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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읽기의 힘을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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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읽기의 힘을 증명하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
'크라센의 읽기 혁명'은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하던 독서, 즉 읽기의 힘을 이론적으로 쉽게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 크라센(Stephen D. Krashen) 박사는 저명한 언어학자로 자발적인 읽기가 언어 능력 발달과 성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수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단순히 '읽으면 성공한다'며 환상을 주거거나 '이렇게 읽어라'라고 방법만 나열하는 책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은 대부분 사라졌다. 문제의 본질은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충분히 잘 읽고 쓰는 능력, 리터러시(literacy) 능력이 부족한 실질적 문맹이다. 인터넷, SNS 등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글을 읽고 쓰는 시대이지만, 다수는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다.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거나, 읽고도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이를 요약·재생산하거나,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적기는 더욱 힘들다.
크라센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한 답으로 자율 독서(FVR: Free Voluntary Reading)를 추천한다. FVR은 특별한 방법이 아니다. 스스로 읽고 싶어서 읽는 행위를 말한다. 다 읽고 테스트를 치르거나 독후감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필독서 리스트나 완독을 강조하지 않는다. 크라센은 자율독서가 글의 이해, 쓰기, 문체, 문법, 그리고 성적에까지 긍정적인 향상을 준 연구들을 제시한다.

더불어 책을 접할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모두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경우, 부모나 선생님이 독서 시간을 주고 권장하거나,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거나, 어른들이 스스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줄 때 더 많이 읽었다.

뉴먼(Neuman)의 연구에 따르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생후 6개월 정도부터 부모들이 매일 책을 읽어주었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효과가 나타난다. 피츠(Pitts)는 13주동안 1시간씩 기본 수준의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준 결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다른 반 학생에 비해 양질의 도서를 대출하고, 기말 에세이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음을 보았다.

크라센 박사는 독서와 관련된 몇 가지 오해도 풀어준다. 만화책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읽기에 흥미를 가지도록 견인해줄 수 있으며, 리터러시 능력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아이가 어떤 계기로 읽기에 흥미를 가지고 몰입할지 알 수 없고, 오히려 만화책, 하이틴로맨스, 무서운이야기, 잡지 등이 독서를 촉발시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많이 읽자. 만화책이든, 잡지책이든 읽기에 몰입을 경험하게 되면 그 이후는 간단하다. 스스로 좋은 책을 선택해 나갈 것이고, 긴장하지 않은 뇌는 자연스럽게 적절한 문체와 문법, 어휘 등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즐겁게 책을 읽는 것만으로 지루한 문제풀이 하는 시간, 현실의 복잡한 고민을 상당히 덜 수 있다.

이런 효과는 모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학습에도 적용된다. 엘리(Elly)와 만구하이(Mangubhai)가 싱가포르, 남아프리카, 스리랑카 등에서 연구한 결과에서 증명되었다. FVR는 어린이 뿐만아니라 어른의 리터러시 역량 향상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 경영 환경을 다시 돌아보자. 다 큰 어른들에게 필독서를 강요하고, 독후감을 제출하라고 하지 않는가? 독서를 권한다고 하면서 정작 업무 시간에 독서하면 눈치 주지 않는가?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하는 직원을 '한가하다'고 비아냥 거리지 않는가? 리더 스스로는 읽지 않으면서 말로만 독서를 권장하고 있지 않은가? 독서의 효과를 바로 이해하고, 구성원의 독서 환경을 제대로 마련해주고 싶다면 한 번쯤 크라센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바란다.


김선영 플랜비디자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