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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로 내수부진 타개 건설사들 ‘유가 하락’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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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로 내수부진 타개 건설사들 ‘유가 하락’에 발목 잡히나

코로나19 전세계 확산, 사우디-러시아 '유가 헤게모니' 싸움 국제유가 장기침체 전망 '악재' 작용
해외실적 60% 최대시장 중동 오일머니 위축 시 신규발주 차질 예상..."2015~2016년 악몽 우려"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현장 전경. 사진=현대건설이미지 확대보기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현장 전경. 사진=현대건설
지난해 해외수주 부진을 딛고 올들어 잇단 대형 건설 프로젝트 수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건설업계가 최근 '국제유가 하락' 악재를 만나 잔뜩 긴장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에 이어 국제유가 급락까지 겹치면서 해외건설시장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비OPEC 핵심 산유국 러시아가 원유생산 감축을 둘러싼 '유가 힘겨루기' 여파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36.26 달러를 기록, 전일 대비 20.67%포인트 폭락했다. 러시아와 원유감산 합의 실패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까지 늘려 원유수출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다음날인 11일 전일대비 10%포인트 상승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OPEC와 러시아 간 감산 합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2016년 공포로 다가왔던 배럴당 20 달러선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 전망을 배럴당 30 달러로 하향조정했으며 최악의 경우 20 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국제유가 하락세는 해외건설시장 침체를 동반하며 수주물량 감소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내 건설사의 근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인 중동 산유국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재정 수입이 줄어들면 건설사업 발주 물량을 줄이는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지역 가운데 중동국가의 비중이 전체의 60%에 이른다.

과거에도 국제유가 하락은 건설업계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살펴보면, 국제유가가 치솟던 지난 2010∼2014년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이 연평균 6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석유가격전쟁이 촉발된 2015∼2016년에 접어들면서 2015년 461억 달러, 2016년 282억 달러로 곤두박질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정지된 상황에서 국제유가 급락 악재까지 겹치면서 신규공사 발주물량마저 끊기게 생겼다”고 우려하며 “연초 잇따른 해외공사 수주로 실적 반등을 노렸던 국내 건설사에는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에 파견된 영업인력들이 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것”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내 주택사업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예년과 비교해 대폭 축소된 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험난한 ‘보릿고개’가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