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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아이칸의 강수에 궁지몰린 비키 홀럽 옥시덴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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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아이칸의 강수에 궁지몰린 비키 홀럽 옥시덴털 CEO

석유업계 드문 여성 CEO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전설의 투자자 칼 아이칸(Carl Icahan.84)이 미국 셰일기업 옥시덴털 페트롤리엄(Oxyidental Petroleum.이하 옥시덴털)의 지분을 확대함에 따라 옥시덴털 경영진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아이칸에 이어 워런 버핏이 지난해 애너다코 인수 당시 투자자로 나서면서 이름만 최고경영자(CEO)로 남아 있는 비키 홀럽 CEO는 교체 가능성이 높다.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왼쪽)과 비키 홀럽 옥시덴털  CEO. 사진=CNN이미지 확대보기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왼쪽)과 비키 홀럽 옥시덴털 CEO. 사진=CNN

14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아이칸엔터프라이즈의 칼 아이칸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 하락 등 악재로 주가가 급락한 옥시덴털의 지분을 2.5%에서 근 10%로 늘렸다. 아이칸은 옥시덴털 주가가 하락하자 8860만 주를 22억 1000만 달러에 매수했다. 그의 지분 확대는 지난해 11월 보유한 옥시덴털 주식중 1000만 주를 매도해 2257만 주, 9억 달러어치로 보유규모를 줄인 것과는 판이한 행보다.

아이칸의 지분 확대는 조만간 열릴 옥시덴털 주주총회에서 비키 홀럽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현 경영진을 모두 교체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줄곧 옥시덴털 경영진과 반목해온 아이칸은 지난달 12일 옥시덴탈 주주들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옥시탈 최고 경영진은 옥시덴털에 대한 잠재적 인수를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에서 애너다코를 매수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둘이 합쳐 옥시덴탈 주식 14%를 보유한 T.로우프라이스그룹과 닷지앤콕스(Dodge&Cox) 도 현 경영진에 불만을 갖고 있어 이들이 제자리를 보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비키 홀럽 옥시덴털 최고경영자(CEO). 사진=옥시덴탈페트롤리엄
비키 홀럽 옥시덴털 최고경영자(CEO). 사진=옥시덴탈페트롤리엄

옥시덴털 경영진은 홀럽 CEO를 비롯, 에드워드 샌디 로우 사장 등 12명이며, 이사회 이사는 홀롭을 비롯한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1960년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태어난 비키 홀럽 CEO는 앨라배마대 광물학 학사를 취득한 홀럽은 미시시피주 원유채굴기에서 일하다 1981년 시티스 서비스(Cities Services)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이 회사가 이듬해인 1982년 옥시덴탈이 인수했다.

홀럽은 이후 옥시덴털에서 평생을 보낸 옥시덴탈 우먼이다. 그는 35년간 근무하면서 경영과 기술 분야 요직을 거친 경영자다. 그녀는 미국과 러시아, 베네수엘라에서 일했으며 옥시덴털의 석유와 가스, 화학과 미드스트림 사업 담당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했다. 그는 2016년 4월 옥시덴털 CEO 겸 대표이사직에 올랐다.이로써 그녀는 미국 주요 석유회사 가운데 최초의 여성 대표가 됐다. 그해 홀럽은 미국 경제잡지 '포춘'이 선정하는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비즈니스 리더' 32번째 인물에 올랐다. 그녀는 유가 하락기에 CEO가 돼 생산을 줄이면서도 감원은 하지 않았다. 홀럽은 미국과 중동, 콜롬비아 등 핵심 사업지에 집중하고 이라크와 리비아, 예멘, 노스다코타, 콜라도, 캔자스, 오클라호마 등지의 저수익 자산을 매각했다.

아이칸은 옥시덴털이 애너다코를 380억 달러(약 45조80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무리한 인수로 부채가 급증했다고 지적하며 경영 개입 의사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옥시덴털 경영진은 입에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우선, 옥시덴털은 지난해 8월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110억~13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10회로 나눠 발행했다. 옥시덴털은 애너다코 인수가 380억 달러를 주당 평균 76달러(현금 78%, 주식 22%)로 매수했다.

둘째, 주가 하락으로 주주 배당금을 줄였다. 옥시덴털의 주가는 올들어서 71.4% 폭락했다. 옥시덴털 주가는 2018년 6월 주당 86.48달러로 고점을 찍은 이후 지속하락해 12일 11.89달러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06억 달러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며 경제에 충격을 주는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석유전쟁으로 유가가 급락하는 여파다. 비키 홀럽 CEO는 배당금은 지키겠노라고 장담했지만 옥시덴털은 지난 10일 배당금을 80% 이상 삭감했다. 이러니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아이칸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