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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한국인 대상 아파트 '임대-구매 혼동'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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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한국인 대상 아파트 '임대-구매 혼동' 사기

한인대상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와 짜고 핑크북 나온다 속인 뒤 임대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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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아파트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임대'와 '구매'를 혼동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늘고 있다. 베트남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과 한인 업자들이 공모해 외국인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핑크북 발급 인가를 받지 않은 아파트임에도 곧 핑크북이 발급되니 ‘구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실제 계약시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베트남어로 된 계약서에서 구매와 임대용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속을수 밖에 없는 구조다.
베트남의 모든 토지는 국가 소유이므로, 일정기간 매매 및 임대 권리를 보장하는 '소유 증명서(핑크북)' 발행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매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 현지인도 구분하기 힘든 임대와 구매, 외국인 투자자 ‘주의보’


최근 베트남으로 이주한 A씨는 호찌민시내 고급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았다. 사업차 2~3년 하노이에 거주하게 된 A씨는 호찌민 아파트를 팔려다가, 자신에게 매매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베트남에서 정부가 일정 기간 소유권을 인정한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구매자는 매매 계약서에 명시된 시한내에 소유 증명서(핑크북)를 받아야 한다. 소유 증명서가 있어야 소유 기간중에 주택을 타인에게 매매하거나 임대할 수 있다.

반면, 정부가 사용을 허가한 토지(사용 기간이 있는 토지)에 건설한 아파트의 경우, 임대 계약만이 가능하다. 계약서에는 소유 증명서 발행 관련 내용이 없으며, 임대 기간만 명시된다. 임대 계약한 아파트는 타인에게 매매 및 임대할 수 없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소유증명서 발행 여부를 명확하게 알아보지 않고 고객에게 주택을 판매하면, 고객은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비단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지난 2019년 한 건설사가 호찌민시 탄 빈(Tan Binh)구의 토지에 임대용 아파트를 건설했다. 이 기업은 정부로부터 50년간 이 토지를 임대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이 아파트를 구매했지만, 소유증명서를 받을 수 없었다. 이렇게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구매'가 아니라 더 저렴한 '임대'였기 때문에 건설사에 차액을 청구하려고 하지만, 실제 보상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은 더 구분이 어렵다. 더욱이 현지의 메이저 부동산 기업의 프로젝트면 중개업자에게 쉽게 속아 넘어간다. 하노이 외곽 롱비엔 지역에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의 부동산 자회사 빈홈즈가 건설한 오션파크가 대표적이다. 오션파크 단지 조성 초기 빈홈즈는 아직 정부로부터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소유권 인정여부를 받지 못했다. 쉽게 말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핑크북이 발급이 안되는 상태였다.

물론 빈그룹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핑크북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매매가 아닌 임대계약을 체결한 외국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중개업자들은 빈그룹의 이름을 내세워 핑크북 발급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 뒤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 때 매매계약이 아니라 임대계약서로 체결한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들 다수가 실제 매매계약서가 아닌 임대 계약서에 싸인을 한 사례가 많았다.

하노이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운영하는 짱씨는 "빈그룹의 프로젝트가 비슷한 시기에 분양을 시작했는데, 하나는 스마트씨티이고 다른 하나는 오션파크였다. 스마트 씨티의 경우 계약을 체결하면 매매계약서가 나오는데 당시 오션파크는 임대계약서가 나왔다. 하지만 임대와 매매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는 한국사람들이 임대계약서를 매매계약서인줄 알고 싸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오션파크에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핑크북 발급 인가가 나오면서 계약서를 다시 변경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영문도 모른 채 다시 베트남을 방문해 서류를 새롭게 작성해야 하는 등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호찌민 변호사협회 쩐 민 쿠옹(Tran Minh Cuong) 변호사는 "아파트 임대와 구매 계약을 혼동해 피해를 입는 고객이 많다. 고객이 중개업자 말만 믿고 계약서를 주의깊게 읽지 않기 때문이다"며 "건설사는 입지가 좋지 않다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