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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대혼란'…집값 본격 하락 우려 속 "내집마련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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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대혼란'…집값 본격 하락 우려 속 "내집마련 기회"

정부 고강도 규제에 코로나 장기화로 '경제위기' 확산...서울 매매값 37주만에 '상승세 스톱'
철옹성 강남3구도 하락세...전문가 “코로나로 매수심리 위축 심각, 당분간 조정기 거칠 것”
변수는 ‘제로 금리’ 기조..."실수요자 대출부담 줄어 시세보다 낮은 아파트 청약 적극 나서야"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김하수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국내 집값도 과거 외환위기(1998년)나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시기처럼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서울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줄고, 가격 하락세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6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37주 만에 상승세가 멈춘 것이다. 특히,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책에도 견고하게 유지돼 오던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강남 3구’도 나란히 0.12%, 0.12%, 0.08% 하락했다.

강남 3구 뿐만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지역에서도 많게는 2억 원 이상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마포 대장주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5㎡)’에서 14억 4000만 원짜리 급매물이 나왔다. 지난 1월 같은 평형이 16억 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개월여 만에 2억 원 이상 떨어진 셈이다.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대장주로 꼽히는 ‘서울숲리버뷰자이(전용 85㎡)’에서도 지난해 11월 같은 평형 아파트 거래가(16억 원)보다 1억 2000만 원 가량 떨어진 14억 8000만 원짜리 급매물이 나왔으며, 용산구 산천동 ‘리버힐삼성(전용 75㎡)’의 경우 지난 1월 매매가 9억 1000만 원을 찍은 이후 지난 2일 8억7000만 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중저가 아파트가 몰린 노도강 아파트 시장도 ‘릴레이 신고가 경신’가 멈추고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지난 18일 노원구 하계동 ‘한신1차(전용 36㎡)은 지난 1월 기록했던 신고가(3억 800만원)보다 약 200만 원 떨어진 2억 9650만 원에 거래됐다.
올 1월 7억7000만 원에 최고가를 찍은 도봉구 ‘북한산아이파크(전용 84㎡)’도 지난 1일 7억 6300만 원에 거래됐으며, 강북구 ‘삼성래미안트리베라2차(전용 84㎡)’는 2일 7억 9500만원에 거래돼 지난달 찍은 최고가(8억1100만 원) 대비 소폭 떨어졌다.

이러한 집값 하락 기조에 서울지역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도 23주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내려앉았다. 매수우위지수는 KB국민은행이 부동산중개업체 900여 곳을 대상으로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조사해 산출하는 지수이다.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101.7) 대비 9.9포인트 하락해 91.8을 기록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기준선(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마지막 주(98.5) 이후 23주 만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촉발된 주택시장 매수심리 위축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과거에 집값 급락 사례는 외환위기 직후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을 꼽을 수 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발생 직후 국내 집값은 서울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폭락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1998년 당시 한 해 동안 집값은 전국 평균 -12.4%, 서울 평균 -13.2%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6년 이후 최대 낙폭이었다.

외환위기 10년 뒤인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국내 부동산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8년 9월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5.25%에서 2%까지 끌어내렸지만, 2008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2.24%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영향에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까지 겹치면서 서울 주택시장이 ‘당분간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기 호황을 거치며 서울을 중심으로 부풀어 올랐던 ‘부동산 버블(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몇 년 새 가격이 급등한 강남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투자자들이 몰리는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단지들도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변수는 ‘저금리’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사상 첫 0%대 금리시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 부담이 줄었기 때문에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내집 마련의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로 현재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면 금리인하로 ‘집값 조정기가 짧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권 팀장은 “코로나19와 부동산 규제로 시장이 침체됐지만 신규 분양시장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저금리 기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력한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의 신축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있어 내집 마련을 고민하는 무주택자들은 청약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