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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정보 차단된 '코로나 청정지역' 베트남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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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정보 차단된 '코로나 청정지역' 베트남이 무섭다

지난주부터 베트남에는 16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모두 완치됐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주부터 베트남에는 16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모두 완치됐다.
‘베트남은 코로나에서 안전할까?’ 최근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면서 베트남에 거주하는 교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의문이다.

언론보도만 보면 두 나라는 확연한 온도 차가 있다. 한국은 그야말로 난리통인 반면, 베트남은 평온하다. 베트남은 지금 '코로나 청정지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지난주까지 베트남 언론들은 코로나 확진자 16명이 모두 완치됐으며 획기적인 치료제 개발로 15명이 성공적인 치료를 받았다고 앞다투어 보도했다. 더 이상 확진자도 없으니 실제로 코로나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정도면 ‘자화자찬’할만 하다. 그런데 전세계 의료관련 기관들은 베트남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다. 오히려 코로나로 난리통이 난 한국의 대처에 대해 극찬하고 있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한국질병관리 본부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대처능력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하루 3000명이상 검진하고 지금까지 2만명 이상에 대한 상세한 결과를 발표할 능력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탄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많은 네티즌들은 고틀립 국장의 트위터를 리트윗하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거짓말 하지 않는 국가’라고 찬사를 보냈다.

맞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정직함에 기반한 정보의 투명성이다. 베트남에 살면서 현지의 언론과 정부의 말을 빌리자면 ‘아주 안전한’ 상황임에도 ‘매우 불안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차단된 정보에 의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것도 정부에 의해서 말이다. 베트남의 현 상황은 정부권력의 의해 차단된 정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 국장의 트윗내용.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 국장의 트윗내용.

상황을 조금만 주의해서 보면 쉽게 알수 있다. 한국을 기준으로 보면 대구에서 코로나는 급속도로 퍼졌다.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혹은 밀폐된 공간, 지인들과의 식사 등을 통해서도 크게 확산됐다는 것을 알수 있다. 현재 베트남은 빈푹이라는 공단지역이 대구와 같은 곳이다. 16명의 확진자 중에서 11명이 빈푹공단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손 로이라는 마을에서 4명이 나왔다.

뒤늦게 베트남 정부는 빈푹지역을 폐쇄하고 200여명이 넘는 의료진을 투입했다. 300명 병상규모의 야전병원도 빈푹지역에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러한 폐쇄명령이 내려지기 전 192명에 달하는 빈푹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나갔다는 사실이다. 일부 현지언론에서는 도시를 '벗어났다'로 표현하기 보다 '도망갔다'라는 표현을 썼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런 시골마을일수록 코로나19 등 질병정보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예방조치나 자가격리 등 조치를 잘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베트남의 정서상 코로나 감염성이 높은 잠재적인 확진자들이 위험성을 모르고 동네 주민들과 서로 어울려 먹고 놀고 마셨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빈푹지역 공단에서 많은 노동자들과 일하고 있으며 일부는 다른 도시로 나갔다. 아니 탈출한 상황이다.

실제 하노이 인근 호아락 단지에 근무하는 한 한국교민은 지난주 지역에서 탈출한 감염자를 잡으러 베트남 공안들이 공단을 뒤지고 있다며 한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진위는 불투명 하지만 이정도 사태면 아마 한국에서는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도 남았을 사안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조용하다.

이번주부터는 16명의 확진자들이 다 완치됐다는 뉴스만 보도된다. 그동안 간간이 보도됐던 빈푹지역의 폐쇄조치 소식도 뚝 끊겼다. 수천명에 이르는 중국내 근로자들이 복귀하면서 하노이 인근 군부대에 격리 수용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추가적인 어떠한 보도도 나오지 않는다.

우려가 되는 이유는 지금부터다. 베트남 언론들이 현지 코로나 관련 소식은 잠잠하거나 긍정적인 소식만 전하는 반면, 한국의 코로나 확산소식은 앞다투어 전하고 있다. 마치 ‘물을 만난 고기’ 같다. 그뒤로 이어지는 현상은 지역 사회에서 한인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다. 중국 우한사태가 처음 시작됐을 때 현지인들과 미팅을 할때면 그들 대부분은 “중국인들이 문제다. 그들만 차단하고 안 만나면 베트남은 안전하다”고 입을 모아 비난했다. 이제 그 시선이 한국인들로 향하고 있다. 베트남의 대다수 사람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한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발표하는 사실을 거의 맹신하다시피 한다.

베트남 언론들은 한국의 코로나 감염소식과 베트남내 한국여행객들 격리조치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 언론들은 한국의 코로나 감염소식과 베트남내 한국여행객들 격리조치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마치 언론 프레임을 ‘향후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 중국인과 한국인 탓이다’로 씌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단지 기우이길 바라지만 걱정하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발생하는 '무지'가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에 수년간 유학을 갖다온 베트남 사람들조차도 두 나라의 수준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지만 애국이라는 단어와 연관되면 맹목적으로 변한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 사는 한국 교민들중에 위급상황에서 현지 병원 진료를 받길 원하는 사람들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없을 것이다. 빈그룹에서 운영하는 일부의 몇개를 제외하면 국립병원조차도 한국에 있는 동네 병원보다 못한 수준이다. 피가 묻은 헝겊과 거즈가 복도에 뒹구는 곳도 많다.

지난주 만난 베트남의 한 지인은 “걱정하지 마라.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정부에서 무료로 다 치료해 준다. 베트남에 있는 전국 모든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한국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