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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올라가도 떨어져도 시름만 깊어가는 정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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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올라가도 떨어져도 시름만 깊어가는 정유사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46%반등 플러스 전환했지만
회복 요원한 정제마진·수요급감에 정유사 손실폭 확대
정부, 정유사 지원책 마련…2분기 하락세 제동에는 한계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7%p 상승한 16.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7%p 상승한 16.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시스]
사상 첫 마이너스(-)를 국제 유가 상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위기에 놓인 정유사에 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유류세 납부 유예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과 석유재고평가손실에 이어 정제마진하락폭 확대, 글로벌 수요 급감 충격을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 상황이다.
시장에선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1분기 손실이 3조 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 유가는 마이너스에서 반등하며 상승세로 올라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했던 유가 상황과 비교하면 80%가량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7%p 오른 16.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1일 연이틀 무너지면서 24달러 선에서 11달러 선으로 떨어졌다가, 3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온 것이다. 사흘간 상승률은 46%다.

쿠웨이트를 중심으로 감산을 본격화하고 미국 정유사들의 가동 중단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게 미국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또 중동 지역에서 촉발된 긴장감도 유가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감소가 하루 2000만~3000만에 달하는 데다 공급과잉으로 원유 재고가 넘쳐나 보관할 수 있는 저장시설 한계 상황에 놓여있어 유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급감 영향에 정유사들은 유가 상승을 반길 수만도 없는 처지다.

정부는 정유사 지원을 위해 총 1조3745억원 규모의 유류세 납부 유예를 결정했다. 유류세의 기초가 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등의 4월 납부분 기한을 3개월 연장키로 한 것이다.
지난 22일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유 4사 대표와 만나 석유공사 비축시설 대여료 한시 인하와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 2~3개월 납부유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대규모 석유저장시설 개방검사 유예도 협의하기로 하는 등 추가적 지원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앞서 산업부는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 90일 유예와 한국석유공사 비축시설 민간 임대, 전략비축유 조기·추가 구매 등의 석유업계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 속에서도 올 1분기 정유사의 손실은 3조 원가량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가의 1분기 컨센서스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영업손실은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분석됐다. GS칼텍스는 5700억 원, 에쓰오일 6700억 원, 현대오일뱅크 4700억 원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로나19 본격적 영향권인 2분기는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2분기 들어서 유렵과 미국, 일본, 인도 등 주요 석유 제품 수요국들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각국 경제가 멈춰섰기 때문이다.

26일 기준으로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93만3933명, 사망자는 5만 명을 넘어선 5만3449명을 집계됐고, 스페인은 확진자 22만3759명으로 사망자는 2만2902명을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좀처럼 꺽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충격이 2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유사들은 일찌감치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등 비상경영체제 돌입한 상탠다.

이미 공장 가동률을 10%가량 낮춘 SK이노베이션(SK에너지)는 정비 보수를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도 하반기 정기보수를 상반기에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기 정기보수를 검토하고 있는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검토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의 특성상 공장 가동 중지가 불가능해 가동률을 낮추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면서 “정부의 지원책에 다소 숨통이 트이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이 1분기보다 2분기 확대될 것으로 보여 정유사의 자구책과 동시에 정부의 지원책으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