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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천연가스 국제가격 25% 하락...도시가스 요금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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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천연가스 국제가격 25% 하락...도시가스 요금 내릴까

세계은행 "지난해 25% 하락...셰일가스·온난화로 당분간 하락세 지속 가능성"
원료비연동제 적용 인하 기대감 높아...'가스공사 미수금 정산단가 부과'가 변수
미수금 현재 1조4천억...가스공사 "국제가격 하락 때는 원료비연동제 충실히 적용"

한국가스공사 제주 천연가스 기지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가스공사 제주 천연가스 기지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올해 국내 도시가스 도매요금도 인하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1조 4000억 원이 넘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인하 여부와 인하 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4일 가스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세계은행(WB)이 전 세계 지역별 천연가스 가격을 종합해 작성한 지난해 천연가스지수(NGI)는 61.15를 기록하며, 전년도인 2018년(82.06)보다 25.5%나 떨어졌다. 세계은행은 "미국 셰일가스의 생산 증가 등으로 지난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후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지수는 2008년 179.78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4년까지 110대를 유지하다 하락하며 지난해 61.15까지 추락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 증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후 온난화의 확대로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국내 도시가스 도매요금도 올해 상당 수준의 인하가 기대된다.

국내 발전용 가스와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정부와 가스공사가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해 국제가격에 맞춰 조율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 천연가스지수가 2014년 110.00에서 이듬해 71.58, 2016년 56.95으로 떨어지는 동안 국내 도시가스 도매요금도 2015년 3차례, 2016년 2차례, 2017년 1차례 최소 5.9%에서 최대 10.3%씩 인하됐다.

반대로 2017년 68.95, 2018년 82.06으로 연달아 상승하자 국내 도시가스 요금 역시 2018~2019년 두 해 동안 모두 3차례 인상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만 보면 국제 천연가스지수가 110대에서 60대로 약 45% 떨어지는 동안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메가줄(MJ) 당 21.09원(주택용)에서 14.42원으로 약 32% 떨어졌고 발전용 가스요금 단가 역시 기가줄(GJ) 당 1만 9300원에서 1만 3159원으로 약 32% 떨어졌다.

이런 과거 사례로 본다면 올해 도시가스 도매요금의 상당한 인하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도시가스 도매가격 책정 시 반영되는 여러 요인 중 '미수금' 누적으로 인한 '정산단가' 부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0~2019년 세계은행(WB) 천연가스 지수 추이. 자료=세계은행 이미지 확대보기
2000~2019년 세계은행(WB) 천연가스 지수 추이. 자료=세계은행

미수금은 정부와 가스공사가 국제 천연가스 가격 상승분을 전액 국내 가스요금 인상에 반영하지 않아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미수금이 누적되면 정부와 가스공사는 '미수금 정산단가'를 부과해 메운다.

산업부는 국내 가스요금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2013년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발전용 가스요금에는 비교적 충실히 적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도시가스 도매요금에는 서민물가 부담을 우려해 국제가격이 상승해도 적용을 미루거나 국제가격 상승분보다 적게 인상하는 등 연동 시기와 폭을 조정하고 있다.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원칙적으로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국제가격, 환율 등 요인을 반영해 3%를 초과하는 원료비 변동요인이 있을 때 기준원료비를 조정하며 여기에 공급비용, 미수금 정산단가를 가감해 책정된다.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기준원료비, 공급비용 등은 자동적으로 조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미수금 발생이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산단가 부과는 정부가 정책적인 이유로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도시가스 미수금이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5조 원까지 쌓이기도 했다.

2018년 1월 산업부는 2017년 11월 기준 5조 원대 규모의 도시가스 미수금을 모두 해소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미수금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업계에 따르면, 2017년 11월 이후 다시 도시가스 미수금이 누적되기 시작해 지난해 연말 기준 약 1조 4200억 원 가량 쌓인 것으로 추정했다.

2017~2018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 2018~2019년 도시가스 요금을 3차례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수금이 발생한 셈이다.

산업부는 당시 원료비 인상분을 모두 반영하려면 두자릿수의 인상률을 적용해야 했지만 실제로 적게 인상하다보니 미수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산업부는 앞으로 미수금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미수금 발생 시점 등 해명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업계는 정부가 스스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국제가격이 오를 때는 물가부담 등을 감안해 국내가격 인상 폭을 조정하기 때문에 미수금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국제가격이 하락할 때는 원료비 연동제를 충실히 반영해 국내가격을 인하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원료비 외에도 인프라설비 등 공급비용,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책정하기 때문에 올해 국내 도시가스 도매요금 인하 폭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부에서는 도시가스 도매요금의 불투명성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가스공사의 '장기계약' 체결방식을 꼽고 있다.

가스공사는 2018년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총 수입량 4402만 톤 중 32.4%인 1425만 톤을 카타르에서 수입했고, 지난해 주요 국가별 LNG 도입단가에서 카타르는 톤당 604.9 달러인 반면, 미국 425.8 달러, 말레이시아 446.9 달러, 호주 501 달러, 브루나이 503.6 달러, 오만 639.9 달러였다.

카타르는 우리나라의 LNG 수입 1위국이고, 오만은 3위국이어서 결국 가스공사는 '가장 많은' LNG 물량을 '가장 비싸게' 수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문제 지적에 가스공사는 LNG 도입 계약은 통상 20년 장기계약인 만큼 계약 체결 당시 국제 가스시장 환경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석유와 달리 액화시켜 운송, 보관해야 하는 천연가스는 그 특성상 장기계약을 체결한다"며 "2020년대 중후반에 계약이 만료되는 카타르를 포함해 모든 장기계약은 당시 국제 상황에서 최선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9월 영국 석유회사 BP와 15년간 미국산 LNG 도입계약을 맺는 등 LNG 도입선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도시가스 요금의 인위 조정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등 순기능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왜곡구조를 일으켜 가스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정부와 가스공사는 "발전용 가스와 같이 도시가스에도 원료비 연동제를 충실히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