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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성공한 조원태, 난제 수두룩 ‘수성’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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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성공한 조원태, 난제 수두룩 ‘수성’ 전략은?

反조원태 진영 ‘3자 연합’과 사실상 경영권 분쟁 장기전 돌입
2라운드 분쟁 예고, 경영능력 증명·재무구조 개선·세(勢) 확대 숙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대한항공]
조원태(44) 한진그룹 회장이 반(反)조원태 진영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을 거뒀다.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누나 조현아 전(前)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 공세에도 출석주주 과반(56.67%)의 찬성으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조 회장은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남긴 채 사실상 장기전 국면에 돌입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한진 경영권 수성(守城)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조 회장이 명확한 경영 능력으로 도전에 맞서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조 회장이 경영능력을 발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면 경영권을 공고히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경영권이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

◇조 회장, 코로나19 위기 속 재무건전성 확보해야


조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 사수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한진칼과 대한항공 재무건전성 확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조 회장이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 승리에는 한진그룹내 결집과 캐스팅보트(결정권)였던 국민연금의 지원, 법원의 유리한 판결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조 회장이 아버지 고(故)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총수에 오른지 1년 도 채 되지 않은 만큼 경영능력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다.

또한 이번 주총 결과가 코로나19 충격으로 극도의 위기감에 따른 반사이익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주총 이후 코로나19 파고 속에서 조 회장이 경영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경우 기존 주주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 회장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치않다.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보이콧 재팬)’으로 한차례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올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대한항공 뿐 아니라 항공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주총 이후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대목이다. 이를 보여주듯 대한항공은 4월부터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반납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이와 별도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3만6642㎡·1만1084평)·건물(605㎡·183평)과 왕산마리나 연내 매각을 이미 결정했고 현재 매각 주관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또한 한진칼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엔젤레스(LA)에 있는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광역시에 있는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구조 개편 방향을 결정했다.

◇3자 연합 공격 포인트 ‘대한항공 부채’ 어쩌나?


조 회장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대한항공 부채비율 감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3자 연합이 조 회장의 경영능력 부재를 이유로 꼽은 부분도 여기다.

대한항공측은 3자 연합의 부채비율 1600% 주장에 “항공사 업종 특성상 환율상승에 따른 외화부채 환산손실이 발생해 부채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라며 “대한항공은 현재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외화차입금을 줄이고 원화차입금을 늘리고 있으며 통화스왑 (CRS)을 통해 외화 비중을 낮추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파장이 장기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손실이 워낙 커 조 회장으로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항공편 가운데 80% 이상이 운항을 중단했고 여객 노선 총 124개 중에 89개 노선이 운휴 중이기 때문이다. 오름세인 환율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이 2415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요가 되살아나더라도 흑자로 돌아서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또한 자본 확충이 없을 경우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지난해 867.6%에서 올해 1분기 1101%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항공업계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3자 연합은 부채 문제를 줄기차게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주총 이후 “회사의 자구 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정부 지원 확대를 주문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영권 분쟁 2라운드 예고…앞서가는 3자 연합 맞선 조 회장의 '세(勢) 확대' 관건


조 회장은 3자 연합과의 장기전을 위한 추가 지분 확대도 해결해야 할 또다른 과제다.

지난 주총에서 완패한 3자 연합은 주총 결과와 관련해 “한진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도록 계속 주주로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사실상 추가 경영권 싸움을 예고한 상태다.

3자 연합인 KCGI와 반도건설이 주주명부 폐쇄 이후에도 지분을 확대하며 조 회장을 압박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주주명부폐쇄는 주총을 앞두고 주주명부 기재사항 변경을 일정기간 정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주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조치다.

KCGI와 반도건설은 최근 추가적으로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이 각각 18.74%, 16.9%로 늘어났다. 조 전 부사장과 지분을 더하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총 42.13%가 된다.

2.9%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조 회장측 지분은 40.39%다. 이에 따라 주총 이후 지분 대결에서 3자 연합이 근소하게 앞서 있다. KCGI와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경우 양측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도 지분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 회장 우호세력인 미국 델타항공의 지분 매각설(說)과 당초 2%를 보유하다 1%를 처분한 우호세력 카카오의 ‘중립’ 선언 등 진영내 돌발 변수도 대비해야 한다. 친(親) 조 회장 진영의 향후 행보도 유동적인 만큼 조 회장으로선 확고한 우군 확보가 절실하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국민과 주주, 노조와 약속한 재무구조 개선 등을 착실하게 이행해 신뢰를 보이고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또다른 대결에서 안팎으로부터 결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