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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방어선 지켜낸 이재용 ‘100년 기업 초석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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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방어선 지켜낸 이재용 ‘100년 기업 초석 다진다’

이 부회장 “진짜 실력 나올 것”…‘반도체 부진’, 공격 경영으로 돌파
지난해 실적 사실상 이재용의 첫 성적표, 반도체 영향 컸지만 ‘선방’
올해 반도체 청신호, 삼성 ‘진짜 실력’으로 글로벌 시장 평정?
경영능력 인정받은 이 부회장, ‘뉴삼성’ 가속화…‘우한폐렴’ 악재 변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반도체 시황이)좋지는 않지만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다.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지난해 1월 15일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 이후 청와대 경내 산책에서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 데 요즘 어떤가”라는 문재인 대통령 질문에 대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답변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부진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적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 뿐만 아니라 사법 리스크와 악화된 경영 환경속에서도 이 부회장이 공격 경영으로 ‘실적 방어선’을 지켜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져 나온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야심찬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 호암(湖巖) 이병철 선대회장이 29세 되던 1938년 대구 달성공원 옛터에 자본금 3만원으로 쌀가게 삼성상회(三星商會)를 열며 사업을 시작한 삼성그룹이 이제는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100년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얘기다.

◇반도체 불황 비켜서지 못한 삼성, IM·CE가 뒷받침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도 전반적으로 예년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230조4009억 원, 영업이익 27조77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대비 매출이 5.4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2.84%나 뚝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반도체 부문의 수익 감소 영향이 컸다.

다만 지난해 4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실적이 전 분기 대비 개선돼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조4500억원, 매출은 16조79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경영 성적표가 다소 부진했지만 스마트폰과 가전이 뒷받침해 실적을 지탱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IM)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07조2600억원, 영업이익 9조2700억원을 기록하며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플래그십(주력) 제품 판매 확대와 갤럭시 A시리즈 라인업 재편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담당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해 매출 44조7500억원, 영업이익 2조6100억원을 기록해 2018년보다 보다 늘었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값 하락에 따른 완제품 원가 절감과 프리미엄 TV 판매, 건조기 등 신가전 판매가 실적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나홀로 성적표’…글로벌 경영통해 올해 ‘진짜 실력’ 나온다


이번 삼성전자 실적은 이 부회장으로선 의미가 크다. 2018년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실형을 살다가 석방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돼 공식적으로 삼성 총수에 올랐다.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 이후 사법 리스크와 각종 대내외 변수 속에서도 경영 전면에 서서 삼성을 진두지휘 해온 만큼 2019년도 설적은 사실상 이 부회장의 실질적인 첫 성적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주로 해외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춘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새해 벽두부터 수원사업장의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장비 생산라인을 방문했던 이 부회장은 그해 2월부터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을 시작으로 일본, 중동, 인도 등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는 특히 지난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왕세제를 비롯해 조지 W 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회동,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등 세계 정상과 유력인사를 잇따라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난 4월에는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기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 채용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반도체 불황 시기에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통해 ‘반등의 기회’로 삼겠다는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 이 부회장의 ‘진짜 실력’이 곧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실질적 총수로서의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올해를 ‘100년 기업’ 초석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 전망이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