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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갭·H&M 등 의류소매업체, 코로나 생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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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갭·H&M 등 의류소매업체, 코로나 생존 안간힘

직원 휴직에 신상품 주문도 취소…코로나19로 수요감소에 회복여부도 불확실

미국 의류업체 갭 매장.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의류업체 갭 매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에 휩싸인 의류업체들이 경비절감의 일환으로 직원의 일시휴직와 함께 여름과 가을옷 주문을 취소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의류회사 갭(Gap)은 경비절감을 위해 여름과 가을 신상품 주문을 취소했으며 이에 앞서 매장직원의 대부분을 일시 휴직시켰다고 보도했다. 갭뿐만 아니라 쇼핑몰에 입주한 의류브랜드를 중심으로 이같은 조치를 강구하려는 의류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컨설팅회사 글로벌데이터 리테일(GlobalData Retail)의 매니징 디렉팅 닐 손다스(Neil Saunders)는 “가재도구와 가전과 같은 부문과는 달리 (패션은) 계절성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의류기업 특유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힘든 상황에 처한 소매브랜드로서는 ‘심판의 날’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100개 가까운 소매업체가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전자상거래 덕택에 의류브랜드는 수입원을 적어도 하나는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경제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손실을 입고 있으며 경영간부들을 과감히 경비절감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의류소매업체중 하나가 갭이다. 갭은 여름과 가을 신상품 주문을 취소하고 사실상 메어커와 공급업체에 대해 매장에 상품을 보내지 않도록 요구하는 이례적인 행동에 나섰다. 갭은 대규모 일시 휴직도 단행하고 있어 갭과 자매브랜드 직원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었다.

손다스는 “많은 소매업체들이 지금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결국 될 수 있는 한 비용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래의 주문을 취소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 계절성이라는 저주


의류기업들, 특히 계절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패션브랜드는 지금 매장 영업중단과 아웃도어제품 이외의 수요침체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다는 거의 불가능한 과제에 직면해있다.

손더스는 “어려운 점은 소매업체에게는 이것이 언제 끝날지, 언제 소비자의 수요가 다시 늘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지나치게 신중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모든 것이 가재도구와 가전과 같은 분야와는 달리 패션 특유의 문제”라면서 “계절성이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고 이것이 패션 특유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갭의 세계조달담당 부사장은 메이커 앞으로 보낸 이메일에서 “매장은 우리들의 비즈니스에 불가결한 것이며 전자상거래가 매장폐쇄를 메워주는 보상이 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갭의 홍보담당자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급하고도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들은 직원, 고객, 파트너의 이익과 장기적인 비즈니스의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어떻게 함께 극복할 수 있을까, 내년의 공급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더스는 주문을 줄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갭을 비롯한 브랜드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앞으로 소비가 어느 정도 회복될 때에는 장애가 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소매점은 이미 공급과잉이 돼 있으며 많은 소매점이 앞으로의 시즌에 무엇이 필요할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주문을 완전히 취소해버리면 매장영업을 재개하고 새로운 시즌에 들어갈 때에 기후조건과 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을 포함하지 않은 상품을 사게 된다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주문은 취소됐지만 공급업체에의 지불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H&M과는 달리 갭의 공급업체가 지불을 계속해서 수용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TLGG 컨설팅의 미국담당 매니징 디렉터 카트린 짐머만(Katrin Zimmermann)에 따르면 ‘활동휴지모드’에 들어간 갭의 결정은 공급망의 모든 측면을 소유, 감독하는 ‘수직통합’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짐머만은 “현재의 상황은 단일시장에의 과잉의존을 낳는 집중형 공급망의 약점을 표면화시키고 있다”면서 ”아무쪼록 코로나19가 공급망의 탄력성에 관한 일반적인 논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분산적인 가치사슬(밸류체인)은 갭과 같은 기업이 지역의 수요에 따라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불투명한 미래


갭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쇼핑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브랜드(실재 매장보다 전자상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소위 ‘소매업의 붕괴’로 이미 고전해온 브랜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매마켓팅의 FUEL 파트너십의 에릭 로젠스트로흐(Erik Rosenstrauch) 최고경영자(CEO)는 외출금지령과 자가격리가 해소돼도 미국인은 쇼핑몰과 같은 공공장소에 모이는 것에 겁을 낼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계절마다 패션이라는 사치품에 별로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10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것은 그들이 사는 장소, 식음료, 이동이라는 생황에 불가결한 것에 지출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라면서 ”한번 뉴노말(새로운 가치기준)에 들어가면 생활은 심플한 것으로 되돌아가며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가치관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컨설팅회사 투 닐(Two Nil)의 CEO인 마크 자무너(Mark Zamuner)는 갭과 같은 소매업체에 대해서는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냈으며 이같은 변화는 디지털에 투자하고 실제 매장을 줄여온 소매업체의 지금까지의 노력의 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는 항상 기회다”라고 덧붙였다.

자무너는 “새로운 업계의 행동 패턴을 창출할 수 있다. 단기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지만 갭의 결단은 디지털 변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무너 CEO는 주문을 취소하는 패션소매업체로서 또 하나 긍정적인 징후로 지속가능성의 노력, 즉 재고과잉을 줄여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다만 자무너는 패션소매업체가 앞으로 상당한 기간동안 주문 취소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에서 공급망과 메이커에게 주는 타격은 크다고 말했다.

“이같은 행동은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갭을 필두로 기업들이 주문을 취소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을 것이며 사람들이 제품을 사기 위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것이다”


박경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jcho101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