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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진흥공사 신설 추진...'혈세 투입' 해양진흥공사 닮은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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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진흥공사 신설 추진...'혈세 투입' 해양진흥공사 닮은꼴 우려

국토부 "경영악화 항공업계 금융지원 공공기관 연내 추진" 항공사 CEO에 전달
해양진흥공사 출범 첫해 적자경영·결손금 2천억, 초대사장은 낙하산인사 구설수
국비 출연 공공기관 "효율성 의문" 비판...국토부 "현재 논의 없어" 설립 여지 남겨
학계 "'옥상옥' 공공기관 신설보다 규제완화·공항시설 이용료 감면 우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월 10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항공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월 10일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항공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반일불매운동·코로나19 등으로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의 하나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유사 성격의 공기업인 '한국항공진흥공사(가칭)'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금 먹는 하마'로 비판받고 있는 해양진흥공사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사태로 한국발 항공노선 여객의 입국제한 국가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항공상황반'을 조직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1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코로나19 대응 항공분야 긴급지원대책'을 마련하고, ▲항공사 긴급피해 지원(운영자금융자 등) ▲대체노선과 신규시장 확보 지원 ▲항공수요 회복, 안정적인 경영지원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항공분야 긴급지원대책, 긴급항공상황반 설치보다 더 눈길을 끈 내용은 지난 10일 정부합동 긴급지원대책 마련을 위한 항공업계 의견 수렴 자리에서 나온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대회의실에서 대한항공·제주항공 등 10개 항공사 대표들이 참석한 '항공사 CEO 간담회(비공개)'를 갖고 "해운업 금융지원을 위해 세워진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같은 방식의 항공업계 금융 지원을 올해 안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김 장관의 발언을 '한국항공진흥공사' 신설 추진으로 받아들인 업계 일각에서는 국민 혈세로 특정업계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비판의 근거로 지난 2018년 7월 해양수산부 산하에 설립된 해양진흥공사를 꼽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해운사의 선박 도입과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고 국내 해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출범했다. 주로 해운선사의 선박 확보를 위한 공적보증 사업, 터미널 투자사업, 정부시책 보조금 지원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신생 공공기관인 만큼 출범과 함께 자본금은 넉넉하고 부채도 많지 않았다.설립 첫 해인 지난 2018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진흥공사는 자산총계 2조 7160억 원, 부채총계 3443억 원, 부채비율 14.5%로 '건전 재정'을 보였다.

그러나 2018년 경영실적(연결기준)을 살펴보면, 매출 307억 원, 영업적자 1433억 원, 당기순손실 195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8년 말 기준 결손금이 2384억 원으로 출범 6개월만에 2000억 원 넘는 결손금이 발생한 셈이다.

공공기관인 해양진흥공사의 설립을 위해 조 단위의 국유재산이 출자됐다. 2018년 말 기준 해양진흥공사의 정부 납입자본금은 1조 4800억 원으로 정부 지분 52.2%이며, 여기에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지분까지 합치면 총 61.5%에 이른다.

그러나 해양진흥공사의 지원사업 효과는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올해 연초부터 코로나19 여파가 더해져 1분기에 해운사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혈세를 투입해 특정업계를 지원하는 공공기관 설립에 의문을 표시할 뿐 아니라 해당 기관이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통로로 악용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해양진흥공사 초대 사장인 황호선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중·고 동기이자 친구로 알려져 인선 당시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국회의 해양진흥공사 국정감사에서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김태흠 의원은 해양진흥공사가 문 대통령의 동생과 이낙연 (전)총리의 동생이 다니고 있는 특정 선사의 계열사에 1360억 원 지원을 결정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해양진홍공사와 닮은꼴인 '항공진흥공사' 신설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김현미 장관이 지원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뿐 아직 설립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항공정책과 관계자는 "(항공진흥공사 신설은) 현재 내부에서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그렇다고 설립하지 않는다고 정면부인도 하지 않아 추후 설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한국항공대 허희영 교수(경영학부)는 "항공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로서 특정 공기업이 좌우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면서 "막대한 정책자금을 투입해 기존 기업을 살리려는 것보다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해양진흥공사의 주요업무인 선박 도입 관련 공적 보증과 유사한 항공기 도입 관련 공적 보증은 현행 제도로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 손쉬운 조직 신설보다는 오히려 현재 정부가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세제 지원,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등을 더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