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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정부대책은 그림의 떡"…매출액 80% 급감한 소상공인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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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정부대책은 그림의 떡"…매출액 80% 급감한 소상공인 한숨만

굴비의 고장인 전남 영광의 매일시장. 한창 바쁠 시간인 점심시간 무렵임에도 시장을 찾는 손님이 전혀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사진=김흥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굴비의 고장인 전남 영광의 매일시장. 한창 바쁠 시간인 점심시간 무렵임에도 시장을 찾는 손님이 전혀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사진=김흥수 기자
“저녁때가 되면 식당에 손님이 없어서 귀신이 나올 거 같당께요.”

“할 일이 없응께 요새 남는 것은 시간뿐이여라.”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호남지역 소상공인의 목소리다. 전국적으로 번진 코로나19로 인해 불황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게 나온 호남지역이지만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고통은 대구‧경북지역과 다를 바 없었다.

전라남도 소상공인연합회 이갑주 회장은 “확진자가 1명이 나오나 1000명이 나오나 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똑같다”고 말한다. 중국발 입국자의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사태가 확산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 지나간 일들인데 왈가왈부해 봐야 방역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철저한 방역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대구‧경북지역에 비해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했지만 유동인구의 감소는 어느 지역이나 매한가지다. 전라남도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재해 있는 순천의 경우에도 확진자 발생 이전에는 소상공인의 매출액이 50% 정도 감소했으나 확진자가 1명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매출액이 곤두박질쳐 평상시의 20% 수준으로 감소했다. 순천지역뿐 아니라 광주광역시, 전라북도 등 호남지역의 모든 소상공인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통이다. 이는 비단 호남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소상공인이 모두 공통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이낙연 전 총리의 고향이자 굴비의 고장인 영광은 아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여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소상공인의 매출액은 80% 감소했다.

지난 2일에는 대한민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규모가 큰 순천 아랫장의 장날이었다. 시장의 마감 무렵인 오후 6시경은 팔다 남은 물건을 떨이(물건을 염가에 판매하는 일)하는 상인들과 손님들이 넘쳐나서 가장 피크타임이다. 그러나 정작 그 시간에는 고무대야에 나물거리 몇 가지 얹어 놓고 앉아계시는 할머니 상인 몇 분이 고작이었다.

전북지역 사정도 비슷했다. 전북에서는 군산에서 가장 먼저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라북도 소상공인연합회 고한석 회장에 따르면 군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부터 전북지역의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었다고 한다. 지난 달 중순 대통령의 ‘코로나 종식’ 발언 이후 전북도내에서는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으로 구내식당의 휴무제를 시행하려 했으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유동인구를 줄이는 것이 좋다는 이유로 없었던 일이 되었다.

연이어 정부기관의 행사가 취소되고 민간의 생일축하연이나 결혼식과 같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급기야 거리에 돌아다니는 시민들도 사라져버렸다. 고한석 회장은 “경기라는 것이 돈이 돌아야 되는 것이고 돈이 돌려면 사람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정부기관이 나서서 유동인구를 막고 있다”며 “지역 사회 전체가 영화에서나 보는 그림처럼 일시 중지된 느낌”이라고 하소연한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정책자금 지원, 상가임대료 인하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소상공인은 정부 정책은 ‘그림의 떡’일뿐이라며 달가워하지 않는다. 자금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며 내놓은 정책자금 대출이지만 기대출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소상공인연합회 광주광역시 광산구 지부 유동주 회장은 회원들에게 정책자금대출을 안내해 주려면 본인이 상세하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정책자금 대출 취급기관을 찾아다니며 대출상담을 받아보았다. 공통적인 대답이 기대출자는 해당사항 없고 신규대출만 허용해 준다는 것이다.

유동주 회장은 “빚 없이 가게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몇이나 된다고 신규대출만 허용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정부의 대책을 보면 잘 살고 있는 사람만 더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인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전라북도 소상공인연합회 고한석 회장은 “대통령이 경제와 코로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코로나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아무리 뿌려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하는 짓이고 코로나를 잡으면 경제는 저절로 살아난다”며 코로나19의 철저한 방역을 촉구했다.

광주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 이경채 회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소상공인대책을 발표한 홍남기 부총리가 기자회견 중 눈물 흘리는 모습은 “단연코 쇼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이경채 회장은 “부총리가 발표한 대책이 현장을 전혀 모르는지 도무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데 무슨 눈물이 나오겠느냐”고 지적하며 “대통령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공과금 납부유예와 같이 쉽고도 빠르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은 없다”고 꼬집었다.


김흥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xofon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