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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벌릴 곳도 없다’…‘생존 절벽’ 내몰린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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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벌릴 곳도 없다’…‘생존 절벽’ 내몰린 항공업계

코로나19확산 충격에 ‘수입도 없고, 돈 줄도 막히고’
항공사 상반기 손실 6兆 가량…고정비용 부담은 여전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아…정부 지원 이외에 ‘방법 없어’



코로나19 여파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운항을 하지 못한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주기돼 있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여파에 하늘길이 막히면서 운항을 하지 못한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주기돼 있다.[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충격에 국내 대형항공사는 물론이고 저비용항공사(LCC)도 고사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세계 각 국이 문을 걸어 닫으면서 대부분의 노선이 중단된 데다 여행객도 줄면서 수익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보이콧재팬’등 으로 이미 타격을 입은 상태여서 버티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까지 낮아져 돈도 빌리기 어려운 처지여서 코로나19 충격이 길어질다면 도산하는 항공사가 속출할 것이란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다.

4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국제선 여객 수는 7만859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3만6366명)에 비해 무려 95.5%가 줄었다. 지난 1997년 1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0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현재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324대는 그대로 세워져 있는 상태다.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데 고정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항공산업은 영업비용 중 고정비 비중이 35∼40%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막대한 운용 리스료를 지불해야 한다.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9000억 원 가량을 지불했고, LCC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 원 규모로, 올해도 리스료를 내야 한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행기를 반납하는 항공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비행기를 두 대 반납한 이스타항공은 당초 21대에서 13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로, 지난 2월 급여 일부 미지급 이외에도 3월 급여까지 지급하지 못했다.

항공기 운항이 중단됨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의 올해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될 정도다.
코로나19 확산 충격에 기업 실적과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지며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자금조달 환경도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고,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을 신용등급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등록했다.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대한항공은 60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이 90% 가량이 판매되지 못하면서 자금조달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ABS는 항공권 판매를 통해 거둬들일 수익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돈을 빌리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발행해놓은 대규모 ABS의 상환도 큰 부담이다. ABS 조기상환 조건 발동 등으로 대한항공의 운영자금 확보에 더 어려움이 더해질 수 있어서다.

자본잠식도 문제다.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소하거나 6개월간 사업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봤던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불가피한 가파른 부채 상승에 잠본잠식 위기에 노출돼 있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도 자본잠식률 117%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1386%까지 늘어나 코로나19로 부채가 확대될 여지가 커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생존 절벽에 내몰린 항공업계는 자구책으로 생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항공사마다 급여 반납 대상을 확대하고 무급휴직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고. 대한항공도 전체 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휴식 신청을 받는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은 떨어지고 자금 조달도 막힌 상황에서 항공업계는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항공협회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 등에 호소문을 보내 “국내 항공산업 기반이 붕괴하고 있으며, 84만 명의 항공산업과 연관산업 종사자들이 고용 불안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의 대규모 지원 없이 항공업계의 자구책만으로는 생존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지원을 호소했다.

항공업계는 구체적으로 전체 항공사에 대한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와 채권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등 대규모 정책자금 지원 확대는 물론 항공기 재산세 면제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