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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유럽, 코로나19 마스크 쟁탈전…비행기 적재물량 웃돈 납치까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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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유럽, 코로나19 마스크 쟁탈전…비행기 적재물량 웃돈 납치까지 ‘점입가경’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의료용 마스크 쟁탈전이 ‘점입가경’의 형국을 보이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의료용 마스크 쟁탈전이 ‘점입가경’의 형국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 관계자가 사용하는 의료용 고기능 마스크를 둘러싼 국제적인 쟁탈전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오고 있는 미국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유럽 등 동맹국으로부터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미 정부는 3월 의료용 마스크나 장갑, 방호복 등을 확보하기 위해 냉전 시대에 성립한 ‘국방 생산법’을 발동해 민간기업에 증산을 요청했다. 이번 달 3일에는 이 법에 근거해 마스크 등의 ‘부당한 수출’ 정지를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 물자의 악질적인 수출을 저지함으로써 매점매석이나 가격 인상을 막겠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 다국적 복합기업 스리엠(3M)은 3일 자사 제조의 고기능 마스크에 대해 미 정부가 캐나다나 남미에 대한 수출중지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중대한 인도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라고 호소했다. 미 미디어에 의하면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중요한 물자나 서비스의 왕래를 멈추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미국 측의 조치에 강력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국산품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 제조된 의료용품 확보에도 분주하다. 유럽 언론에 따르면 상하이에서 프랑스로 보내질 예정이던 의료용 마스크 수백만 장 중 일부가 최근 발송 직전 수출처가 미국으로 바뀌었다. 미국 업자가 3배의 매입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지면서 프랑스 외교관은 3일자 프랑스 신문 ‘피가로’에 “미 정부가 이 ‘마스크 납치’에 동의하고 있지 않다고는 믿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베를린시의 안드레아스 가이젤 내무장관은 3일 경찰관에게 착용시키기 위해서 주문한 20만 장의 마스크가 경유지의 방콕에서 미국으로 수신처가 변경되었다고 밝히고 미 정부에 의한 ‘현대판 해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미 정부는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타게스 슈피겔’지도 4일 경찰 홍보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볼 때 미 정부의 지시가 아닌 중개업소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받고 매각처를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진상은 불분명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미 정부는 타국을 위한 마스크의 ‘탈취’를 부정하고 있지만, 국토안전보장부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충분한 수를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구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트럼프 역시 4일의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마스크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주고 싶지 않다”라고 말해 수출 정지 명령을 정당화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