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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 감염 최다 오명 미국이 사태 종식 이후도 세계패권 유지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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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 감염 최다 오명 미국이 사태 종식 이후도 세계패권 유지할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종식 이후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종식 이후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코로나19 종식 이후 패권은 어디로

미국을 허브로 한 국제질서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증거는 위기 중의 경제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이라고 하면 중세유럽에서 14세기 중반부터 70여 년 사이에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흑사병(페스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구의 격감으로 실질 임금이 상승하고 소비가 증가하면서 장기 경제성장을 실현한 ‘긴 세기’로 이어지며 산업혁명과 국민국가의 등장을 알렸다.

그렇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까? 국가마다 문을 잠그고 뿔뿔이 흩어진 세계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라고 하는 대국들이 힘으로 패권을 서로 겨루는 시대가 오는 것인가?

유럽에서는 NATO가 4월부터 3만7,000명을 동원한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무려 22만 장병이 장비와 함께 바다를 건너 주역을 맡을 터였다. 크림반도 병합으로 러시아의 위협이 증대했다고 판단한 연습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연습 참가 규모를 대폭 줄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 6월 캠프데이비드에서 열기로 했던 ‘G7 정상회의’를 화상회의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을 허브로 하는 전후 국제질서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침내 파괴된 것처럼 보인다.

■ 중국과 러시아, 제 앞가림도 힘겨워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보면 미국 이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과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연기한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어떻게든 열기 위해 불편한 일을 억지로라도 은폐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과 세계의 반발을 부를 것이다. 미국과 일대일로 외교적 주도권을 지속할 힘이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이 헌법을 바꾸면서까지 대통령에 계속 앉는 자세를 나타낸 것과 거의 동시에, 최근 20년간 그의 성공을 지지해 온 원유가격이 대폭락하면서 작년에 배럴당 65달러 안팎에 머물던 유가가 지금은 20달러, 즉 20년 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도로아미타불’ 상황에 처해 있다.

러시아는 지난 몇 년간 자국을 핵으로 하는 경제권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확대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등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왔지만, 이 역시 끝장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푸틴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은 4월22일에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6월 이후로의 연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 사이에 푸틴 장기집권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 국내 정세는 불안정화할 것이다.

■ 미국의 존재감을 보여준 한 장면

미국에서도 주가 폭락으로 최근 3년간 트럼프의 실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코로나19로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악용해 대선 연기까지 거론할 수 있는 마당에 며칠째 트럼프는 생기가 없다. 이러다가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공화당 의원과 지지자들이 그를 버리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단임 대통령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은 군사와 경제 양면에서 탁월한 힘을 유지하고 있다. NATO의 훈련은 규모가 축소됐지만 유럽, 중동, 아시아의 미군은 건재하며 무려 800조 원이 넘는 군사예산이 뒷받침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사태로 전 세계의 금융기관이나 글로벌기업, 각국 정부가 결제를 위한 달러 자금을 요구하며 달러 환율의 급상승이 보여주듯이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미국 정부와 Fed(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막대한 공적자금으로 붕괴를 모면한 시장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지고 투기에 광분하는 것이다. 중세의 페스트와 달리 이번에는 임금도 오르지 않고 인플레이션도 일어나지 않고, 물건이 넘쳐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인가, 아니면 달러 가치도 ‘제로’가 돼 세계 경제가 와해 될 것인가. 어떤 경우라도 돈만은 확실하게 놓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