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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공급에 감독권 부여 목소리..한은의 '광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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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공급에 감독권 부여 목소리..한은의 '광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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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동성 공급과 금리인하 카드를 쥐고 있는 한국은행의 '광폭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낮아지면서 통화정책 외에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일과 그 테두리를 법에서 찾는 시기에 현직 한은법 개정의 최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만큼의 감독 기능 강화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안정적인 법률안 통과 의석 수를 차지함에 따라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양적 완화'는 물론 금융통화위원 대폭 물갈이가 이뤄져 한은 내부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한은 관계자에 따르면 한은은 미 연준처럼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워 회사채를 간접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채 직매입은 불가능하나 정부 보증을 전제로 SPV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간접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 연준은 재무부의 사전 승인과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지원을 토대로 SPV를 설립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한은과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안건이 국회 동의까지 얻을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 연준처럼 SPV 기구를 세우고 정부보증하에 CP(기업어음)와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은 효과가 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SPV에 자본금을 투입하고 회사채 손실에 대해 보증을 하면 한은은 정부 자금의 10배 가까운 돈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1조원을 공급하면 한은이 SPV에 대해 10조원을 대출하는 식으로 SPV를 설립하고 SPV가 우량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특정 회사채가 부도를 내면 정부가 투입한 자금에서 먼저 손실처리를 하게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SPV를 통해 지원하더라도 정부의 신용 보증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한은은 손실최소화 원칙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한은법 80조를 가동한다고 하더라도 손실최소화 원칙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은 의견에 따라 신용보강을 하거나 국회가 한은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동의가 필요하다.

미 연준과 같이 위기 시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한은에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현진 한은 인재개발원 교수는 “흔히 한국은행을 연준과 비교해 위기에도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현행법상 한은은 연준처럼 행동할 수 없다”며 한은의 감독권한 부재를 지적했다. 미 연준은 법률에 따라 은행감독업무를 수행하지만 한은은 지난 1998년 금융위원회 설치와 함께 은행감독업무가 폐지됐다.

한은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상황이 발생하면 최종대부자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릭 높다. 또 영리기업 여신이 정치적 부담과 시비가 뒤따를 수 있어서 연준법을 참고해 정부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제80조의 영리기업 여신이 제64조 금융기관 여신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여권이 압승하고 코로나19로 양적 완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큰 만큼 서둘러 한은법이 개정되는 최적기"라며 "미 연준 수준의 감독권한이 주어져야 중앙은행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원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tru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