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국내 전선업체 中진출 막혔는데...한전, 완도~제주 해저케이블에 中입찰 허용? 역차별 논란

공유
6

국내 전선업체 中진출 막혔는데...한전, 완도~제주 해저케이블에 中입찰 허용? 역차별 논란

기재부에 中기업 입찰참여 놓고 유권해석 요청...업계·시민단체 "국내기업과 형평성 어긋나"
국내 전선산업 경쟁력 저하, 저품질 따른 정전사태, 美·유럽도 입찰허용 압박 등 후유증 우려
한전 "中 참여 허용 아냐...입찰 참가자격 등 계약방법 내부검토중, 결정된 것 없어" 해명

한국전력(한전)과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해상풍력'이 운영하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전경. 사진=한국해상풍력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한전)과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해상풍력'이 운영하는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전경. 사진=한국해상풍력
한국전력이 국가기간산업인 전력사업의 입찰에 중국기업 참여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27일 한전과 원자력국민연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한전은 조만간 '완도~제주 구간 제3초고압직류(#3HVDC) 해저케이블 건설사업' 입찰을 공고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번 사업 입찰을 국제입찰로 진행하고, 중국기업의 입찰 참여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전선업체와 시민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돼 있지 않아 우리 전선업체는 중국으로 전력케이블 수출이 원천차단돼 있고, 중국 전선업체 역시 국내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전이 완도~제주 해저케이블 건설사업의 입찰에 '예외적으로' 중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지 기획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재부는 "발주처가 꼭 필요로 한다면 GPA 미가입국이라도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한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번 입찰에서 중국기업이 선정되면 국내 전력사업에 중국이 참여하는 첫 사례가 된다.

국내 전선업계는 한전의 방침과 기재부의 입장에 '국내기업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 처사'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기업들이 국내 전력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국내 전선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중국기업의 입찰을 허용한다면, 이를 빌미로 미국과 유럽의 전력 관련 소재·부품 생산업체들도 국내 입찰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저품질 중국산 전력케이블 사용에 따른 대규모 정전사태 가능성도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품질 문제로 선진국이 아닌 주로 개발도상국에 공급되고 있는 중국산 해저 케이블을 사용하면 지난 2006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해저전력 케이블 손상으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전이 11조 원을 투입해 서남해역에 조성하는 해상풍력단지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중국기업의 입찰 참여를 절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해상풍력단지는 대형 해상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모아 육지로 송전하는데 많은 전력 케이블을 필요로 한다"며 "한전의 국제입찰 시도는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소요되는 부가가치가 높은 고품질 전력 케이블 시장까지도 중국 업체들에 내어 주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 전력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기회를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전 측은 "입찰참가 자격 범위와 관련해 내부검토 과정에서 기재부에 규정 관련 유권해석을 요청해 회신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중국기업의 입찰참여 허락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완도~제주 해저케이블 건설사업은 제주지역의 안정된 전력 공급과 전남 남부지역 전력계통 보강을 위한 사업"이라며 "입찰 방법, 입찰 참가자격 등 계약방법은 현재 내부검토 단계로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관련 법령에 의거해 계약의 목적과 성질 등 제반 사정을 종합 고려한 뒤 계약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한전이 해저케이블 사업에 중국기업의 입찰 참여 허용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이유로 '비용 절감'을 언급하며, 결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적자 누적과 연결시키기도 했다.

'탈원전 반대' 원자력 업계·학계 등으로 구성된 원자력국민연대 관계자는 "전력 안보를 위협하는 기재부를 필두로 한 정부와 한전의 '꼼수' 국제입찰 시도를 반대한다"고 주장하며 "한전에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한 탈원전 정책 역시 조속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