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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큰손' 사라진 홍콩 명품 소매업체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19로 발길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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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중국 큰손' 사라진 홍콩 명품 소매업체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19로 발길 '뚝'

중국의 큰손들이 홍콩에서의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홍콩에서 사라져 홍콩 상거래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큰손들이 홍콩에서의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홍콩에서 사라져 홍콩 상거래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24세의 영업 사원인 장쯔성은 홍콩에서의 쇼핑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장먼에 있는 그의 집이 고속철로 90분 거리에 있고 홍콩 주민들과 같은 광둥어를 구사하지만 홍콩에서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신체적인 위협으로 더 이상 홍콩으로 가지 않고 마카오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SCMP는 이와 관련, 중국의 큰손들이 홍콩에서의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홍콩에서 사라졌다면서 홍콩 상거래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본토 관광객들의 2018년 기준 1인당 평균 소비는 7029홍콩달러로 그 해 홍콩 방문객의 78.3%를 차지했다. 홍콩의 관광 산업이 지난 2003년 21%에서 최근 32%로 증가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난해 홍콩의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19의 확산은 홍콩 방문자의 급감으로 이어졌고 이는 쇼핑의 아시아 태평양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멸망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명품 및 프리미엄 브랜드 유통업체인 블루벨그룹의 애슐리 믹클라이트 사장은 "홍콩은 국제 유통 중심지로서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홍콩은 예전엔 우리 아시아 사업의 20%였으나 지금은 5%로 격감했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의 명품 수석 연구 분석가인 루카 솔카는 "고급 브랜드들의 3분기 홍콩 매출이 평균 45% 감소했다고 보고하는 등 하락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프리미엄 브랜드 그룹인 LVMH 모에트 헤네시 루이비통은 12월에 끝난 4분기 동안 매출이 40% 하락했다.

전자상거래 서비스 업체인 e서비스 그룹의 설립자 겸 CEO인 앨런 림씨는 "대부분의 소매업체들이 바이러스 발생 전부터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많은 소매업체들이 파산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홍콩에서의 소매업은 전망이 매우 어둡다"고 진단했다.

프라다와 루이비통은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중국 본토 관광객들을 멀리했던 지난해 소매 판매의 둔화에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다.
프라다는 지난해 8월 코즈웨이 베이의 러셀 가에 있는 플라자 2000에서 임대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지난 1월 루이비통은 같은 지역에 있는 타임스퀘어 쇼핑센터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되면서 소매 부진은 대중 시장 브랜드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미국의 의류 소매업체인 J. 크루 그룹은 커즈웨이 베이와 란 퐁에 있는 두 곳의 점포를 모두 폐쇄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를 자랑하는 250m에 달하는 상업용 부동산 러셀가를 둘러싸고 있는 홍콩 인근 코즈웨이 만의 휴가율은 10%까지 치솟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소매 부진이 브랜드의 대량 이탈과 결합돼 소매업계의 모든 시장 부문에서 임대료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 전역이 거의 폐쇄되고 집에서 주문하는 추세가 일반화돼 쇼핑객들은 인근 쇼핑몰, 식당, 카페에서조차 멀어졌다. 명품 판매의 부진은 소매업계 침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일부 지주들과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은 입주자 지원을 위해 임대료를 대폭 인하하거나 면제해줄 것을 추진했다. 홍콩에서 세 번째로 큰 개발업체인 헨더슨 토지개발은 소매상들을 돕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임대료를 60%까지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화장품 매장 프랜차이즈를 46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킨 사사 인터내셔널 홀딩스는 홍콩과 마카오에서 21개 매장을 폐쇄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3개월 동안 75%의 임금인하를 발표했다.

은행들도 지원에 동참했다. 홍콩의 12개 은행은 그들의 주택담보대출자들에게 최대 1년의 구제금융을 제공했고, 일부 은행들은 항공 승무원, 식당 운영자, 중소기업 등 소비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 금융을 확대했다.

일부 소매업체들은 1월 하버시티에서 구찌가 이른바 핀(pin)을 열고 타임스퀘어에 팝업 매장을 개설하는 등 임대 기간이 짧고 비용이 낮은 팝업 매장으로 몰리고 있다.

시위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전자상거래에 주력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소매업체는 없지만 최근의 상황은 소매업체들이 온라인에 투자하는 '완벽한 폭풍'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유로모니터의 수석 분석가 사이먼 헤이븐은 "명품 소매업체를 비롯한 여러 기업은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도 점차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관광산업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인 이우 시윙은 "홍콩은 정치적 위기와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킨 범죄인 인도 법안의 여파로 손상된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이 중국에 비해 우위였던 명품 브랜드 가격 차이는 지난 해 중국 정부의 세제 개혁 이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는 "이 때문에 홍콩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어 주머니가 두둑한 중국 쇼핑객들은 중국 본토에서 더 많은 명품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끝나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는 이중의 타격으로 다가왔다면서 홍콩 유통업계가 근본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더 많은 기업들이 폐업할 것으로 진단했다.

베이징의 주요 쇼핑센터 개발업체 중 하나인 항룽그룹의 억만장자 로니 찬치충은 중국인 방문객의 홍콩 귀환 전망에 대해 가슴 아픈 진단을 했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갔던 간부와 비서들이 호텔로 걸어가고 있을 때 반정부 시위대들로부터 욕설을 들었다. "그들 같으면 홍콩으로 다시 가겠나?" 그가 물었다. "세상에는 갈 곳이 너무 많다. 이와 같은 일화는 수없이 많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홍콩 유통산업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