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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고귀한 춤 화관무 온몸으로 무대에 녹여내는 춤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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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고귀한 춤 화관무 온몸으로 무대에 녹여내는 춤꾼

[미래의 한류스타(80)] 차지언(한국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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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언의 살풀이춤
꽃보다 고귀한 춤 화관무/ 화사한 예복 입고 윤기 난 머리에 화관 앉히면/ 태평성대 밝히는 등불이 된다/ 쉼터 같은 춤으로 안식처 되고/ 싸리울처럼 그대를 감쌀 수 있다면/ 미루나무 그늘 아래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며/ 좋아서 춤추다 춤꾼이 될 수 있다/ 오방색 춤 길은 멀고 험해 겨우 넘은 고개 하나/ 촘촘히 들어앉은 암자를 지나야 한다/ 나무암, 원통사, 나연암..../ 그리해 삐친 석삼의 지혜로 집 세워야 한다/ 작은 한삼으로 진솔 뿌리고/ 지성과 매혹의 몸채로 격 쌓아가면/ 화관무 앞세우고 갈매기 끼룩끼룩 대는 마실에 닿으리/

차지언(車知彦, Cha Jieon)은 부 차인찬, 모 김나연의 2남 3녀 중 넷째로 기유년 팔월 인천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무용가인 모친 덕에 어려서부터 놀이처럼 음악을 듣고 춤추며 무용을 접했다. 모친은 자녀들에게 음악, 미술 같은 예능교육을 시켰고 무용은 딸들에게 정해진 필수과정이었다. 어려서부터 작고 몸이 약했던 지언은 운동 삼아 무용을 시작했고 6살짜리 꼬마가 언니들 틈에서 곧잘 따라 하며 무대를 당돌하게 즐기는 모습을 본 모친은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키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에 돌입한다. 중학교 진학과 함께 부친의 반대로 학업에 전념해야 했던 지언은 방학을 이용해 취미 정도로 무용학원을 수강하였고 여고시절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무용과 진학으로 진로를 정하고 나서야 온전히 춤추게 된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지금 그녀가 공연의 주제를 잡고 이야기를 구성하며, 공연을 기획하고 만들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을 통해 얻는 지식과 지식으로 인해 확장되는 사고와 감성을 토대로 그녀는 개인 공연과 화관무 보존회 공연의 기획과 연출을 도맡아 왔다. 재정적 지원이 여의치 않은 공연계에서 자신의 자족적 제작 방식은 큰 도움이 되었고, 점차 전문적 기획 제작에까지 영역은 확장되었다. 박사과정에서 공연예술경영을 선택한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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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언의 살풀이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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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언의 수건춤

​무용가 모친 덕 어려서부터 음악 듣고 춤추며 놀아
당돌한 모습 본 어머니, 체계적인 교육에 본격 돌입

차지언에겐 많은 스승이 있다. 그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춤출 수 있는 재능과 뚜렷한 목표, 언제나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 김나연(황해도무형문화재 제4호 화관무 예능보유자), 이석규(무용에 대한 꿈을 심어줌, 입시지도), 정재만(작고, 전 숙명여대 교수, 승무 살풀이 태평무 지도 등으로 전통춤의 깊이에 눈뜨게 해줌), 황순임(어머니의 권유로 만남, 이매방류 춤과 진도북 지도), 조남규(상명대 교수, 역량 강화), 안병순(순천향대 교수, 연구자로서의 자세, 고교 시절의 발레 선생), 양종승(문화재 전문위원, 화관무의 정립 연구 자문) 선생 등이다. 특히 그녀를 위해서라면 인생의 비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주는 모친의 존재는 그녀에게 큰 힘이기에 그녀는 늘 ‘스승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자처한다.

차지언은 인천 숭덕여중, 인천여고, 숙명여대 무용학과 한국무용 학사, 춘천교대 교육대학원 무용교육학 석사, 상명대 대학원 공연예술경영 예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녀는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4호 화관무의 전수교육조교로서 예능보유자 김나연 선생을 도와 이수자·전수자 전승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김나연 선생의 스승이자 화관무를 완성한 민천식 선생의 춤 세계를 뿌리내리고, 민천식 춤의 원형을 연구·보존하며, 전통춤으로서 화관무의 인지도를 높이고, 무용사적 가치를 알리는 데에 목적을 두고 집중하고 있다. 화관무는 나라의 태평성대와 백성의 안녕, 삶의 무탈과 영생을 기원하는 종교의식 속에서 추어지던 원진무가 민족공동체 의식을 토대로 세시 풍습의 생활양식과 국난 극복의 역사와 함께 오랜 세월 민중 속에서 전승된 우리의 전통춤이다.

