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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휴렛팩커드의 ‘무계획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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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휴렛팩커드의 ‘무계획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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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시작했다.… 볼링장의 파울선 장치, 망원경의 시계 구동장치, 변기의 물이 자동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장치, 체중을 줄이기 위한 전자 충격장치 등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만들었다.”

세계적인 기업 휴렛팩커드는 이렇게 털어놓은 적 있었다. “회사부터 설립한 후” 어떤 상품을 취급해야 좋을지 궁리한 것이다. ‘자동차 차고’에 사무실을 차리고 나서 생각한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이 차고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

월마트를 세운 샘 월턴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샘 월턴은 특별한 아이디어나 유통업에 대한 지식도 없었다.

시작은 미국 아칸소 주에 있는 뉴포트라는 작은 도시의 잡화점이었다. 장사를 하다 보니, 도심을 벗어난 곳에 대규모 할인매장을 세우면 성공할 수 있을 듯싶었다. 그렇게 만든 게 월마트였다.

스카치테이프, 포스트 잇 등 6000여 개나 되는 제품을 개발한 3M도 ‘오락가락하던 기업’이었다.

3M은 당초 광산사업으로 시작했다. 사금을 캐려다가 쫄딱 망하고 나서 사포 제조회사로 업종을 바꿨다. 자동차용 왁스와 광택제를 만들었다가 신통치 않아서 생산라인을 없애 버리기도 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포스트잇도 우연히 개발된 것이었다. 개발자인 아트 프라이는 이렇게 밝혔다.

“일요일 예배를 볼 때 노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조그만 종이쪽지를 찬송가에 끼워 놓곤 했다. 하지만 쪽지가 빠져버려서 곤란해지는 일이 잦았다.… ‘접착용 쪽지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이들 기업이 성공한 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살아남아야겠다는 ‘생존본능’이다. 여러 차례나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다.

그래서 창업은 중요하다. 일단 창업부터 하고 나서 ‘할 일’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휴렛팩커드처럼, ‘자동차 차고’에 회사를 차릴 경우에도 ‘창업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시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창업비용에 대한 조사가 있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며칠 전 창업 환경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창업비용은 지난해 490만 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의 514만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다고 했다. OECD 평균인 113만 원에 비해서는 4.3배에 달했다. 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14%인 69만 원에 불과했다.

한경연은 나라마다 소득이 다른 점을 감안, 창업비용을 1인당 국민총소득(GNI)과도 비교했다. 우리나라는 GNI의 14.6%로 멕시코의 15.2%에 이어 두 번째로 컸으며, OECD 평균 3.4%의 4.3배, 미국 1%의 16배, 일본 7.5%의 1.9배인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미국의 16배나 되는 경비를 부담하면서 창업하고 있는 셈이다. 휴렛팩커드가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했다면 아마도 좀 힘들었을 것이다.

그나마 창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우리나라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8일로 OECD의 9일보다 하루가 짧았고, 미국의 4.2일보다는 많이 유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런저런 ‘규제’가 사업을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규제 폭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규제 샌드박스’를 강조하던 정부가 ‘규제혁신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