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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9)] 코로나 19가 바꿔놓은 일상, 자녀와 함께하는 재택근무 ‘영구 불변의 크리에이티브 소스 레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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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9)] 코로나 19가 바꿔놓은 일상, 자녀와 함께하는 재택근무 ‘영구 불변의 크리에이티브 소스 레고(상)

목수가 만들던 나무 장난감이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의 대명사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엄마를 잃은 세 아들들을 위해 만들어준 오리 장난감에서 시작된 레고(Lego)는 덴마크어로 '재미있게 놀다'라는 뜻을 가진 'LEG GODT'를 줄인 말이며 라틴어로는 '모으다' '조립한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레고는 목수이자 창업주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Ole Kirk Kristiansen)이 1935년 세운 회사 이름인 동시에 장남감 완구의 네이밍(Naming)이기도 하다.
Pull-along Wooden Duck(왼쪽) ⓒ Lego, 쌓아서 올리는 체계를 만든 레고 최초의 시스템 제품(1954년, 오른쪽) ⓒ stackexchange이미지 확대보기
Pull-along Wooden Duck(왼쪽) ⓒ Lego, 쌓아서 올리는 체계를 만든 레고 최초의 시스템 제품(1954년, 오른쪽) ⓒ stackexchange

1930년대 레고 제품은 목재를 자르고 다듬은 후 옻칠로 마감하는 형태였다. 참고로 옻칠이 유럽에 전해진 시기는 17세기 중반으로 알려진다. 그 당시 대부분의 목재 가구 마감이 옻칠로 이뤄졌기 때문에 비용이나 제작 기간 또한 짧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는 올레의 아들 갓프레드(Godfred Kirk Christiansen)가 비용 절약을 위해 세 번 하는 목재 장난감 옻칠을 두 번 만 해서 출고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올레가 제품을 모두 수거해서 다시 옻칠한 후 운송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제품에 대한 신념 그대로 '최고만이 충분한 것이다'를 몸소 보여 준 사례였다.

레고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40년대 중반에 금형을 통한 대량 생산을 도입하면서부터다. 이 시기 나온 제품들은 '페르구슨 트랙터'같은 농기계나 트럭 미니어처들이 대부분이었다. 블록(Block) 방식으로 쌓아 올리는 체계를 만든 레고 브릭(Lego Brick)은 1954년 올레의 건강이 악화되자 그의 아들 고트프레드가 2대 대표에 취임하여 5년간의 노력 끝에 개발한 장난감의 혁명이자 명실상부한 창조적인 놀이의 기준이 되었다.

레고 브릭은 올레가 1944년에 벽돌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제품이지만 초기에는 헐겁고 느슨해서 블록간 결합에 문제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기존의 브릭 잠김 기술(locking ability system)은 당시로서는 신소재인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를 적용하며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재탄생했다.

브릭의 형상은 벽돌 모양의 상단에 양각의 돌기와, 하단의 음각 돌기로 구성된다. 요철 방식의 돌기는 형태적으로 단순하지만 누가 봐도 붙였다 떼었다를 손쉽게 할 수 있는 구조로서 기능적인 디자인이다. 원색의 비비드(Vivid)한 칼러는 단순한 면 구조의 브릭을 반복과 조화로 조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호기심을 유발한다.

레고브릭 ⓒ Lego이미지 확대보기
레고브릭 ⓒ Lego

다양한 브릭의 구조는 평면 조형과 입체 조형까지 모든 구성이 가능하다. 다만 완성했을 경우 면 구조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부드러운 곡면 처리는 불가능하다. 참고로 요철이 8개인 2×4 브릭 6개로 조립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려 9억1510만개에 달한다고 하며 같은 브릭으로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장난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증강현실(AR)을 접목한 레고 히든 사이드(LEGO Hidden Side, 왼쪽), 크라우드 소싱으로 출시한 WALL-E(오른쪽) ⓒ Lego이미지 확대보기
증강현실(AR)을 접목한 레고 히든 사이드(LEGO Hidden Side, 왼쪽), 크라우드 소싱으로 출시한 WALL-E(오른쪽) ⓒ Lego

레고의 크리에이티브는 제품 개발 방식에서도 다른 제조사와 차이가 있다. 그들의 창의적 활동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크라우드 소싱이다. 누구든 레고 디자인 팀에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출시된 제품은 셀 수 없이 많다.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레고가 지난해 출시한 히든 사이드(Hidden side)는 완성하게 되면 증강 현실 공간이 되어 게임도 할 수 있다. 자신이 만든 마을을 배경으로 유령을 퇴치하고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까지 그들의 크리에이티브는 끝이 없다

레고 완제품 박스는 1초에 7개, 1분에 420개, 1시간에 2만5000개가 팔리고 있으며 2019년 상반기에만 148억 크로네(약 2조6382억5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계원예술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