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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24] 코로나19, 미국 대선 풍속도 바꿀만큼 폭발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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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24] 코로나19, 미국 대선 풍속도 바꿀만큼 폭발력 크다

민주당, 전당대회 8월로 연기 vs ‘위기는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 속설도 뒤집혀

지난 2017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7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 대선의 풍속도를 바꿀 만큼 폭발력을 보이고 있다.

재팬프레스는 5일(현지시간) 미국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붕괴가 벌어지고 있으며 감염자를 입원시킬 의료시설이 부족하기 시작하자 대통령 예비선거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보도가 넘쳐나면서 언론보도에서 미국대선 기사가 사라졌다.
미국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8월로 연기했으며 ‘위기는 현직대통령에게 유리하다’라는 낙관론은 보기좋게 빗나가 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유력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이례적인 긴급회의 제안을 받아들일 정도다.

트럼프 정권내 코로나19 책임자로부터 “이대로 상황이 지속되면 사망자는 10만~20만명이 될 수 있다”라는 불길한 예측까지 나왔다.

한편 지난 3월3일 슈퍼화요일에서 민주당 대선 지명자 티켓을 거의 수중에 넣은 바이든 전 부통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월말까지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수(1991명)를 확보해 전국당대회를 기다리지 않고 대선후보 지명 경선을 결정지으려고 했다. 이미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수까지 991명만 확보하면 된다.

그러나 느닷없이 닥친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각 주가 외출·집회자제·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예정된 선거캠페인은 일절 중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자택에 설치된 임시스튜디오에서 인터넷으로 정책연설을 이어오고 있지만 ‘관객없는 스포츠’ 처럼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자 대기업과 유권자들로부터 선거자금 모집도 하락세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월 1개월간 모은 선거자금은 8800만 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440만 달러를 모금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슈퍼PAC(정치활동위원회)’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아 자금제공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부재자 투표’ ‘우편 투표’까지 등장


코로나19는 미국대선의 방식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각 주는 예비선거의 연기를 결정하는 한편 예비선거의 투표방식도 일변시켰다.

이같은 상황을 본 바이든 후보는 7월 13일 개최 예정이던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민주당 전국대회의 연기를 제안했다. 1개월 연기해 8월에 개최하자는 제안이었다.

민주당 차기대통령 유력후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제안은 무게감이 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조만간 정식 결정할 방침이다.

4월 2일 현재 외출규제를 결정한 주는 35개주에 이른다. 미국 전체 인구의 87%인 2억9000만명에 영향을 미친다.

7월에 수천만명이 모이는 전국당대회를 열 수가 없다. 8월에 들어서면 열릴 수 있다는 보증도 현재로서는 없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7월이든 8월이든 당대회를 개최해도 소수의 사람이 모이는 형태만이 되지 않을까”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아직 25개주가 남은 예비선거지만 이중 15개주가 지난 1일 시점에서 예비선거의 기일을 연기했다.

4월에 예비선거가 예정돼 있던 뉴욕(대의원수 274명), 펜실베니아(186명), 메릴랜드(96명), 켄터키(54명), 루이지아나(54명) 등은 6월로 미뤄졌다.

6월2일 예비선거를 치를 예정이었던 뉴저지주(126명)는 모든 투표를 우송키로 결정했으며 또한 워싱턴특별구도 144개 투표소를 20개로 줄이는 조치를 내렸다.

◇ 트럼프 대통령도 인정하는 바이든 전 부통령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충격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많은 선거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예비선거에서도 민주당 지지자의 대부분은 국가재난을 맞이해 정치경험이 풍부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좌파이상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으로서는 위기시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샌더스 후보의 지지자들은 “샌더스 의원이 언급한 전국민보험의 중용성이 코로나19로 다시 부각됐다”라며 캠페인을 지속할 것을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는 지난 1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인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와 대화하기를 좋아한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금까지 ‘슬리피 조(졸린듯한 조)’라는 별명을 붙였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커다란 변모양상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위기를 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현직대통령이다. 전 부통령이 어떤 구체적인 모든 정책과 대책을 제시해도 현직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의는 나쁜 얘기는 아니다. 첫째로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바이든씨를 민주당 대통령후보로서 사실상 인정하는 증거가 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재, 필요한 것은 민주당의 협력이다.

책임을 함께 짊어져 초당파로 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미국민의 61%가 ‘대응준비 부족’이라고, 47%가 ‘대응책이 불충분하다(충분하다고 답한 사람은 40%)’고 응답했다.

이같은 부정적인 여론을 완화하는 데에도 ‘트럼프·바이든 회담’은 상징적인 정치적 모멘텀이 될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측은 보고 있을 것이다.

◇ 위스콘신주, 4월 유일한 경선주


이같은 상황에서도 7일 예정대로 예비선거를 치르는 곳이 중서부의 위스콘신주다. 위스콘신주의 코로나19 감염자는 1일 현재 351명으로 나타났다.

토니 에반스 위스콘신 주지사(민주당)는 주민들에 대해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사실상의 외출규제 조치다.

따라서 예비선거는 부재자투표로 치르기로 결정됐다. 이미 97만명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해 34만명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에반스 주지사의 결정에 반대해 끝까지 연기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이 62%를 넘어섰다. 법률위반이라고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단체도 등장했다.

위스콘신주 선거법에는 투표하는 사람의 신분증명사진 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부재자투표에서는 신분증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스콘신주는 소위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각종 선거에서 공화, 민주당 각당 후보가 이기거나 지는 주)다.

민주당 예비선거에서도 지난 2016년에는 이미 패색이 짙었던 샌더스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이겨 살아난 주가 위스콘신주였다.

◇ 본선거 점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


왜 그 정도까지 위스콘신주는 예비선거를 강행하는 걸까.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한 신문기자는 “위스콘신주의 유권자 55%가 백인 블루칼라층이며 그 대부분은 중남부의 비도시부에 거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밀워키 등 대도시부와 그 주변지역은 백인 대졸 중도 리버럴파가 많다. 당연한 것이지만 민주당지지파들이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 2012년 여기에서 이겼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또한 “위스콘신주 민주당지부로서는 이 시기이기 때문이야 말로 예정대로 예비선거를 치러 바이든 후보가 하루라도 빨리 민주당 대선후보를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이라면서 “예비선거의 결과는 이미 바이든 후보의 승리로 나온다. 문제는 여기에서 샌더스 후보에 어느 정도 차를 벌리고 승리할까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윙 스테이트에서의 예비선거의 결과는 11월이 대통령 본선에서 트럼프 재선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를 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도 된다. 다른 스윙 스테이트에 눈사태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올해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두사람의 레이스가 될 것’이라고 위스콘신주 유권자 대상으로 한 최신 여론조사(3월24~29일)에서 바이든 48%, 트럼프 45%로 나오고 있다.

선거예상·분석에 정평이 있는 버지니아대 정치문제연구소의 래리 새버토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간 대선경쟁은 여전히 박빙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