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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SDI, ESS 불량품 의혹...ESS 화재 때 ‘있어야 할 배터리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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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SDI, ESS 불량품 의혹...ESS 화재 때 ‘있어야 할 배터리팩 없어’

조사위원 “삼성, ‘배터리팩 소실·용융’ 주장…처음부터 있었다는 흔적 발견 못해”
애초부터 ‘생산 불량’ 가능성 무게…삼성측 “이미 해명된 사안” 해명

삼성SDI 회사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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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 2차 조사위원회 (2차 조사위)발표가 삼성SDI와 LG화학의 추가 실험 요구로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월 중 ESS화재 원인 결과 발표를 앞두고 삼성SDI의 ESS 제품 ‘생산 불량’ 의혹이 제기돼 2차조사위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2차 조사위 관계자는 12일 “삼성SDI측은 ESS 해체 분석과 용출(가열해 분리)시험, LG화학 측은 자체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조사위가 지난해 12월 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삼성SDI와 LG화학이 자체 조사를 제안해 이를 종합해 1월 중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SS 화재 관련 1차 조사위는 2017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발생한 23건에 대한 원인 조사를 실시하고 같은 해 6월 결과를 발표했다.

1차 조사위는 ESS 화재가 배터리 보호시스템과 운영환경 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관리 체계 미흡 등 주로 설치와 관리 부실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ESS 화재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5건이 추가 발생해 정부는 민관 합동 2차 조사위를 꾸려 다시 조사에 나섰다. 5건 화재 가운데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화재가 3건이고 삼성SDI 배터리는 2건이다.

2차 조사위 관계자는 5건의 ESS 화재 가운데 한 건만이 외부 영향에 따른 화재라고 보고 있다. 그는 “ESS 화재 5건 가운데 한 건만 동물 침입 등 외부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는 나머지 4건이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여겨지며 4건 가운데 두 건은 거의 확신에 가깝다”라며 “KBS보도가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BS는 지난해 12월 “2차 조사위가 배터리 결함이 ESS 화재 원인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조사위 관계자는 "삼성SDI ESS 화재 두 건 가운데 한 건은 가장 황당한 사건”이라며 제품 생산 불량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삼성SDI ESS화재 한 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ESS에 모두 4개 배터리 팩이 있어야 하는데 3개 밖에 없었다”라며 “삼성SDI측은 당시 화재로 배터리팩 한 개가 용융(녹아 내림)됐거나 불에 탔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ESS에는 여러 개 배터리 셀(Cell)을 하나로 묶은 배터리 모듈(Module)과 배터리 모듈을 모아 놓은 배터리 팩(Pack)으로 이뤄져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SDI ESS화재 제품을 수거 후 조사 과정에서 4개가 있어야 할 배터리 팩이 3개만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에 대해 삼성SDI는 화재로 소실됐거나 용융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남아있는 3개 배터리팩도 화재에 녹았거나 소실됐어야 하는데 온전한 상태였다.

이 관계자는 “삼성SDI 주장대로 제품이 녹거나 산화됐다면 최소한 그 흔적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발견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배터리팩이)없었다”면서 “4개로 구성되는 배터리 팩이 3개로 운영되다 보니 결국 한쪽이 과열돼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차 조사위원들도 삼성SD가 불량 제품을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면서 "삼성SDI가 최근 조사위측에 해체 분석을 제안한 것도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SDI는 시스템 공정에 따라 제품 중량까지 체크해 불량 제품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삼성SDI)스스로 불량을 인정하는 순간 제품 신뢰성 등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SDI 제품이 전 세계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 입장을 최대한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의혹이)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조만간 전체 회의를 열어 삼성SDI 생산 불량 의혹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위원회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삼성SDI와 LG화학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알고 있는 만큼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면서도 “우리 기업들이 초일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의심 부분은 ‘확실하게 매듭짓고 가야 하는 게 맞다’고 (위원들도)생각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제품 불량 의혹과 관련해 삼성SDI는 “배터리 문제는 전혀 아니며 이미 해명된 사안”이라며 조사위원 한 명의 주장을 전체 의견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강변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조사위에 관련 사항을 설명하고 이해를 시켰다”며 “조사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6월 1차 조사위 발표는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조사위가 'ESS 화재 원인은 복합적'이라며 다소 애매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2차 조사 결과는 5건 화재 원인을 사안 별로 발표할 예정이다.

2차 조사위 관계자는 “1차 조사위가 조사했던 내용 보다 더욱 세밀하게 관찰했다”며 “한 건 한 건씩 확보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조사를 벌였고 발표를 앞두고 최종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5건의 추가 화재가 최근 발생하고 관련 자료와 근거들이 온전한 상태여서 세밀한 조사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