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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확보’ 비상 걸린 기업들…'돈 되는 건 다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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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확보’ 비상 걸린 기업들…'돈 되는 건 다 판다’

코로나19 쇼크로 기업 2분기 '직격탄'…유동성 확보에 사활
선제적 자구책 마련에도 한계…자산 매각 움직임 확산할 듯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과 왕산마리나 사업 정리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과 왕산마리나 사업 정리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대한항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요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각 기업들이 앞다퉈 급여 반납과 순환 휴직 등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지만 자구책만으로는 미래 불확실성을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이 올 2분기부터 본격화하는 만큼 주요 기업들은 재무구조 안정화와 미래 성장사업 집중을 위해 자산 매각 등 현금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항공업계 맏형 대한항공 자산 매각 속도…현대제철 ‘사옥’ 매각


주요 기업들은 사업 재편과 함께 자산 매각 일정을 앞당겨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유동화 확보를 위한 유휴부지 매각 등 예고했던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과 왕산마리나 사업 정리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최근 컨설팅업체 삼정KPMG와 삼성증권 컨소시엄을 그룹 유휴자산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 유휴자산은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1만1084평)와 건물(605㎡·183평) △대한항공이 100%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670㎡·1만6285평) 및 건물(1만2246㎡·3704평)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 자산유동화증권(ABS)와 신종자본증권 만기 등 총 5000억 원 가량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연말까지 1조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고려하면 3조 원 정도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매월 임직원 급여와 이자 등 고정비 지출만 6000억 원에 달한다.

국제선 운항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유입도 제한적이어서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 사실상 유휴자산 매각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결국 자산 매각이 유일한 방안으로 대한항공이 추가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현금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잠원동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재 현대제철 영업본부가 사용하고 있는 잠원동 사옥 매각을 위한 주간사 선정이 마무리 단계다. 잠원동 사옥 매각은 자동차 철강재 전문업체 현대하이스코가 입주했던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재무악화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 중인 현대제철이 잠원동 사옥을 매각하는 것은 유동성 확보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이달 중에 일부 사업부문을 분사하고 중국법인 통폐합과 강관사업부 매각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수요 부진 등으로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제기되어 온 SK그룹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자회사 SK E&S는 보유 중인 중국 민영 가스업체 지분을 전량 매각해 1조8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SK E&S는 최근 중국 3대 민영 가스업체 차이나 가스홀딩스(CGH) 지분 10.25%(5억3503만 주) 전량을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시간 외 대량거래(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계약일 종가에서 11.1%가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 금액은 1조8140억 원에 달한다.

SK E&S 측은 “코로나19 등으로 기업 환경이 요동쳐 지분 매각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에너지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SK E&S 역시 호주 LNG프로젝트 투자에 따른 차입금 증가로 신용등급 유지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 SK네트웍스 1조3000억 원 자금 확보…위기 '두산', 알짜 회사 매각


SK네트웍스는 직영주유소 매각을 통해 1조30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 3월 재무구조 안정화와 미래 성장산업 투자를 위해 매각 계획을 밝힌 SK네트웍스는 석유제품 소매 판매사업 관련 부동산을 부동산신탁업체 코람코자산신탁(이하 코람코)에, 주유소 영업 관련 자산과 인력을 정유업체 현대오일뱅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었다.

매매대금은 총 1조 3321억 원으로 코람코 3001억 원, 코람코에너지플러스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9652억 원, 현대오일뱅크 668억 원 등이다.

SK네트웍스는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6월 1일 사업 이관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홈 케어’와 ‘모빌리티(이동수단)’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도 자금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두산솔루스 등 알짜 회사 매각에 나서고 있다.

두산그룹은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 지분 매각으로 최대 1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두산솔루스 외에 연료전지 사업을 운영하는 두산퓨얼셀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처음으로 수주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장기 국면에서 생존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의 자산 매각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두 달간 기업 자산 매각액이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각액이 629억 원에 불과한 것과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서 현금 한계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게 최대 고민거리”라며 “미래를 담보할 투자를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