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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반도체, 3월이후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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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반도체, 3월이후가 문제다

살아나던 반도체 경기가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아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살아나던 반도체 경기가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아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됐다. 지난해에는 한일무역전쟁이 발발했고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됐다. 반도체 업계를 강타하는 재난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은 2016년부터 메모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시작됐다. 그런데 PC용 프로세서의 약 80%, 서버용 프로세서의 96%를 독점하고 있는 미국 인텔이 2016년 최첨단 10nm(나노미터) 프로세스의 출범에 실패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프로세서 공급 부족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PC 및 서버용으로 제조된 D램, 낸드와 같은 메모리가 시장에 넘쳐 가격 폭락을 일으켰다. 메모리 버블이 2018년 3분기에 붕괴됐고 2019년은 메모리 대불황기였다.

메모리 불황은 2019년 3분기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메모리별 출하액을 살펴보면 낸드 시장은 출하액이 증대돼 회복 추세에 있지만 D램 시장은 출하액 하락세만 멈추었을 뿐 상승하지 않고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시점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JB프레스는 반도체 특히 메모리 가격을 시계열로 분석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메모리 시장은 2월까지는 그 영향이 미미했지만 3월 이후부터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은 두 갈래로 설명된다. 하나는 스팟 시장에서의 가격이고 다른 하나는 거대 기업과의 장기 계약에 의한 대량거래가격의 두 가지다. 대량거래가격은 D램 제조사에서 대형 PC 제조사나 대형 메모리 모듈 제조사 등에 팔 때의 가격이며 매월 말에 D램 제조사와 고객사간 협의로 정해진다.

반면 현물 가격은 스팟 시장이라고 불리는 브로커를 통해 거래되는 D램 가격이며, 비정규 루트의 거래다.

스팟 시장에서의 구매자는 고액 거래를 할 수 없는 중소 모듈 제조업체나 파트 제조업체들이 많다. 아키하바라 등에서 부품으로 팔리고 있는 것은 어김없이 스팟 시장에서 구입한 메모리다. 스팟 시장에서는 토, 일, 공휴일 등을 제외한 영업일 매일 거래가 이뤄져 가격이 정해진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대량으로 거래되는 메모리가 약 90%, 스팟 시장에서 거래되는 메모리가 약 10%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수치는 불분명하다. 또한 매일 변동하는 현물 가격이 상승하면 그에 연동하는 것처럼 조금 늦게 대량거래가격이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D램 출하액은 8G(기가)의 대량거래 가격 급등과 함께 증대해 2018년 8월에 정점을 기록한다. 한편 D램의 출하 개수는 10∼15억 개 사이를 유지하다가 역시 2018년 8월부터 감소한다.

2018년 8월 정점을 기록한 8G의 대량거래가격은 2019년 7월 이후 보합이지만 출하개수는 같은 해 4월 이후 서서히 증대해 메모리 버블 당시의 수준을 넘어서고 9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18억 개를 기록한다. 하지만 출하 개수가 늘어났어도 가격이 떨어져 출하액은 회복되지 않았다.

낸드의 출하액은 128G의 대량거래가격 급등과 함께 증대해 2018년 9월 정점을 기록한다. 한편 낸드의 출하 개수는 8∼11억 개 사이의 박스권이었다. 출하 개수의 하락은 2019년 1월에 바닥을 친 후 증대하며 같은 해 9월 메모리 버블 당시 수준으로 회복한다.

또 2018년 9월 최고치를 기록한 128G의 대량거래가격은 2019년 5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낸드에서는 가격도 상승하고 출하 개수도 증대되기 시작하면서 출하액도 따라서 증대하기 시작한다.

정리하면 D램은 메모리 버블 붕괴 이후 가격이 침체된 채로 이어지고 있지만 출하 개수 면에서는 메모리 버블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출하액은 늘지 않았다. 반면 낸드는 메모리 버블 붕괴 이후 가격도 상승하고 출하 개수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출하액이 증대되고 있다.

결국 낸드의 불황은 회복되고 있지만 D램의 불황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메모리 불황의 본격 회복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또 한 가지, 현물 가격과 대량거래가격의 움직임은 일치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2016년 9월경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일치하지만 현물 가격만 2017년 3월경에 정점을 찍는다. 또 2018년 1월경부터 현물 가격이 하락하는 데 반해 대량거래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같은 해 10월경부터다. 대량거래가격 하락은 2019년 8월경에 소강상태로 들어가 그 후 보합세를 유지하게 된다. 반면 현물 가격 하락은 같은 해 7월에 그친 뒤 반등해 급등하며 곧 하락한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020년 2월에 정점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D램의 불황기에는 대량거래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현물 가격의 움직임이 대량거래가격에 반영된다고 말할 수 없다.

지난해 7월~올 2월까지를 분석해 보면 D램의 대량거래가격 하락은 지난해 8월에 멈춰 일단 보합이 되지만 같은 해 10월 다시 하락해 올 2월까지 보합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현물 가격은 지난해 7월 중순에 정점을 찍는다. 이 무렵 인텔이 10nm 공정 프로세서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반응해 현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치솟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계속 하락하던 현물 가격이 같은 해 12월 초순부터 치솟기 시작한다. 이는 인텔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50억 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를 하면서 14nm 공정 프로세서를 증산, 그 효과가 2019년 말부터 시작되면서 D램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들어서도 급등세를 이어가던 현물 가격이 2020년 2월 초순에 정점을 찍고 하락한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에서의 D램 수요가 설 연휴 이후에도 살아나지 않아 가격 하락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2월 후반부터 다시 현물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또 2월 말 대량거래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현재로선 코로나19의 영향은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

128G 낸드의 현물 가격과 대량거래가격을 분석하면 양자의 가격 움직임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현물과 대량거래가격 모두 2016년 7월경부터 치솟기 시작해 2017년 8월경에 최고치가 된다. 그리고 2018년 8∼9월경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19년 5∼6월경 바닥을 친 후 다시 치솟기 시작한다.

하지만 양 가격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컨대 최고가였던 2017년 8월~2018년 8월경까지 스팟 시장에서의 현물 평균가격은 약 7달러, 대량거래 평균가격은 약 5.5달러로 1.5달러 차이가 난다.

결국 128G 낸드의 현물 가격과 대량거래가격은 큰 차이가 있지만 가격변동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으며 현물 가격이 상승하면 그 이후에 대형 거래 가격도 상승한다.

따라서 지난해 6월~올 2월까지 128G 낸드의 현물 가격은 적은 폭으로 움직이며 일관되게 상승하고 있다. 또 대량거래가격도 대체로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올 2월에 들어와 현물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또한 대량거래가격은 상승세가 멈추고 보합이 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인다. 다만 D램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영향은 현재로선 경미하다.

종합하면 D램이나 낸드 모두 현재로선 코로나19의 영향은 경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소동이 오래 지속될 경우 3월 이후에 심각한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대의 영향으로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고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부품을 많이 필요로하는 제품 생산은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서 가격이 정해지는 D램과 낸드 시장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