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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무료 배송' 카드 꺼내든 일본 라쿠텐이 아마존을 못 이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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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무료 배송' 카드 꺼내든 일본 라쿠텐이 아마존을 못 이기는 이유는?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 사진=로이터
무료 배송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인터넷 통신판매 대기업 라쿠텐이 흔들리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3월부터 무료 배송을 실시할 방침을 발표했지만, 그 비용를 소매점주에게 부담시킨다는 방침에 대해 일부 점주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현장검사에 나섰다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라쿠텐 창업자로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은, 배송료 무료화에 대해 "무조건 성공시키고 싶다"며 현장검사 방침을 밝힌 공정거래위원회를 비판하는 등 회사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하지만 라쿠텐이 전개하는 사업의 본질을 감안하면 이번 무료 배송 정책은 처음부터 무리한 것으로 미키타니 회장의 의도대로는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라쿠텐은 일본의 인터넷 쇼핑사이트 대기업으로서 '유사 비즈니스'라는 아마존과 자주 비교된다. 그러나 라쿠텐과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구조는 크게 다르다. 라쿠텐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라쿠텐 시장에 가게를 내는 소매점으로부터 출점료를 받고 있다. 라쿠텐에 있어서의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고 소매점인 셈이다. 결국 라쿠텐의 비즈니스 모델은 장소를 대여해 주는 사업이므로 부동산업이나 백화점에 가깝다.

반면 아마존은 상품 대부분이 직판이고 순수 소매점이어서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고객이다. 물론 라쿠텐도 소비자가 라쿠텐 시장에서 쇼핑을 해 주지 않으면 소매점이 없어질테니 간접적으로는 소비자도 고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누구에게 돈을 받느냐의 차이는 지극히 크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방문해 주는 것이 점유율 확대의 절대 조건이다. 때문에 소비자 편의성 향상에 경영자원의 대부분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라쿠텐은 상품의 판매가 기본적으로 출점한 소매점에게 맡겨지기 때문에, 어떻게 서비스할지는 소매점주에 달렸다. 아마존은 상품을 사기 전부터 그 상품이 언제 배송되는지 거의 예외 없이 알게 되어 있지만 라쿠텐에는 그러한 서비스가 없다. 라쿠텐 스스로가 소매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품의 배송도 모두 출점한 소매점주에게 맡겨져 있으므로 라쿠텐은 웹 사이트의 운용에만 전념하면 그만이다. 경영적으로 매우 홀가분한 구조다. 이러한 홀가분함이 초기에는 시장에서 먹혔고 라쿠텐은 단번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신판매가 일반화되면 경쟁이 심화되고 생존하기 위한 조건으로 서비스 수준이 중요해진다. 이 때문에 라쿠텐과 같은 장소 대여 비즈니스 구조는 반대로 불리한 점이 노출되기 시작한다. 꾸준히 자사 물류망을 구축해 온 아마존이 우위에 선 것은 필연이었던 것이다.

미키타니씨는 아마존에 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배송료’라고 발언하고 있지만 이는 틀렸다. 인터넷 통신판매의 이용 빈도가 높은 소비자의 대부분이 아마존을 지지하는 것은 서비스가 이용자 시선으로 설계되고 있기 때문이지 배송료 문제가 아니다. 만일 배송료가 경영 전략의 중요한 열쇠라면 출점한 소매점이 아닌 라쿠텐 본사가 부담해야 하는데 이 또한 모순이다.

라쿠텐의 곤경은 사업 구조 그 자체가 원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가인 미키타니 회장이 이 사태를 모를 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배송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하고 있는 것은 라쿠텐에게는 이미 선택 옵션이 없어지고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미키타니 회장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잔머리를 굴리는 대응이 아니고 창업자 외에는 할 수 없는 근본적인 전략의 전환이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