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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의 ‘야심찬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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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의 ‘야심찬 승부’

'샐러리맨 신화' 강사장, 코로나19 불황 속 공격 경영 나서
주유소 업계 2위로 뛰어올라…‘위기 속 기회'
결실 맺는 탈(脫)정유 전략, 석유화학사로 변신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정유업체들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원유를 정제해 각종 석유제품을 제조해 얻는 수익)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SK네트웍스가 운영해온 주유소를 최근 인수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해 정유업 등 산업 전반이 한껏 위축됐지만 ‘위기 속 기회’ 찾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의 정면돌파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이러한 행보 뒤에는 2018년 회사 총 사령탑에 오른 강달호(62) 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공격경영이 자리잡고 있다.

강 사장은 대학 졸업후 현대오일뱅크 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35년간 연구, 현장 관리, 신사업 등을 두루거쳐 대표에 오른 이른바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가 대표 취임 후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석유화학사로의 외연 확대와 체질개선 노력이 결실을 볼 지 관련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숨에 정유업계 2위로 뛰어오른 현대오일뱅크…2500여개 주유소 확보


업계 3위인 현대오일뱅크는 SK네트웍스의 주유소 302개를 새롭게 인수해 단숨에 국내 2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인수하는 302개 주유소의 하루 판매량은 약 2만 배럴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국내 부동산신탁·자산운용회사 코람코자산신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문 도매업체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매입 계약을 맺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주유소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인수하고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를 영업하는 유형자산을 인수하는 형태로 총 매매 대금은 1조3321억 원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 안에 모든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내 정유4사의 시장점유율은 SK(SK에너지·SK네트웍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순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내수 경질유 시장점유율은 SK 31.7%, GS칼텍스 24.4%, 현대오일뱅크 22%, 에쓰오일 20.1% 등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는 SK주유소 3402개(네트웍스 포함), GS칼텍스 2361개, 현대오일뱅크 2237개, 에쓰오일 2154개다. 이번 인수로 현대오일뱅크는 총 2539개 주유소를 확보해 SK에 이어 업계 2위가 됐다.

현대오일뱅크가 인수한 SK네트웍스 주유소 가운데 60%가량이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어 주유소 운영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또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플랫폼 사업도 또다른 수익원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5월부터 경기도 고양시에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수소, 전기 등 모든 수송용 연료를 충전하고 세차와 정비, 태양광 발전 등이 한 공간에 있는 '친환경 복합에너지스테이션' 사업을 조성하고 있다.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인프라 사업의 하나로 현대오일뱅크가 이번에 인수한 SK네트웍스 주유소 또한 수도권 내 주유소 인프라 사업에 투입될 전망이다.

실적 부문에서도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 인수에 대한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정유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1조1168억 원과 영업이익 522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에 비해 각각 1.8%, 21% 감소한 경영성적표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이 정제마진 악화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6% 감소하는 등 부진했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비교적 안정된 실적을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강달호의 승부수 '정유에서 석유화학사로 탈바꿈하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강 사장 취임 이후 정유에서 석유화학사로 변신을 추진 중이다. 강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현장에서 30년 넘게 정유사업의 생산 효율화를 주도하고 비정유 부문의 신(新)사업을 이끌어왔다. 강 사장은 직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공정 개선과 혁신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과 합작 법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해 ‘중질유 분해 설비(HPC) 프로젝트’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현대오일뱅크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그동안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아로마틱 사업만 영위해왔다. 그러나 이번 투자로 HPC 공장이 가동되면 기존 석유 제품과 아로마틱 제품에 이어 올레핀 제품까지 정유부터 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가 대폭 강화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또 지난해 7월 자회사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아로마틱 석유화학 공장 증설에 총 26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기존 아로마틱 설비 투자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사업 다각화의 결실을 이뤄내고 있다. 지난해 비정유 부문에서 1914억원을 벌어들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석유화학, 카본블랙, 유류저장사업 등 비정유부문에서 연간 영업이익 1914억 원을 기록했다. 지분법 적용 대상 회사까지 합산한 기준으로 현대오일뱅크의 비정유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47.6%다.

강 사장은 설비 고도화와 원유 다변화 전략으로 정유부문에서 전통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 왔던 현대오일뱅크가 ‘IMO 2020에’따른 저유황 선박유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도록 진두지휘하고 있다.

IMO2020은 올해 1월부터 기존 선박 연료의 황함유량 3.5%(고유황유)를 0.5%이하(저유황유)로 유지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에 따라 강 사장은 저유황유 선박연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최초 선박연료 브랜드 ‘HYUNDAI STAR(현대스타)’를 출시했다. 그는 또 독자적인 초저유황선박유(VLSFO) 생산공정을 개발해 국내 특허 출원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강 사장은 회사를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으로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기존 정유사업의 수익 극대화와 신규 사업의 수익확보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