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일부터 시가 9억 원 초과 고가주택의 보유자에 한해 전세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공적보증기관인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뿐 아니라 민간보증기관 서울보증보험(SGI)을 통한 전세대출 보증도 완전 봉쇄해 버렸다.
시장에서는 고가주택자 전세대출 전면금지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 전세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 대표사례로 이미 다른 지역에 9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자녀 교육 등의 목적으로 서울 강남 등 지역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1주택자이다.
특히, 당장 만기를 앞두고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세금 증액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 없이 스스로 마련하거나, 반전세나 월세로 살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최후 수단으로 보유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규제 드라이브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법무부가 나서 전셋값 상승을 억제할 방책으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을 위한 법률안 검토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제도의 법제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는 말 그대로 전월세 상승률에 제한을 두는 것을 말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하면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을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회기 만료를 앞둔 20대 국회에 발의된 상태로 처리될 가능성은 낮지만, 4월 총선 뒤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를 통한 제도 도입 속도가 빨라질 확률이 높다.
반면에 시민사회단체는 임차인 보호와 주거 안정성을 위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10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연대’는 올해 초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신고제 ▲ 임대보증금 보호 강화를 핵심으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정하고 정치권에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정책은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대출 규제로 갭투자 패턴에 제동이 걸리면서 매매가격은 안정세로 흘러갈 것으로 보이지만, 임대차 공급원으로 작용하던 갭투자 매물이 점차 감소해 입주량이 부족한 일부지역은 가까운 봄 이사철에 전세가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은 가격안정 대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전월세 가격급등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집주인이 계약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보상 심리로 전세 계약금과 월세를 큰 폭으로 올려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