 넓혀짐에 따라 조 회장으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사수를 위한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이 고문의 한진칼 지분율은 5.27%다. 여기에 조 회장, 조 전 부사장, 조 전무는 각각 6.46%, 6.43%, 6.42%로 엇비슷하다. 한진일가와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28.94%에 이른다.

올해 초 한진과 경영권 싸움을 벌였던 토종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는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 17.29%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건설은 계열사(반도개발, 대호개발, 한영개발)를 통해 5.06%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4.11%나 된다. 여기에 한진가에 우호세력으로 지칭되는 델타항공(10%)도 주요 주주로 구성돼 있다.

KCGI를 제외한 반도건설과 국민연금은 변수다. 지난 3월 국민연금은 소극적 참여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 촉발에 따른 행동 변화가 예상된다. 델타항공이 한진가 우호세력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조 전 회장 별세로 구심력이 약화 된 데다 투자자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진연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족간 결집 동력이 바닥에 떨어진 만큼 현재로선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안정적 지분 확보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물론 ‘한진가 공멸’이란 위기감 속에 조 회장 등 가족 구성원이 결정적 시점에서 결집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실질적인 봉합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가족간 불안한 연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로, 선택을 압박받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 조 회장 입장에선 외부와 내부의 견제 속에 이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라며 “어떤 식으로든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더욱 궁지에 몰릴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