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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에 그친 ‘反조원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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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에 그친 ‘反조원태’ 연합

조원태, ‘조현아’ 연합 향해 대대적 반격
‘호텔‧레저’ 사업 매각-‘경영 투명화’ 선언
비핵심자산 매각 요구해 온 KCGI, 허 찔려
'갑질 논란' 조현아, ‘아버지 유훈’ 주장도 퇴색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45) 한진그룹 회장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경영 투명화 조치로 반(反)조원태 진영의 명분이 희석됐다”

누나인 조현아(46)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조원태’ 연합 공세로 수세에 몰렸던 조 회장이 최근 그룹 경영 투명성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이라는 반격 카드를 내밀자 재계 안팎으로 흘러나오는 얘기다.
애초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6.49%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을 중심으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한진칼 지분율 17.29%), 반도건설(8.285%)간 연합 결성에 우군을 확보하지 못한 조 회장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익 안 되는 사업 팔고'....경영 투명화 나서는 조원태

‘캐스팅 보트(결정표)’를 쥔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조 회장 지지로 돌아서면서 조 회장은 지분율 33.45%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반조현아’ 진영 지분율 32.06%에 비해 1.39%포인트 앞서게 된 것이다.

여세를 몰아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호텔‧레저 사업 매각과 이사회의장 분리 선출,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를 위한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사외이사 구성 등을 제시하며 ‘반조원태’ 진영을 압박했다.

한진칼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조원태-반조원태’ 진영 간 대결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 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러나 조 회장의 비핵심 자산 매각을 비롯한 경영 투명화 조치는 반조원태 진영이 줄곧 요구해 왔던 사안이다. 이에 따라 반조원태 진영의 명분이 하나 둘씩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CGI는 지난해부터 한진그룹의 유휴자산과 비핵심 자산으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1만1000평(3630억 원), 인천 율도 3만3000평(1890억 원), 제주도 정석비행장 38만평(450억 원), 칼호텔네트워크, LA월셔그랜드호텔 등을 지목한 후 매각을 요구해 왔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들 사업 매각이 필요하다는 게 KCGI 주장이다.
이에 조 회장이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사업 매각을 비롯해 그랜드하얏트 인천, 월셔그랜드센터도 매각을 검토하겠다며 반조원태 연합군 공세에 응수했다. KCGI 측은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며 폄하하고 있지만 조 회장을 겨냥한 KCIG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갑질 논란’ 주역 ‘조현아’의 경영개선, ‘어불성설’ 비판

“‘공동 경영하라’는 아버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유훈과 다르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조 전 부사장 명분도 퇴색되는 분위기다.

우선 조 전 부사장 행보는 ‘공동 경영’ 주장과도 어긋난다. 고 조양호 전 회장 유훈과는 달리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반조원태’ 진영은 조 회장 퇴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다투는 주총에서 조 회장이 패하면 자칫 한진가(家)오너 전체의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 주장에 업계는 의아해하고 있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전 부사장에게 등을 돌린 이유도 KCGI의 협공으로 자칫 한진가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반조원태 진영이 내세운 “일반주주 이익 증진”이라는 점도 주요 관전포인트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게다가 명품 밀수 의혹과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등으로 각종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당시 한진그룹 주식은 출렁거렸고 대한항공 브랜드 가치도 추락했다. 이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의 ‘주주이익 증진’이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조 전 부사장이 진두지휘 해 온 호텔‧레저 사업 대다수가 실적 부진과 부채 등으로 대한항공에 재무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는 점에서 장본인의 ‘경영개선’ 주장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갑질 논란으로 그동안 한진그룹 가치에 타격을 입힌 조 전 부사장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올해 초부터 ‘우한폐렴’으로 항공업계 경영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주주들도 조 전 부사장이 시작한 경영권 분쟁을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