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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과 환율상승으로 올해 카자흐스탄 경제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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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과 환율상승으로 올해 카자흐스탄 경제 먹구름

- 카자흐스탄 GDP의 15%는 석유가스에 의존 -
-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텡게-달러 환율 급등 -
- 올해 인플레이션 예상치보다 1.5배 상승 전망 -







국제유가 하락 배경



이른바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이라고 불린 2020년 3월 9일 월요일, 이날 국제 유가는 30% 이상 하락했고 배럴당 3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최대 폭락이다. 이러한 하락세는 3월 6일(금)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OPEC+(OPEC 회원국 및 러시아) 회의에서 석유 생산량 감산에 대한 합의가 결렬되면서 촉발됐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는 감산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러시아가 반대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가 보복적 조치로 석유 가격 인하 및 생산량 증산을 선언하고 사우디-러시아의 석유 ‘가격 전쟁’이 시작됐다. 이와 동시에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많은 나라가 격리조치를 하고 있고 석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결국 가격전쟁으로 촉발된 저유가 시대는 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서 장기화될 전망이다. 세계적 유가 하락은 석유채굴 국가의 경제에 고스란히 반영됐고 국가경제의 대부분을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카자흐스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자흐스탄 경제 구조



카자흐스탄 경제는 석유가스 분야에 매우 의존하는 구조다. 국제신용평가사 S&P 연구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GDP의 15%는 석유가스에서 비롯되며, 국가 재정수입의 약 40%가 이 영역에서 발생한다. 또한 카자흐스탄의 30대 주요 세금납부 기업 중 18개가 석유가스 채굴기업이며 이 기업들은 2019년에만 4조3000억 텡게*의 임금을 지급했다.
주*: 2019년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평균환율 기준 약 112억 달러
2019년 가을, 수도 누르술탄에서 개최된 Kazenergy 회담에서 국영 석유가스기업 KazMunaiGas의 이사장 Alik Aidarbaev는 배럴당 60~70달러의 국제유가가 카자흐스탄 경제에 필요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배럴당 60달러의 유가는 카자흐스탄 국가기금(Kazakhstan National Fund)* 운영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수치이며, 이 정도 가격이 유지돼야 카자흐스탄 국가 기금은 지출과 수입의 균형을 유지하고 정부의 재정 적자를 보충할 수 있다.
주*: 카자흐스탄 정부는 석유 수출에 따른 수입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0년 카자흐스탄 국가 기금(Kazakhstan National Fund)을 설립했다. 특정 석유가스 기업으로부터의 세금 수익이 이 국가 기금으로 편입된다.

또한 카자흐스탄 경제는 러시아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유라시아 경제연합 회원국이기도 한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따라서 러시아의 경기침체 및 통화가치 하락은 카자흐스탄 경제에 그대로 반영된다. 러시아 국가재정의 편성 및 운영은 배럴당 42.6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는 국제유가에 기반하며, 유가가 이보다 하락할 경우 러시아 경제 및 루블화 가치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이미 국제 유가가 배럴당 42.6달러 밑으로 떨어진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의 경기침체 및 루블화 가치 절하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카자흐스탄의 경제 및 통화가치로 전염된다.

위와 같은 이유로 유가 하락은 카자흐스탄 경제에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오고 그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텡게화 가치절하



먼저 3월 9일(월) 국제유가 폭락과 함께 카자흐스탄의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현지 언론 Finance.kz에 따르면 런던 증권거래소의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GDR(Global Depositary Receipts) 가치는 25% 하락했다. 구리 채굴기업 KAZ mineral의 주가는 8.85% 하락했고 우라늄 채굴기업 Kazatomprom의 주가는 3.46% 하락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텡게화 가치절하로 인한 환율 급등이다. 카자흐스탄 응용경제연구소의 상임이사 Olzas Tuleuov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Tengenomika에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텡게화 절하압박이 몇 배는 상승했다고 밝혔다. 여성의 날 휴일이었던 3월 9일(월),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의 고시환율은 달러당 382.05텡게로 전일대비 변동이 없었으나 현지 환전소 환율은 매도 기준 달러당 398텡게로 거래됐고(기준환율 대비 4.2% 상승), 일부 환전소에서는 달러당 400텡게에 거래됐다.(4.7% 상승) 중앙은행 고시환율은 3월 11일(수)부터 달러당 393.6텡게로 오르기 시작했고 3월 31일(수) 기준 3월 중 최고치인 달러당 449.13텡게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이 시작된 3월 9일(월) 대비 무려 17.5% 상승한 것이다.

2019.11.~2020.3. 텡게-달러 환율 변동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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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ru.investing.com

SoftLink의 분석가 Dmitri Lukashov에 따르면 세계 유가가 올해 말까지 하락세를 유지할 경우 카자흐스탄 환율은 달러당 500텡게까지 폭등할 수도 있다.
· 카자흐스탄 중앙은행 고시 기준 2019년 평균 환율: 달러당 382.87텡게, 최고 환율: 달러당 390.13텡게

