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재건축 재개발사업은 자금권을 쥐고 있는 시공사(건설사)들의 전유물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개정되면서 신탁사가 주도할 수 있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신탁 방식 정비사업은 조합 설립 없이 신탁사가 직접 사업시행자로 사업을 추진하는 ‘신탁사 단독시행 방식’, 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신탁대행 방식’이 있다.
이 가운데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대전시 재건축 최대어인 용운주공아파트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대표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이 곳은 장기간의 사업 정체기를 겪다가 한국토지신탁의 참여로 사업 정상화 기틀을 마련하고, 최근 분양을 완료하는 등 일사천리로 사업이 진행됐다.
또한 한국토지신탁은 서울 신길10구역, 흑석 11구역, 신길음1구역, 영등포동2가 가로주택 등 서울권의 핵심 사업장을 비롯해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 광역시 위주 17개 사업장(신축 약 1만 9500가구 규모)에서 사업시행과 대행자로 지정 고시되며 부동산 신탁업계 최대 수준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정비사업 수주물량 가뭄현상이 시작된 지난해에도 한국토지신탁은 총 6개 사업장에서 사업대행‧지정자의 지위를 획득했다. 인천지역에서 경동구역 도시환경정비(공사비 2721억 원), 롯데우람아파트 재건축(964억 원) 등 2건을 위시해 ▲부산 서·금사 재정비촉진5구역 재개발(8792억 원) ▲대구 도원아파트 가로주택정비(754억 원) ▲서울 구의동 한양연립 가로주택정비(339억 원)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3507억 원) 등이다. 그 결과,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신탁보수 817억 원, 도급공사비 1조 7079억 원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종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부활 등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가 이어지면서 지난해는 업계 전반에 걸쳐 수주물량이 쪼그라든 한 해였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을 내세워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토지신탁이 도시정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비결로 풍부한 차입형 개발신탁 노하우와 도시정비사업 분야에 특화된 전문인력 다수 보유에 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이 관계자는 “특히, 도정법 개정 이후 발 빠르게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유수한 경력직들을 대거 채용해 직원 각자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최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최근 조직개편, 업무협약을 통해 정비사업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3개 팀으로 구성돼 있던 도시재생사업본부를 2개 본부를 포함한 총 4개 팀으로 확대 재편하고,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전략적 업무협약까지 맺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에도 전문인력 풀(Pool), 정비사업별 특성을 감안한 맞춤조건 제시 등을 통해 도시정비사업 경쟁력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