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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습격에 산업 생태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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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습격에 산업 생태계 '휘청'

‘코로나19’로 직격탄 맞은 韓 산업계, 국내 확진자 폭증에 위기감 증폭
삼성·현대차·LG 등 주요 기업 ‘코로나19’ 여파로 가동 중단
중소기업-협력업체, 사업 부진에 방역 비상까지…대기업 지원 속에도 ‘역부족’
코로나19 여파, 3월 최대고비…중국발(發) ‘셧다운’ 보다 심각한 상황 초래될 수도

울산시 북구 매곡산업단지가 2일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울산시 북구 매곡산업단지가 2일 코로나19 여파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국내 산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 산업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일시적이지만 공장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지 않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생산 라인이 지난달 코로나19로 중국 공장 시설 일부를 폐쇄한 '셧다운(가동 중단)'을 경험한 만큼 국내 셧다운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 중국발(發) 셧다운보다 더 심각한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뚫렸다'…삼성전자‧현대차‧LG 등 ‘코로나19’ 영향권


코로나19 확진자가 주요 생산 시설에서 발생하면서 주요 기업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자부품업체 LG이노텍은 지난 1일 구미1A 공장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 전체는 폐쇄 후 방역조치를 실시하고 일부 임직원들은 자가격리 중이다. LG이노텍은 보건 당국과 협의해 공장을 다시 가동할 방침이지만 카메라모듈 등 제품 생산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구미2사업장 무선사업부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사업장을 일부 폐쇄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무선사업부 직원 확진 판정으로 구미2사업장이 사흘간 폐쇄된 이후 다시 벌어진 일이다.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내 모듈 공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폐쇄됐다. 이 사업장에는 은행, 식당, 매점 등이 입주한 복지동에 은행 한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복지동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듈 공장을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울산2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공장 가동을 이달 1일까지 멈춰 세웠다. 울산2공장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GV80', '싼타페'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업계에선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20% 가량이 몰려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자동차 업계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기업 ‘협력사 지키기’ …‘셧다운’ 예측 불가 산업계 ‘위기감’ 증폭

주요 대기업 피해가 늘어나면서 협력사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대기업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아 협력사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 협력업체의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부품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중국 부품공장 가동중단으로 이달 초중순 국내 공장이 최대 3주간 작업을 멈추는 피해가 발생해 국내 협력업체의 셧다운이 미치는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들은 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과 현대차는 협력사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은 협력사들이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1조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물품 대금 1조6000억 원을 조기 지급하는 등 총 2조 6000억 원대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도 협력사에 1조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또 협력사를 돕기 위해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생산, 시장 적기 공급, 교섭기간 단축 등을 통해 협력사가 일년내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유통업계도 협력사의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협력회사의 방역 신청에 따라 순차적으로 방역 지원에 나서는 한편 대구·경북 지역에 있는 사업장은 우선적으로 방역을 지원하기로 했다. 롯데홈쇼핑도 재택근무 시행이 어려운 중소 협력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방역을 지원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위기 속 내수 마비까지'… 中企 '벼랑 끝'


문제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내수가 마비되면서 주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감염 공포로 2월 제조업 체감경기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수출 감소와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 위축으로 반도체 등 주력 업종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0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지수는 65로 전월(76) 대비 11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6년 2월(63) 이래 4년만에 최저치다. 낙폭도 역대 최대다.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주요 제조업이 수급 차질, 수출 감소 등으로 타격을 입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BSI는 기준치 100을 넘으면 업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업체가 부정적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반대다.

한 달 뒤 경기를 내다본 제조업 업황전망지수(69)도 8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 조사기간이 2월 중순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이후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3월 지수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자체 방역으로 최대한 감염을 억제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뚫릴지 알 수 없어 긴장하고 있다”라면서 “중소기업이 공장을 멈추면 자칫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른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라면서 "코로나19가 지금보다 더욱 확산한다면 중소기업 줄도산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