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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가대표 기업’ 삼성·LG의 볼썽사나운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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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가대표 기업’ 삼성·LG의 볼썽사나운 이전투구

산업부 오만학 기자.
산업부 오만학 기자.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또다시 서로를 겨냥한 비방 광고를 내놓아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회사 공식 유튜브 채널에 'LG 트롬 건조기-건조기술 따져보기'란 제목의 디지털 광고를 게재하면서 삼성전자 건조기를 저격하는 내용을 삽입했다.

광고에서 LG전자'타사 건조기'는 실내 설치를 위해 물통 수납함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는 해당 건조기 브랜드를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타사 건조기'란 문구 옆을 파란색 점으로 표시해 사실상 삼성 제품임을 암시했다.

삼성전자 역시 자사 세탁기·건조기 신제품 '그랑데 AI(인공지능)'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그랑데 AI)자동 세척 방식과는 다른 위생적인 직접 관리형 열교환기를 적용했으며 마이크로 안심 필터로 먼지 걱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콘덴서 자동세척'기능이 적용된 LG 트롬 건조기를 사실상 저격한 것이다.

삼성과 LG 간의 상호비방전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LG전자가 삼성 8K TV를 두고 ‘국제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한 8K’라며 평가절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양사는 의류 관리기, 세탁기·건조기 등 생활가전 모든 분야로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양사의 비방전은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업체들이 갖는 독보적인 지위에서 비롯됐다. 삼성과 LG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가전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경쟁업체는 독주 체제를 가로막는 귀찮은 장애물로 여겨져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겐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실제 지난달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 기술 전시회 ‘CES 2020’을 앞두고 주최 측은 전시 참가 계약서에 참가 업체 간 상호 비방을 금지하는 조항을 뒀다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졌다.

국내 업체 간 이전투구는 경쟁국 업체들에 어부지리 기회만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현재 중국을 필두로 여러 국가는 시장 리더인 한국 업체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국내 업체 간 숨통 조이기가 계속된다면 업계 주도권이 해외 업체들에 넘어가는 일은 시간문제다.

최근 삼성과 LG를 비롯한 재계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들의 기() 살리기를 주문하고 있다. 재계는 기업이 잘 돼야 나라 위상이 높아진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삼성과 LG는 국익을 해치는 진흙탕 싸움을 멈추지 않는데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지 이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