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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성공비결 네 박자와 영화 ‘바그다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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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성공비결 네 박자와 영화 ‘바그다드 카페’

작은 평범함이 모여 비범함을 능가한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이미지 확대보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잔소리, 실행력, 현장 확인, 세 가지로 베트남 직원의 마음을 다 잡고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성장통의 좋은 사례로 소개를 받고 본인에게 통화를 했더니 들려주는 성공요인이다. 성공담으로 누구나 말할만한 것으로 생각했다. 소개를 한 베트남 현지 연수책임자에게 "제조회사인가요? 어느 회사 사례지요?"라고 물어보았다.

"아닙니다. 전혀 생소한 분야일 것입니다. 베트남 오기 전부터 제조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서비스업의 최전선에 있는 회사로 취업을 한 경우입니다. 다른 회사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단체급식회사에서 일하며 체험한 사례입니다. 원·부 식자재를 투입해 다른 것을 만드는 일이니 일부 제조업의 성격도 있습니다"고 말했다.

흥미진진해서 직접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베트남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사태로 여의치 않아 전화 통화로 들은 성장통 사례이다. 주인공인 이현미 대리(가명)는 단체급식사업을 하는 한국의 주식회사 'CW(가칭)'의 직원으로 하노이에서 근무 중이다. 인근에 있는 어느 제조공장에 파견돼 지점장직을 맡고 있다. 즉, 우리말로는 밥 공장 공장장인 셈이다.

그는 2017년 7월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GYBM) 베트남 과정에 들어와 1년간 연수를 받고 이듬해 8월 지금의 CW사에 취업했다. 생각지 못한 생소한 분야지만 뭐든지 해보려는 의욕으로 무난히 적응하고 있었다. 1년여가 지난해 5월쯤 사업자의 단체급식을 운용하는 현장으로 가서 근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노이 외곽에 있는 제조회사다.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으니 맡아서 책임지고 잘 해주길 바란다. 대리 진급과 함께 '지점장'으로 발령 내어 줄 테니…"
정말 당황스러웠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의 직장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로 느껴졌다. 요리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고 조직도 제대로 간추려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지? 한 번 테스트하는 것인가? 1년간 지켜보니 별 볼일 없어서 나가라는 뜻인가?'는 등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려면 나가라는 뜻은 아니겠지. 뭔가는 믿을 만하고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나를 골라서 보내는 거겠지. 한 번 해보지 않으면 포기 외에는 무슨 대안이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곤혹스러웠지만 베트남에 와서 2년 동안 연수받고 취업해서 적응하려고 노력한 시간과 열정의 투자도 아까웠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부임했다. 준비기간 중에 파악한 바로는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여태까지는 현지인 매니저가 관리한 곳이고 재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그 회사 담당자도 베트남 현지인이라고 했다. 이번에 잘못하면 우리 회사는 아웃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전임자는 벌써 관두고 나간 상황이라 인수인계할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규모도 대단했다. 하루 식사만 2만끼로 아침, 점심, 저녁에다 야식까지 제공한다. 끼마다 식단 구성과 식재료 구입만 본사에서 받고 나머지는 혼자서 다 결정해야하는 막중한 자리였다. 같이 일하는 150여 명의 직원들은 취사, 배식, 홀 라운딩, 재료 재고관리, 잔반(殘飯) 관리는 물론이고 위생, 청결관리 등으로 한시도 여유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좀 더 맛있는 식사를 위해 수시로 회사 관계자와 대화하며 식사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살피고 주고받는 대화도 훔쳐 듣는 등 5감(五感)을 총동원해야 했다. 본사에 매일 보고하는 업무가 왜소해 보일 정도였다.

정작 우리 직원들을 보니 규칙이나 규정, 공정 프로세스 등을 어기는 것이 다반사였다. 힘만 들고 효율은 나질 않는 악순환만 계속되고 있었다. 한국인 매니저가 나타나니 잔뜩 긴장하며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최소한의 운영 현황과 정보도 보고하지 않고 관행대로 끼리끼리만 회의를 하고 알려주지도 않았다. 정말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부터 챙겨 나가기로 했다. 1시간 먼저 출근했다. 출근하자마자 식당, 취사장, 창고 등 사업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지켜보고 잘 한 것은 칭찬하고 안 된 것은 작업 원칙과 기준을 말해줬다. 습관으로 돼 바꾸지 못하는 직원들은 따로 모아 교육했다. 직원 이름도 모두 외우고 틈나는 대로 불러줬다. 힘든 점, 근무환경 개선 점, 개인 신상 등에 대해 질문하고 관심을 가지고 잊지 않고 고치며 챙겨 나갔다.

틈틈이 조리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직접 참여해 함께 해보며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한 번 지시하고 교육한 것은 수시로 직접 찾아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한 달여가 지나니 변화가 눈으로, 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직원 스스로도 새롭게 변해가는 모습에 놀라는 듯했다. 드디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선순환의 구조로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소통하고 관심가지며 존재감을 세워줬을 때 변하는 뿌듯함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본사가 매월 하는 위생·안전평가에서 최고 수준인 92점으로 24점이나 껑충 뛰면서 우수상을 받았다. 재계약 성공으로 이어지며 위탁 급식 발주처인 회사의 공장장의 칭찬이 무엇보다 힘이 됐다. 식당의 변화로 자기 회사직원들도 바뀌는 모습이 너무 좋아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당찬 목소리를 즐겁게 들으며 성공비결을 정리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첫째는 착한 관리자보다 잔소리꾼이 낫다. 둘째는 먼저 행동으로 실천하는 매니저가 된다. 셋째는 직접, 그리고 수시로 현장에서 확인한다'로 정리했다. 이 일이 있은 지 6개월이나 지난 시점인 만큼 다른 비결은 없냐고 다시 물었더니 하나를 추가했다. "제대로 힘을 발휘한 것은 GYBM 교육에서 시작된 현지어와 현지 문화와 관습의 이해 덕분이었다"며 퍼즐을 맞췄다. 평범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노력의 모임이 이런 큰 성과를 만든 것이다.

통화를 마치며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 안부를 물었더니 일이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출근 때마다 직원들의 체온과 위생 확인, 손 씻기 생활화 잔소리, 식당 테이블마다 칸막이를 설치하고 대화하지 말라는 솔선수범과 캠페인까지…

글을 마감하며 독특한 소재의 영화 한 편을 소개하면서 이현미 대리도 보기를 권했다. ‘바그다드 카페’라는 영화로 한국에서는 1993년 개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척박한 모하비사막 고속도로변에 카페(주유소, 호텔, 카페 겸업)에 독일에서 온 여성 손님 한 명이 들어와 백인, 흑인, 인디언(우크라이나계 미국인)으로 구성된 주인과 가족은 숙박 손님은 물론, 고속도로를 지나는 트럭기사들까지 불러들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스토리이다.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며 직접 한 번 보길 권했다. 한 명의 이방인이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스토리이다. 오래간만에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면서 이 대리를 생각한다. 이 영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제베타 스틸(Jevetta Steele)의 ‘컬링유(Calling You)’도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