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주요 공기업의 대부분이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취하고 있어 자회사로 전환된 근로자들이 기존과 처우가 달라진 것이 없다고 여기면 언제든 분쟁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파업에 들어갔던 가스공사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하룻만에 중단하고 오는 7일 노사 집중협의를 열어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로써 국·공립병원 등 일부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시장형, 준시장형 공기업 등 주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최대 공기업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정규직화 속도가 더뎠던 한국전력도 이달 초까지 검침원 등 전체 비정규직 8500여 명의 95%에 해당하는 약 8000명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5000명 중 90.1%에 이르는 18만 500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다. 정부는 이달 초께 지난해까지 집계된 정규직 전환 현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입장은 정부의 추진 의지와 다소 결이 다르다. 주요 공기업 대부분은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한 탓에 자회사 전환 근로자들이 기존 용역회사 소속일 때와 처우가 별단 다르지 않다고 여기게 되면 언제든 파업 등 대규모 분쟁이 재연될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공기업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은 마무리 단계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다른 노동계 관계자도 정부 가이드라인의 모호함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분쟁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2017년 7월 발표된 정부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3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 직접고용 방법,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법,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을 통한 흡수 방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 자회사 방식을 취해도 되는 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없다.
또한, 생명·안전 업무는 직접고용만 허용된다고 규정하면서도 해당 업무가 무엇인지 세부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해 11월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철도파업을 벌였던 KTX열차 승무원들이 한국철도 본사가 아닌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기에 이들의 직접고용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승무원 업무는 생명·안전 업무가 아니라는 해석이 된다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따라서 만일 2018년 12월 강릉선 KTX 탈선사고와 같은 열차사고가 났을 당시 KTX열차 승무원들이 승객 대피 등 생명·안전을 위한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역설이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2018~2019년 사이 동시다발로 설립된 주요 공기업 자회사 CEO 자리의 상당수가 본사 임원 출신 또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노사 대립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또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최근 공공기관장의 낙하산 인선에 노조 측이 반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상이 새로 생긴 공기업 자회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