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55)씨에게 1심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과 외국환관리법 위반, 재산국외도피 등 정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태수 회장이 관련 사건의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고 해도, 정씨는 아들로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며 "피해회사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인다. 국외 도피 중에도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또 "공소가 제기되고 구속을 우려해 범인도피죄를 저지르도록 교사했고, 공문서 위조도 공모했다"며 "나아가 도피 중 재산국외도피와 횡령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정씨는 오랜 기간 국외로 도피해 가족이나 지인을 쉽게 만날 수 없게 됐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정씨가 자초한 것으로 스스로 야기한 것을 법원이 유리한 정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재산국외도피와 횡령 금액의 총합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등 매우 많은 액수"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 회사자금 268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260억여 원)을 스위스의 차명계좌를 통해 빼돌리고,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이번 사건은 소위 '한보사태'로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요청하던 상황에서 정씨 등이 한보그룹 채권자 등에게 손해를 끼칠 의도에서 진행됐고, 횡령 및 도피한 금액이 329억 원 상당에 이른다"며 정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