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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총회 연기하라더니 분양가상한제는 예정대로? 뿔난 재건축조합 '집단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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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총회 연기하라더니 분양가상한제는 예정대로? 뿔난 재건축조합 '집단행동'

4월말 시행 앞두고 주민총회 못 열어 '발동동'…"유예기간 3개월 이상 연기해달라" 법개정 청원
조합원 분담금 증가 현실화 우려...지자체도 "연장 건의" 동조, 국토부 "내부검토 중" 입장선회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저지를 위한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소공원에서 열린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저지를 위한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4월 29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조합의 원활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만큼 분양가상한제 유예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구한 것이다.

12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조합 연합모임 '미래도시시민연대(미래도시연대)'는 4월 말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최소 3개월 이상 연기하는 관련법(시행령) 개정을 국토교통부에 청원했다. 분양가상한제 사정권 안에 든 재건축‧재개발조합들은 상한제 시행일 전까지 분양 공고를 해야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분양가 결정 등 주요 의사 결정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주민 총회를 열지 못하면서 가만히 앉아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미래도시연대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집회 금지 조치와 집회장 대관 거부로 정비사업 조합들의 주민총회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분양을 앞두고 있는 전국의 재건축‧재개발단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조합원 1인당 억대의 추가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상한제 적용을 모면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조합총회 일정잡기가 어려워졌다.

대형 정비사업지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조합원이 5100여 명에 이르고, 총회 의결을 위해 1000명 이상이 직접 출석해야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 찾기가 가히 ‘하늘의 별 따기’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총회 일정을 미루는 조합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 수색7구역 재개발조합은 당초 지난달 28일 관리처분변경총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은평구청이 코로나19 전염 우려로 연기를 권고하는 바람에 오는 21일로 3주 가량 총회를 미뤘다. 인근 수색6구역도 오는 28일 총회를 앞두고 있으나 조합 내부에서 일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구역 내 재개발‧재건축사업지의 총회 연기 사례가 잇따르자 지자체들도 정부에 직접 건의하고 나섰다.

강남구청은 지난 2일 분양가상한제 적용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보냈고, 은평구·동작구도 연장 건의에 가세했다. 둔촌주공 재건축단지가 있는 강동구도 공문 발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도시연대 관계자는 “전국의 정비사업조합들이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총회를 강행할 경우,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전국 확산의 위험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3개월 간 늦춘다고 해도 추가로 유예를 적용받을 수 있는 조합이 없어 실제로 시장 상황이 변하는 것은 없다”고 갑갑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조합과 지자체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시점을 늦춰달라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자 국토부도 최근 내부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유예기간을 6개월로 확정한 상황이어서 연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초기의 입장에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지, 총회 개최 예정단지를 파악 중”이라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분양가상한제 적용시점을 연기할 필요가 있는 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