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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유가’…‘암흑기’ 빠져드는 정유업계, 반등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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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유가’…‘암흑기’ 빠져드는 정유업계, 반등은 언제?

지난 18~19일 널뛴 유가, 30달러 돌파 못해…코로나19 충격에 석유 소비 급감
유가반등 모멘텀 실종, 정유사 ‘한계’ 위기…“2분기 低원가 효과 반영” 전망도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국내 정유사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였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국내 정유사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였다.[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9)충격 등으로 인한 국제 유가 폭락에 국내 정유화학사가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국제 유가 20달러 내에서 널뛰기를 하고 있지만 산유국간 감산합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석유와 원재료 수요 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산업의 암흑기 탈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 유가는 하루 이틀 사이 폭락과 폭등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간)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20.37달러에 장을 마감, 1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배럴당 24.88달러를 기록했고, 두바이유도 28.26달러를 기록하는 등 20달러 내에서 출렁였다.

다음 날인 19일은 급등이 연출됐다.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3.8% 급등한 25.22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상승폭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배럴당 14.4% 급등한 28.47달러로 올라섰지만 30달러 선은 돌파하지 못했다.

산유국 감산을 위한 미국 개입과 코로나19에 각 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항공수요 급감과 자동차 제조사 가동 중단,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지금으로선 유가 반등 모멘텀은 실종된 상태다.

유가 추락 뿐 아니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정유업계는 최대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정제마진 하락으로 실적 부진을 이어온 정유업계는 최근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팔면 팔수록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정유사들은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수익성 반등을 꾀했었다.

정유사의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은 보통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47달러를 기록했다. 전날인 16일에도 정제마진은 배럴당 –2.48달러에 그쳤다. 최근 일일 기준 정제마진이 이틀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유업계가 한계 상황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유가 하락이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마진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된다. 그러나 산유국의 증산과 글로벌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 유가 급락 위기에는 수요가 뒷받침 됐지만 지금은 수요 감소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 우려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고평가손실도 반등의 불이다. 유가 급락으로 1~2개월 전에 비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수요까지 감소하게 되면 재고평가손실은 더욱 커지게 된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월 이후 유가 급락으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재고손실 합산액이 328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유가 1달러 하락 시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약 7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유 4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3646억 원)에 약 20%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국제 유가가 출렁이고 있지만 유가 하락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골드만삭스는 지난 18일 올해 1분기 WTI는 배럴당 22달러, 브렌트유는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 이달 초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무산 이후 WTI가 배럴당 29달러, 브렌트유는 30달러까지 하락한다고 밝힌지 2주 만의 일이다

유가의 가파른 하락국면에서 2분기 부터 정유사의 수익 반등 관측도 나온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코로나19 등에 따른 수요 침체로 본격 반등이 어렵겠지만, 전방 수요 회복 여부와 석유업체 구조조정 본격화 여부, 각국의 정책 변화 등에 따라 유가 반등 전환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1분기가 지난 이후에는 도입원가 하락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체도 1분기에는 대체로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하겠지만,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가격 급락으로 2분기부터 저원가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