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 3대 감염성 질환으로 꼽히며 국제적으로 퇴치 사업을 전개할 만큼 매년 수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는 감염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년째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불명예를 안고 있다. 국내에서 매년 3만 명 이상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그중 사망자도 2000명에 달한다.
중요한 것은 결핵균에 감염됐다 해도 모두 결핵 환자는 아니다. 90%의 감염자는 '잠복결핵'에 해당된다. 잠복결핵이란 결핵균이 신체 내부에 있지만 면역기전에 의해서 억제돼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몸 밖으로 결핵균이 전파되지 않아 사람 사이에 전염성이 없고 결핵 검사인 흉부 X-선 검사와 객담 검사에서도 정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잠복결핵은 전혀 문제가 없더라도 면역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결핵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계적으로 잠복결핵 감염자의 약 10% 정도가 활동성 결핵이 돼 결핵이 나타나는데 이 가운데 50%는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는 언제든 면역력이 감소하는 때 질환이 생긴다. 다시 말해 빠르고 정확한 검사로 잠복결핵을 발견하고 이를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로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복결핵 감염자들을 관찰했을 때 치료를 실시하지 않은 사람이 치료를 완료한 사람에 비해 결핵 발생 위험률이 7배나 높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결핵 퇴치를 위한 잠복결핵 감염 진단과 치료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잠복결핵은 일반적인 결핵 검사인 흉부 X-선 검사와 객담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타나 별도의 검사 방법을 필요로 한다. 인체 내에 결핵균에 대한 면역세포 존재 유무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수십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와 최신 검사 방법인 '인터페론감마 분비 검사(Interferon-Gamma Releasing Assay, 이하 IGRA)' 두 개 검사법이 있다.
그중 IGRA는 혈액 검사다. 검사 대상자의 혈액 안에 있는 'T림프구'라는 면역세포를 결핵균의 특이 항원과 반응시키면 인터페론감마(Interferon-Gamma)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이를 측정해 수검자가 결핵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알아내는 원리로 한 번의 채혈로 잠복결핵을 진단할 수 있어 편의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체외 검사기 때문에 약물 주입으로 인한 이상반응에 대한 위험성이 없고 결핵 예방을 위해 유아기에 필수로 맞는 'BCG 백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결과 정확도도 높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