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항공계 맏형 대한항공 ‘너마저도’…자금줄 말라간다

공유
2

항공계 맏형 대한항공 ‘너마저도’…자금줄 말라간다

항공업계 처절한 생존 사투 속 대한항공 ‘자구노력’도 역부족
대규모 휴업·급여 반납·유휴자산 등 추진…유동성 확보 총력
신용등급 하락에 ‘자금조달’도 빨간불, ABS조기상환 우려도

보잉787-9[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보잉787-9[사진=대한항공]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이 처절한 생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급여 반납에 이어 휴직, 유휴재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계 상황 돌파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항공업계 맏형인 대한항공이 생존 절벽에 봉착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제선 운항 횟수가 평시 대비 90%가량 감소해 경영 악화에 직면했다. 현재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 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공항에 그대로 세워져 있는 상태다.

국내외 항공여객 수요 감소로 대한항공뿐 아니라 항공업계 매출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지난 3월 전국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64만8천명으로 전년동월대비 91.5%나 줄었고, 국내선은 57.1% 감소했다. 인천국제공항 일일 평균 여객은 5일 기준으로 670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만6000명)보다 무려 96.8%나 쪼그라들었다.

국내 항공사들은 오는 6월까지 최소 6조4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관측되고 있을 정도다. 항공사 줄 도산과 국제항공 네트워크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시장에선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2000억 원에서 24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1분기 2070억 원, 대신증권은 2480억 원으로 관측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867.6%에서 1분기 말 100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 할 경우, 올해 말 누적 부채비율이 무려 2000%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릴 정도다.

대한항공은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16일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 휴업에 돌입한 상태다. 휴업 규모는 전체 인력의 70% 수준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을 위해 ‘삼성증권-KPMG’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진그룹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미국 LA에 있는 윌셔그랜드센터와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의 추가적인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를 통한 연내 매각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서 제 시기에 또 제 가격이 팔릴지는 의문이다. 당장 유동화하기 어려운 만큼 별도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등급 하락으로 신규 자금조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대한항공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낮췄다. 대한항공은 'A'에서 'A-'로, 아시아나항공은 'BBB+'에서 'BBB'로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항공사들의 ABS 신탁원본 회수 실적이 심각한 수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게 한신평의 설명이다. 항공운임채권 ABS는 항공권 판매로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하는 채권으로, 항공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이 갚아야 할 ABS 잔액은 1조3000억 원가량이다. 아시아나항공은 4600억 원대다. ABS 신용도 강등으로 인한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 우려도 항공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유동성을 확보를 위한 유휴자산 매각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ABS 조기상환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대한항공 재정 위기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자산매각을 비롯한 휴무, 급여반납 등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회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지원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대 3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의 자금난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 노조가 길거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과 전국연합 노동조합 연맹 등 20여 명은 지난 14일 청와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항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촉구한다”면서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은 물론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보증, 세금 감면, 임금보조금 지급 등 현재 위기상황에서 항공사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정부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지속으로 대한항공 나아가 항공업 전체의 연쇄 충격이 시작된다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면서 “실질적인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