차지언의 신명이미지 확대보기
차지언의 신명

그녀는 화관무 보존회의 정기공연 및 그 외 모든 공연의 기획에서부터 연출, 안무를 맡아 진행하며 인천지역에서 한정적으로 공연해 왔던 김나연 선생과 화관무 보존회의 활동을 점차 확장하여 다양한 지원사업에 도전하고, 여러 공연을 통해 알림으로써 조금씩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 대한 전문가적 안목은 그녀가 의상, 무대, 조명, 소품과 홍보용 책자 등 공연에 필요한 디자인 요소 전반에 걸쳐 핵심내용 설정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미적 경험은 자신의 공연 전반을 주도하는 근본이 되기에 그녀의 생각과 이상을 펼치는 자신만의 무대를 자신답게 펼칠 수 있다.차지언은 연령차가 나는 오빠, 언니들의 영향으로 영화와 음악, 문학작품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또래보다 일찍 접할 수 있었고, 예술적 경험을 존중해 준 부모님의 영향으로 모든 장르의 예술을 좋아한다. LP판을 수집하며 보냈던 대학 때의 음악에의 몰입 취미는 지금도 음악 선곡과 편집에 도움이 된다.

무용전공을 하지 않았더라면 화가가 되어 있을 그녀는 대학진학과 함께 연극관람도 자주 했고, 지금도 대학로의 소극장 연극과 뮤지컬 등을 꾸준히 관람하고 있다. 2014년 이탈리아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의 토레 델 라고 야외극장에서의 <투란도트>는 그녀를 감동하게 하고 개안시킨 잊지 못하는 공연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민천식, 김나연으로 이어지는 <화관무>에 몰입하고 있다. 민천식은 일제강점기 해주와 개성의 권번장으로 활동하다가 한국전쟁 이후 월남, 인천지역 기반으로 활동하여 초대 인천국악원장을 지냈다.
차지언의 입춤
차지언의 입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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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언의 진도북춤

​여고시절 담임 권유해 무용으로 진로 정해 춤에 올인
예술경험 존중해 준 부모 영향 모든 장르 예술 선호

그녀는 2018년~2019년 출연한 자신의 ‘단춤’ 시리즈를 아낀다. ‘단춤’이란 ‘기분 좋게 추는 춤’이라는 우리말이다. ‘춤으로 행복해야 비로소 춤이 된다.’라는 춤에 대한 그녀의 춤에 대한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낱말이다. 궁중과 교방, 민속의 모든 전통춤을 아우르며 담아낸 ‘단춤’ 시리즈는 2018년 인천문화재단이 후원한 ‘차지언의 단춤(부평아트센터)’을 시작으로 ‘꽃담연희(국립민속박물관)’, 2019년 국립국악원 수요춤전 ‘花冠舞-꽃담을 넘은 단춤(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으로 이어졌다. 이 작품은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4호 화관무(예능보유자 김나연)를 중심으로 안무자인 故 민천식(봉산탈춤 제1대 예능보유자)의 전통춤을 재현한 공연으로 그녀에겐 참으로 의미 있는 무대였다.

민천식과 김나연 춤을 계승한 차지언은 전통 기반의 창작품들을 주제로 엮어내는 전통춤꾼임을 입증했다. 민천식 춤의 소중한 춤의 계보를 이어온 차지언이 기획하여 만들어 낸 10여 년 동안의 공연들은 전통춤의 작품들(궁중춤, 교방춤, 민속춤 등)과 소박하고 담백하지만 내공 없이는 표현할 수 없는 민천식 선생의 춤이 주가 되었다. 태평성대 구가의 <동락태평>(2020년 기획)에서 전통춤의 큰 선생들인 김나연, 채상묵, 이춘자, 황순임과 함께 선 무대는 그녀에겐 큰 추억이 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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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언의 화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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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언의 화관무

또한, 그녀의 창작 레퍼토리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은 <어둠속의 혼>(2015)이다. 차지언 안무의 <그 길에 서다>의 2부작으로 <어둠속의 혼>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 부친을 그리며 만들어 낸 작품이다. 차지언은 춤 공백기에 세 차례에 걸쳐 동인들과 작은 전시회를 열 정도로 그림을 그리고 글 쓰는 일들로 위로받고 부딪히며 생긴 상처들을 잊었다. 그런 다음 무대로 돌아갔을 땐 무대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머니의 그늘이라는 날 선 잣대를 극복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했고, 때때로 맞이하는 시련에서도 자신의 사명감을 잊지 않고 있다. 전통은 점차 소외되고 계승 의지를 지닌 후계자들은 점차 줄고 있다.

차지언은 사회 환경 또한 창조적 계승을 권장하지만 원형 계승 기반의 창의적 모델의 전통춤 유형을 구축하고자 한다. 전통적 가치만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는 전통춤과 이를 더욱 빛낼 수 있는 방편으로 다양한 장르와 협업되는 예술적 혁신으로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중심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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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관무 보존회 공연

차지언 나연무용단 대표
차지언 나연무용단 대표


차지언, 전통춤 화관무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꿈인 춤꾼이자 화관무 이론가이다. 그녀는 중국 당나라 때 연행되던 화관무의 기록을 찾아냈고, 신라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경산 단오굿의 화관무 역사와 연결하여 황해도 해주 권번의 화관무의 전통성을 입증했다. 민천식의 입춤, 수건춤, 검무 등의 다양한 춤도 알리고 계승하는 데에 주력하고자 한다. 이제 그 춤이 세상 밖으로 나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여기고 전통춤을 계승·발전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를 하는 미래의 한류스타이다. 제자들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고, 행복하게 춤추는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스승이 되고자 한다. 그녀의 소중한 뜻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