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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경영권 싸움에서 승세 굳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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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경영권 싸움에서 승세 굳혀

‘3자 연합’ 구축, 勢확보에 수세에 몰렸던 조원태 회장
이명희-조현민 지지로 반전…‘우한行’에 우호적 여론 형성
조회장, 노조‧전현직 임직원 등 내부 단결 속 행동 나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조원태(45) 한진그룹 회장이 이달 25일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승세를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 회장 누나인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이 손잡은 반(反)조원태 진영 ‘3자 주주 연합’이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연이어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조 회장은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 회장은 내부 결속을 다지며 친(親)조원태 진영을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 진영과 반조원태 진영은 이달말 주총을 앞두고 한진칼 주식을 더 사들이는 등 주도권 잡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물론 최근 지분 매입이 이번 주총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이른바 '주주명부폐쇄' 때문이다.

주주명부폐쇄는 주총을 앞두고 주주명부 기재사항 변경을 일정기간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주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상법상 지난해 12월 26일 주주명부가 폐쇄된 후 사들인 지분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결국 업계는 주총에서 판세를 결정지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주요주주)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안정적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조 회장과 조급한 ‘3자 연합’간 대결 국면 과정에서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변수는 표심 향배의 방향타로 풀이된다.

◇힘 빠지는 ‘3자 연합’…초반 수세 몰렸던 조원태 뒷심 발휘


3자 연합과 조 회장간의 신경전은 3자 연합이 “전문 경영인 제도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 혁신,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공개적으로 조 회장을 압박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호텔·레저 등 유휴 자산 매각과 투명 경영 방안 제시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이 이른바 '3자 연합 전선(조현아-KCGI-반도건설)'구축으로 초반 기선 제압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3자 연합 지분이 조 회장 진영이 보유한 지분율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6.49%를 보유한 조 전 부사장은 KCGI(17.29%)와 반도건설(8.20%) 등과 힘을 합쳐 지분율 31.98%로 반조원태 세력을 확대했다.

당시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지원을 받지 못했던 조 회장(6.52%)은 우군으로 꼽히는 미국 델타항공(10.0%)과 카카오(2%)을 합쳐도 18.52%에 불과해 수적인 열세에 놓였다.

여기에 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 4.15%를 더해도 조 회장은 ‘3자 연합’에 10%포인트가 부족했다. 이는 조 회장 입지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최근 조 회장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지분은 조 회장 진영이 33.45%로 3자 연합(31.98%)을 1.47% 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에 맞서 KCGI가 최근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수해 보유 지분율이 17.68%로 늘어나고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8.20%에서 13.3%로 확대하는 등 ‘3자 연합’ 지분율이 37.63%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주주명부 폐쇄에 따라 3자 연합이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31.98%에 불과하다.

이 와중에 3자 연합이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웠던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조 회장 지지를 선언해 조 전 부사장과 KCGI 등은 타격을 입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 노조를 비롯해 전직 임직원이 연이어 조회장 지지를 공식화하면서 ‘3자 연합’ 입지가 한층 좁아졌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 내부 결속 나서는 조원태… ‘공공의 적’ 조현아 반사이익도 작용


조 회장은 경영권 분쟁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모습을 보여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원은 지난 1월 말 코로나19 창궐지인 중국 우한 지역에 살고 있는 한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특별전세기 편에 자진해 지원했고 조 회장도 동행해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었다. 당시 조 회장 탑승에 논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룹내 지지기반도 조 회장을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줄곧 오너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동생 조 전무의 '물컵 사태'에 이어 모친 이 고문의 각종 갑질 의혹 속에 조 회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한진칼의 ‘공공의 적’이 된 ‘조현아 효과’에 따른 반사이익도 조 회장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주요인이 됐다.

이처럼 대한항공 노조를 비롯해 전직 임직원이 앞다퉈 조 회장 지지를 공식화하자 ‘3자 연합’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룹 내부 분열이 아닌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 소액주주 뿐 아니라 국민연금 표심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조 회장이 유휴 자산 매각과 투명 경영방안 제시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면서 리더십을 보인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캐스팅보트 소액주주‧국민연금 향배는


조 회장과 3자 연합 진영간 근소한 지분율 차이로 주총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시선이 어느 쪽을 향할 지에 따라 주총 결과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 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이 예상보다 적은 2.9%가량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는 40% 가량으로 지난해 주총에서 28%가 참석한 만큼 이번에도 소액주주 향배에 따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1%도 아쉬운 상황에서 조 회장뿐 아니라 3자 연합도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조만간 조 회장 연임 여부 등 한진칼을 둘러싼 여러 안건에 대한 의견들을 정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액주주도 지난해 주총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주총에서 주주 반대로 경영권을 상실했다. 당시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소액주주 상당수가 고 조 회장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