게화 절하에 따른 카자흐스탄 경제 영향


환율 급등으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다. 3월 19일(일)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는 중앙은행장과 만남을 가졌고 유가하락 및 환율급등 상황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을 예방할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와 동시에 카자흐스탄 무역통합부는 식료품 등 주요 생필품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종합적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정부 대응에도 불구하고 올해 인플레이션은 당초 예상했던 3~3.5%보다 1.5배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야채·과일 등 수입 농산품,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현지에서 조립되는 모든 자동차 및 전자제품, 수입원자재로 건축이 이뤄지는 부동산 등의 영역에서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1) 식품 인플레이션
카자흐스탄 통계청에 따르면 3월 17일부터 24일 중 주요 식료품 가격은 전주 대비 1.7% 상승했다. 연초부터 3월 둘째 주까지 누적 인플레이션 증가율이 1.2%였는데 단 1주일 만에 올해 누적 인플레이션 증가율을 상회한 것이다. 3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인플레이션 증가율은 2.4%를 기록했고, 이는 식료품 분야 인플레이션 증가율의 다년간 최고 기록이다. 3월 1일부터 24일 중 가장 가격 상승폭이 큰 식품은 소고기(1.2%), 감자(13%), 당근(4.1%), 양파(5.4%), 설탕(9.5%) 등이다. 식료품 인플레는 텡게화 절하로 인한 수입 농산품 가격 상승, 도시봉쇄 조치로 인한 식료품 수요 증가, 세계적 식품 가격 상승(특히 설탕)에서 비롯됐다.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3월 내 지속된다면 3월 한 달 동안 식료품 인플레이션 증가율은 3~4%를 초과할 것이다. 이 경우 연중 평균 인플레이션 증가율은 7%를 넘게 될 전망이다.

3월 첫 3주간 주요 식료품 인플레이션 증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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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카자흐스탄 통계청

2) 자동차 인플레이션
자동차기업 연합 KazAutoProm의 전략계획 총괄자 Artur Miskaryan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현지에서 조립되는 완성차의 부품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된다. 텡게화 절하로 인해 부품가격은 오를 것이며 결과적으로 완제품 자동차의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Artur Miskaryan은 현재까지는 자동차 가격이 유지되고 있으나 곧 환율상승 이전 구매된 부품 재고가 소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코로나19로 모든 비즈니스 활동이 동결된 상황에서 정확히 얼마까지 자동차 가격이 상승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3) 부동산 인플레이션
이러한 상황은 카자흐스탄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카자흐스탄 건설·투자 대기업인 BI Group의 기업 PR 담당자 Yuri Dorohov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건축자재의 60%는 수입품이다. 이를 고려했을 경우 텡게화 절하에 따른 주택가격은 상승률은 12.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피해


카자흐스탄의 중소기업은 텡게화 절하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모든 중소기업은 환율상승으로 인해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하지 않거나 수입원료 조달이 필요 없는 현지 제조업체의 경우 피해를 줄일 수 있겠으나 카자흐스탄에 이러한 제조기업은 많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인해 카자흐스탄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대부분의 기업활동이 집중돼 있는 수도 누르술탄 및 알마티는 도시 봉쇄 중에 있다. 외출은 금지됐고 식료품 상점을 제외한 모든 상업시설의 활동이 중단됐으며, 대부분의 현지기업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또한 정부 조치에 따라 3월 30일~4월 5일 동안 모든 기업은 강제 휴업을 실시했다. 기업 운영 중단에 따라 직원들의 상당수는 원치 않는 무급휴가를 떠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됐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도시 봉쇄 속에서 모든 경제활동은 위축됐고 소비 수요는 급감했으며, 노동자들의 구매력도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품가격 인상이 중소기업들의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환율급등 및 코로나19 관련 현지 기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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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OTRA 알마티 무역관 자체 인터뷰

카자흐스탄 정부의 대응 정책


3월 9일(월), 토카예프 대통령은 정부 회의를 소집해 중앙은행과 각 부처 및 산하기관에 경제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와 의무를 다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외환시장 변동 상황과 카자흐스탄 경제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 조치를 즉각 이행하기 위한 총리 산하 대응본부를 출범시켰다.

3월 10일(화),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25%에서 12%로 상향 조정했고, 이미 시행했던 948만 달러 규모의 외환 매각*에 이어 두 번째 통화 개입을 실시했다. 중앙은행이 통화 개입을 한 후 3월 6~13일 동안 텡게-달러 환율은 달러당 405.46텡게 이하로 유지됐다.
주: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 침체, 유가 하락 등을 이유로 이미 3월 6일(금) 한 차례 통화 개입을 했다.

하지만 3월 16일(월),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정부의 변동환율제 형성 및 인플레이션 목표 정책에 따른 환율 형성에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이제 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을 줄이고 통화개입을 통한 텡게화 절하 방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환율 결정 여부는 시장에 맡겨지게 됐고 다음 날인 3월 17일(화), 중앙은행 텡게-달러 고시환율은 달러당 434.59텡게로 전일대비 7.2%로 폭등했다.

시사점


카자흐스탄 경제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 도시 봉쇄, 유가 하락에 따른 텡게화 절하라는 종합적 공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텡게화의 가치를 회복시킬 수 있는 외부요인은 관측되지 않으며, 언제쯤 외환시장의 모든 잠재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섣불리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만일 유가 하락이 올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더욱 심각한 인플레가 초래될 것이다. 결국 카자흐스탄 경제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다.

또한 현지 기업들의 활동이 잔뜩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신규 바이어 발굴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거래기업도 수입량 감소, 환율 급등으로 인한 대금 결제 지연 등의 위험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올해 사업계획을 재검토하고 시장조사를 통한 코로나 이후의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제품 선호도와 소비패턴, 새롭게 조성되는 비즈니스 트렌드 등이 수정된 사업계획에 반영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현지 언론(informburo.kz, kursiv.kz, lsm.kz, forbes.kz, dknews.kz, vlast.kz, ru.sputniknews.kz, rus.azattyq.org, turantimes.kz, www.ktk.kz), KOTRA 알마티 무역관 인터뷰 등 자체수집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